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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업무의 연속’과 ‘강압’
 음주운전 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업무의 연속’과 ‘강압’
ⓒ 도로교통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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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하는 기분으로 참회합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5년여 전에 운전면허가 취소됐습니다. 원인은 음주운전이었습니다. 그 뒤로 타고 다니던 차를 폐차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대신 바쁜 일이 생기면 택시 혹은 아내에게 데려다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이때 아내는 간혹 뼈아픈 한 마디를 내뱉곤 했습니다.

"내가 임신했을 때, 당신 차 얻어 타려고 얼마나 눈물 뺐는지 알아? 당신은 아직 멀었어."

'내가 왜 그랬을까?'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이제야 철이 좀 들었다지만 젊은 날의 업보는 아직껏 원망의 대상입니다. 신혼 초, 아무리 철이 없기로서니 바쁘다는 이유로 임산부 아내를 외면한 죗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백 번 천 번 그래도 싸다는 걸 인정합니다. 이도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그래서 일까요. 아내에게 더 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는 아내뿐 아니라 가족과 지인에게까지 놀림의 대상이 됐습니다. 가까운 거리를 걸어 다니든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자업자득입니다. 아내와 지인들이 "이제 면허증 따야지"라고 할 때도 애써 외면했습니다. 아직 멀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지난 2월, 아내 차를 바꿔줄까 생각하고 의중을 밝혔더니 아내가 그러더군요.

"차 바꾸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당신 면허증 따는 게 먼저야."

저는 사양했습니다. 그런데 제안을 곱씹어보니 아내 말이 맞았습니다. 운전 면허증 획득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사정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지난 2월 말, 운전자동차학원 전화 상담과 인터넷을 통해 운전면허 취소자 교육 등을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교육을 받아보겠다고 알렸습니다. 아내가 안아주며 그러더군요.

"당신이 어쩐 일? 내가 더 고맙네."

큰마음 먹고 간 교육장, 수강생은 가지각색

운전면허 취소자와 정지자를 위한 특별교육장입니다.
 운전면허 취소자와 정지자를 위한 특별교육장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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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도로교통공단 순천 교육장에서 운전면허 취소자와 면허 정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교육을 받았습니다. 오전 9시 30분, 교육장에 도착해 특별교통안전교육 수강신청서를 작성한 뒤 2만2000원의 수강료를 냈습니다. 교재를 주더군요. 그리고 밖으로 나왔더니, 낯익은 얼굴이 보였습니다. 썩은 미소와 함께 지인 말이 떠올랐습니다.

"교육받으러 가면 아는 얼굴 꼭 있을 거다. 쑥스러운 만남이더라도 놀라지 마라. 아는 사람이 적으면 횡재한 줄 알고."

특별교육 대상은 ▲ 교통소양 교육자 ▲ 교통참여 교육자 ▲ 취소자 교육자 ▲ 음주심화 교육자 ▲ 교통법규 교육자 등으로 구분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의는 같은 강의실에서 진행됐습니다. 6시간의 특별교통 안전교육은 오전 10시 정각에 시작됐습니다.

도로교통공단 교육홍보부 이기형 교수는 "교육을 하다 보면 가장 궁금해 하는 게 있다"면서 운전면허증 취득 과정부터 설명했습니다. 면허 취소자를 위해 신체검사·학과시험·기능시험·주행시험 방법 등을 안내했습니다. 이어, 면허 정지자를 위한 면허 정지 감경 방법과 벌점 관리 요령 등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운전에 대한 문화 차이를 덧붙였습니다.

"우리나라는 끼어들기 할 때, 상향등을 깜빡이면 경고나 위협으로 여기는데, 영국은 다릅니다. 영국에서는 상향등을 깜빡이면 '허락하겠다, 어서 들어와라'는 의미입니다."

이기형 교수에 따르면 이는 "얌체 운전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국에서 가장 놀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운전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무면허 운전과 음주 운전의 무서움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첫 시간이 끝나 있었습니다.

휴식시간, 분위기에 차츰 적응되자 주위 살필 여력이 생겼습니다. 60여 명의 교육 참석자들은 남녀노소 연령 불문이었습니다. 이 중에는 중년 남성이 특히 많았습니다. 사연도 다양했습니다. 처음으로 한 음주운전인데 덜컥 걸린 사람부터 삼진 아웃당한 사람까지. 가지각색이었습니다.

술자리도 업무의 연속? 그러지 마세요

차를 가져가? 두고 가? 망설일 필요없습니다. 음주운전의 피해는 큽니다.
 차를 가져가? 두고 가? 망설일 필요없습니다. 음주운전의 피해는 큽니다.
ⓒ 도로교통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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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교육받은 사람이 또 음주운전으로 인해 교통사고를 내는 것은 제게도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여깁니다. 열심히 강의하겠습니다. 2011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733명입니다..."

