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이토 도시야, 오하라 미치요 글 / 홍성민 옮김 / 양승규 사진,사진글 / 공명출판사
▲ 행복한 나라 부탄의 지혜 사이토 도시야, 오하라 미치요 글 / 홍성민 옮김 / 양승규 사진,사진글 / 공명출판사
ⓒ 공명

관련사진보기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딜까? 지난 1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7000달러의 경제선진국 노르웨이가 3년 연속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그 뒤를 따르는 국가들도 경제선진국으로서, 평가 항목은 자유, 국가경영, 교육, 경제, 안전, 기업가 정신 등 8개 항목이다. 한국은 27위라고 한다.

새 정부의 대통령도 국민의 복지와 행복을 공약으로 당선되었으나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들린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리고자 하는 보편적인 복지와 행복이 자본주의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이 엿보인다. GDP로 따지면 우리의 10분의 1에 불과한 히말라야의 작은 나라 '부탄'의 행복을 통해서 우리가 원하는 지속가능한 삶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국가행복지수를 GNP(Gross National Product, 국민총생산),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가 아닌 GNH(Gross National Happiness)를 통해 매기도록 국가정책으로 실행한 나라,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 '부탄'은 지구촌 인류가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이정표를 보여주고 있다. <행복한 나라 부탄의 지혜>라는 책을 통해서 무한경쟁과 속도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성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부탄은 중국와 인도 사이에 위치한 히말라야의 산악국가로서, 인구가 70만 명이 안 되며 면적은 경기도 광명시 크기에 불과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0달러로 개발도상국에 속하지만, 그것은 자본주의 경제논리에 따른 숫자일 뿐, 부탄에서는 돈의 가치로 행복의 기준을 삼지 않는다. 해발 7000미터의 산봉오리가 즐비한 부탄에서는 외화 벌이를 위해 등반을 허용했다. 인구의 90%가 농업에 종사하는 부탄에서는 농민들이 등산객의 가이드와 짐을 나르는 포터(짐꾼)로 일을 하도록 하였다.

"우리는 일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부탄인이 즐겨쓰는 말이다. 여기서 '일하지 않는 사람'이란 산악인을 말한다. 부탄 사람들에게는 일부러 산에 오르기 위해 부탄까지 찾아오는 외부인이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가이드와 포터 일을 하는 자신의 행위를 부끄럽게 여겼던 농민들은 내키지 않는 일을 할 수 없었던지 농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국왕에게 하소연을 하였다. 국왕은 "우리에겐 외화를 가져오는 등산객보다 밭에서 일하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말로 농민들이 농사에 전념하게 하였다. 주요 외화 벌이였던 등반은 2년 만에 중단되었고 부탄에는 아직도 7000미터급 고봉들이 미답봉(아무도 오르지 않는 산)으로 남아 있다.

농업국가 부탄의 농사는 무농약 유기농이다. 한때 국가정책으로 인체에 무해할 정도의 까다로운 기준으로 선별한 화학농약을 권장하기도 했지만 곧 폐지되었다. 한국에도 1960~1970년대에 국가 정책으로 화학농약이 농촌에 보급될 때, 전통농법을 고수하며 반대했던 농민들이 경찰에 불려가서 사상검증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나이 지긋한 농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국가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행하지 않는 나라에서 국민이 행복하지 않을 리가 없다.

강대국과 부자를 꿈꾸지 않는다

미국과 소련이 냉전을 겪던 시기에 약소국 부탄은 두 나라와 관계를 맺지 않았다. 미국에서 경제적인 지원을 제안했지만 거절했고, 작은 나라들과 관계를 맺었다. 강대국 어느 한쪽과 우호관계를 맺게 되었을 때 힘의 논리에 빠지는 위험을 알고는 균형 있는 국가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또한 주변 국가들이 강대국의 원조를 받아서 빠른 산업화를 통해 그 나라의 고유한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폐해를 지켜보았기 때문에 근대화를 서두르지도 않았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텔레비전과 인터넷 휴대전화가 도입되었고 자동차는 수도 '팀부'를 제외하고는 부탄에서는 낯선 것들이다. 부탄의 싱크 탱크로 불리는 부탄연구센터의 카르마 우라 소장은 빠름에 대한 것들을 경계한다.

