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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중앙로역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모두 192명이 목숨을 잃었고 151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유가족들은 아픔을 잊지 못하고 부상자들도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사건은 마무리되지 않고 유족들과 대구시는 반목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대구지역 인터넷 언론인 <뉴스민>, <티엔티뉴스>와 공동으로 당시 사고를 되짚어보고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의 안전을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3호선 모노레일
 3호선 모노레일
ⓒ 대구지하철건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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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도시철도는 두 차례나 대형 참사를 겪었다. 1995년 4월28일 대구 지하철 1호선 공사 현장이었던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는 인근 영남중학교 학생을 포함해 10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003년 2월 18일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선 사망자 192명, 부상자 151명을 남기는 세계 최악의 지하철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구는 '사고 도시'라는 오명을 얻었다.

때문에 2014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인 도시철도 3호선의 안전도 대구 시민에겐 매우 민감한 문제다. 재난은 예방만이 최선의 대책이다. 따라서 안전 문제는 건설 단계에서부터 고려해야 한다. 현재 총괄공정 60% 상태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안전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10m 허공 위에 비상대피로 없는 모노레일

2009년 대구시는 전국 최초로 총길이 23.95㎞, 30곳의 정류장을 가진 무인 모노레일 도시철도 건설에 착수했다. 대구시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녹색교통수단'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통 1년을 앞둔 현재 안전상의 문제점이 여러 경로로 지적되고 있다. 먼저 지상 10m 레일 위를 달리는 3호선에 비상 대피로가 없다는 점이다. 철(凸)자 모양의 궤도빔 위를 요(凹)자 모양으로 뒤집은 홈이 파인 도시철도 3호선 열차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대피로 설치 공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10m 허공에 대피로가 없다는 것은 도시철도 3호선 안전 문제의 출발점이 된다. 차량에 문제가 생겨 정차하거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로가 없는 승객들은 열차 안에서 무작정 구조대를 기다리며 불안에 떨어야 한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이하 건설본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차량이 자체적으로 인근 역까지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며 "고장 장치만 기능을 정지하고 나머지 장치로 운행할 수 있는 2중 설계"라고 설명했다.

고장 난 차량은 기능을 정지시키고 나머지 차량만으로 정상 운행이 가능토록 한다는 복안이다(도시철도 3호선은 3개 차량이 열차 한 편을 구성한다). 또 스스로 운행할 수 없는 고장이 발생하면 후속 열차를 고장열차에 연결해 인근 역까지 운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예측할 수 없는 고장으로 장시간 조치 및 운행이 불가한 상황을 대비해 나선형 지상탈출 장비를 열차 당 4개 탑재하고 전후 열차 대피용 비상문을 열차 당 2곳 설치, 반대 선로 열차 대피용 건넘판을 정거장 당 4개 비치하는 등의 대책도 세워놓았다고 한다.

장거리 대중교통을 무인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은 검증 안돼

대구도시철도 3호선. 지상 10M 위를 지나는 모노레일로 2014년 10월 개통 예정이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지상 10M 위를 지나는 모노레일로 2014년 10월 개통 예정이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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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건설본부는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책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지적된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한 완전 무인 자동운전 시스템이다.

이덕상 대구지하철노조 정책실장은 "장거리 대중교통 수단을 무인으로 운영하는 모노레일 시스템은 전혀 검증된 적이 없다"며 "대피로가 없고 무인 시스템으로 비상조치 인력마저 두지 않는다면 위기 발생 시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의 지적처럼 열차에 직원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2003년 중앙로역 지하철 화재 참사도 1인 승무제로 인한 초기 대응 실패가 주원인이었다. 당시 방화는 기관사가 있는 기관실의 정반대 편에서 발생해 기관사가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건설본부는 "이미 국내외에 무인 시스템이 정착돼 있고, 안전요원 1명을 열차에 배치할 계획"이라며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본부 관계자는 "부산 4호선, 의정부, 김해 등에서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고 외국의 경우 두바이, 미국 라스베가스, 일본 마이하마 노선 등이 무인 모노레일로 운영 중"이라며 무인 시스템이 이미 검증을 마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산 4호선, 의정부, 김해 등을 대구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모노레일로 운영되는 대구와 달리 다른 지역은 AGT(자동유도차량)시스템으로 운행하고, 철도도 슬라브 구조로 안전 대피로가 확보돼 있다. 또 노선 길이도 부산 4호선 12.7km, 의정부 11.1km, 김해 22.9km로 대구보다 최소 1.05km, 최대 12.85km까지 짧다. 모노레일로 운영 중인 외국의 경우에도 노선 길이가 두바이 5.45km, 라스베가스 6.4km, 마이하마 5.0km로 대구에 비해 현저히 짧거나 관광, 관람용으로 운행하고 있다.