이기형 교수의 결연한 의지는 수강생이 한 눈 파는 걸 거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전 11시에 시작된 2교시는 교육 목표가 분명했습니다. 음주운전 원인 및 잘못된 음주운전 습관을 바로잡아 올바른 운전 습관을 기르기 위한 다짐 시간이었습니다. 음주문화 현 주소로 우리네 음주 문화 실상이 소개됐습니다.

"'술자리도 업무의 연속이라는 인식'(36.0%)  '강압적인 술 권유'(35.8%) '폭음 및 과음'(19.0%) '잦은 회식'(7.5%)..."

음주문화 가장 큰 문제점은 '업무의 연속'과 '강압'이었습니다. 강요된 음주문화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음주문제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저도 간혹 술자리에서 술을 먹이는 잘못을 범하곤 했습니다. 반성은 건강한 음주 방법 안내 때도 계속됐습니다.

"1주일에 2회 이상 술 마시지 않습니다. 첫 잔은 오래, 그리고 천천히 마시는 게 좋습니다. 술을 거절하는 방법을 익혀둡니다."

참고로, 건강 음주 십계명은 이렇답니다. 첫 번째, 자신의 주량 바로 알기. 두 번째, 여자 석 잔, 남자 넉 잔 적정 음주량 지키기. 세 번째, 음주는 식사 후에 안주 챙겨 먹기. 네 번째, 음주 중 흡연 않기. 다섯 번째, 약 먹을 때 음주는 금물. 여섯 번째, 상대방 주량 존중하기. 일곱 번째, 천천히 즐기며 마시기. 여덟 번째, 음주운전 안 하기. 아홉 번째, 음주 전후 운동 조심하기. 열 번째, 술로 인해 어려움 겪는 동료 도와주기 등이었습니다.

"음주 후 시동을 켠 채 대리운전자를 기다리다 잠이 든 상황에서 이를 수상히 여긴 사람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음주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1%였습니다. 이건 음주 운전일까요, 아닐까요?"

정답은 음주운전이었습니다. 애초에 오해 살 행동은 안하는 게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은 처음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든지 대리운전을 부르려거든 술자리에서 부르는 게 좋다는 겁니다. 차를 놓고 가든지, 차를 애초에 가져가지 않는 게 최선이었습니다.

"음주운전, 생명을 죽일 수 있는 위험한 행동"

음주운전은 가족과 사회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음주운전은 가족과 사회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 도로교통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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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영상물 관람과 교통사고 유형 및 사고 현장 사진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음주운전 예방 다짐, 인간의 존엄성 등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음주운전 습관의 주요 원인은 음주량에 대한 과신, 사고 가능성에 대한 인식 부재, 경찰의 음주 단속에서 훈방된 경험 등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교통사고 시 운전자는 본능적으로 운전대를 운전석으로 돌립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의 대부분은 음주운전일 때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맨정신으로 운전할 때 당신 옆에 아내가 있다면 아내를 위해 희생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한 응답자는 "예"라고 대답했습니다. 박수가 터졌습니다. 그 이유가 "다 늙은 마당에 이제는 아내밖에 없기 때문"이랍니다. 피식 웃음이 터졌습니다. 왜냐하면 맨정신일 때 발생하는 교통사고에서 아내를 지키려는 아름다운 희생보다,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게 먼저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음주운전은 한 생명을 죽일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음주운전에 대한 갈등은 사고에 대한 두려움보다 적발에 대한 염려 때문입니다. 만약, 음주 운전으로 인해 당신의 자녀가 죽는다면 어떻게 대처할까요. 음주 운전자를 용서할 수 있을까요?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니까요. 남편의 음주운전을 막으려는 아내의 필사적인 노력도 소개됐습니다.

"아내가 술 마시고 운전하는 남편 버릇을 고치려고 경찰에게 아파트 앞에서 단속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남편은 단속에서 면허가 취소됐고요. 아내는 남편에게 음주단속을 요구한 사실을 실토했습니다. 남편은 화를 참으며 이유를 물었지요. 그 아내는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당신만한 사람이 없다, 나는 당신과 같이 오래 살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답했답니다."

그렇습니다. 음주운전은 '나만 재수 없어 걸렸다'가 아닌, 처음부터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필요합니다. 오후 5시, 특수교육 필증과 함께 배움과 깨달음을 얻고 집으로 왔습니다. 앞으로 운전 면허증을 따면 결코 음주운전은 없을 겁니다. 이는 아내 위한 마음이자, 타인과 나를 위한 다짐이었습니다. 이런 남편에게 아내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당신, 오늘 교육받으러 가서 뭐 배웠어?"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음주운전, #아내, #운전면허 취소, #도로교통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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