"경제적인 윤택함을 위한 생활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희생되고, 자연을 접촉하는 기회가 줄게 되어 결국 건강을 해치게 된다. 근대화가 초래하는 폐해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근대화를 주의 깊게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본문 중에서

부탄을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 것은 부탄만의 독특한 외국인 여행규정 때문이다. 부탄을 여행하려면 하루 체재비로 200달러를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기본적으로 가이드, 식사, 차량, 운전사가 기본제공되는 가격으로, 가벼운 배낭여행은 꿈도 못 꾼다.

이러한 규정을 둔 것은 작은 나라에 많은 여행객이 찾아와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완전개방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연구하여 급격한 변화보다는 서서히 받아들이는 정책을 고수하는 측면도 있다.

자연을 보호하고 행복을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

부탄의 헌법에는 산림이 국토의 60%를 밑돌지 않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산림은 현재도 그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세계자연보호기금에서도 부탄을 생물 다양성의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탄 국민들이 환경과 자연을 보호하고, 숲의 나무를 함부로 베지 않는 것에는 자연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오랜 관습이 헌법보다 앞선 국민의식에 따른 것이다.

농민들 대부분은 자신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3대 국왕은 농노를 해방시키고 귀족 소유의 땅을 농민들에게 배분해주고 국왕 소유의 땅도 나눠줬다. 이 같은 정책을 지금의 5대 국왕까지 대대로 하고 있다. 무조건 땅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부정은 없는지 철저히 조사를 한 후에 나눠주는 정책에서 국민의 행복을 우선하고 농업을 지속가능한 삶의 방편으로 알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부탄에도 빈부격차는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고 국가에서는 그 간격을 좁히려고 노력한다. 절대빈곤층이 없으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내버려두지 않는 관습이 있다. 그래서 노숙자가 없고 고아원과 양로원이 없다. 부양할 사람이 없으면 친척이 맡는 관습이 있고, 그마저도 안 되는 경우는 마을에서 보살피는 공동체문화가 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교육, 의료와 같은 복지정책은 어떨까? 당연히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국가가 맡아서 해준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이면 무료라는 것에 솔깃해하지는 않는다. 모국어를 사용하지만 영어를 유치원부터 교육하는 것은 외국인에 대한 배려라고 한다면 너무 관대한 해석일까?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우리나라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내각을 구성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다. 위장전입, 탈세, 군면제 정도는 특권층의 선물로도 여겨진다. 과거 외세의 침입이 있었을 때 부탄의 국왕은 아들까지 앞세워 최전선으로 달려갔다. 부탄에서는 공직에 있는 사람이 뇌물과 같은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일은 거의 없다. 불교의 가르침에 따른 생활방식으로 나쁜 짓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과 윤회를 따르는 믿음 때문이라고 본다.

편리한 과학문명이 지속가능성을 파괴한다

수도 팀부를 벗어나면 도시와는 다른 농촌풍경이 펼쳐지는 부탄에도 자동차도로가 연장되고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서서히 보급되고 있다. 휴대폰은 부탄의 산악지형에서 아주 유용한 물건이 되었지만 전파를 타고 물밀듯이 들어오는 바깥세상의 저급한 문화와 생활방식에 부탄의 젊은이들은 흔들리고 있다.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간소한 결혼식과 서로를 존중하는 이혼문화가 점차 재산을 둘러싼 법정다툼의 이혼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부탄의 미래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염려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97%의 국민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 부탄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의 모습들은 여전히 세계의 모범이 될 만하다.

덧붙이는 글 | <행복한 나라 부탄의 지혜> 사이토 도시야·오하라 미치요 씀, 홍성민 옮김, 공명 펴냄, 2012년 10월, 224쪽, 1만3000원



행복한 나라 부탄의 지혜 - 97퍼센트가 행복하다고 느끼다

사이토 도시야 외 지음, 홍성민 옮김, 양승규 사진, 공명(2012)


태그:#부탄, #지속가능성, #히말라야, #무상교육, #무상의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