더군다나 건설본부가 밝힌 안전요원 배치도 머지않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대구지하철 노조는 염려한다. 이덕상 대구지하철노조 정책실장은 "부산도 처음엔 무인 역사, 무인 운전으로 개통했지만 운행 초기 많은 문제가 발생하자 안전요원을 탑승시켰지만 지금은 철수한 상태"라며 "개통 이후 1년 정도는 안전화 단계를 거쳐야 해 안전요원을 탑승시키겠지만 이후 요원을 철수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의 주장처럼 안전화 단계를 거친 후 안전요원을 철수 시키면 3호선은 총 30개 역사 중 6개 역사에 상주하는 직원 70명(2008년 대구시 기본설계안 기준)이 모든 역사를 관리하게 된다. 이는 역 관리 인원이 290명에 달하는 2호선의 24% 수준에 불과하다.

건설본부가 최근 펴낸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차량 안전설비 현황'을 보면 건설본부는 기본적으로 "고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성 있는 제품선정", "고장이 발생해도 고장장치만 정지하는 2중계 설계", "운행 불가능할 경우 구원운전 기능" 등을 들고 있지만 돌발 위기상황은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 대피로가 없고, 안전요원이 1명인 상황에서 레일 위에서 고립되거나 화재 등의 돌발 위기상황이 발생한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단 1%의 사고 가능성도 대비해야
모노레일의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승객들이 빠져나올수 있도록 만든 스파이럴 슈트
 모노레일의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승객들이 빠져나올수 있도록 만든 스파이럴 슈트
ⓒ 경북대 홍원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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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과 같이 많은 대중이 이용하는 시설은 단 1%의 사고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지난해 2월 홍원화 경북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결과는 3호선 안전 문제에 주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홍원화 교수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승객이 레일 위에 고립돼 구조대의 구조를 기다려야 할 경우 일부 구간은 구조대 도착까지 8분이 초과해 위험 구간으로 분류됐다.

20대 남녀 30명을 대상으로 나선형 지상탈출 장비(스파이럴 슈트)를 이용한 탈출 실험을 실행한 결과 장비 설치에만 평균 73초가 걸렸고, 1명이 피난을 완료하는데 평균 9.37초가 필요했다. 상대적으로 운동신경이 발달한 20대 30명이 유사시 장비를 이용해 탈출하는데 평균 6분이 소요되는 셈이다.

10년 전 중앙로역 지하철 화재참사 당시 1079호 차량에서 발생한 불이 맞은편 차량에 옮겨 붙기까지 3분이면 충분했다. 물론 당시 지하철의 내장재 등이 불에 취약한 자재로 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실험 역시 운동능력이 좋은 20대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탈출 시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3호선 구간 중 금호강과 신천을 가로지르는 구간과 고속도로 위를 지나는 구간은 장비를 이용해 탈출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홍 교수팀의 연구 이후 건설본부는 금호강, 신천 구간에는 별도의 대피통로를 확보한다는 계획 아래 차량에 대피로로 대피할 수 있는 이동식 사다리를 비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고속도로 구간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고속도로 상부에서 고장 및 사고 발생 시 구원운전을 실시한다'는 계획만 세웠을 뿐이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인시스템으로 운행하는 모노레일의 경우에는 조그만 사고라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번 지하철참사 10주기를 맞아 안전에 대한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뉴스민>, <티엔티뉴스>가 공동으로 취재했습니다.



태그:#대구지하철참사?10주기, #모노레일,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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