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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3월 18일 오후 2시 10분] 

새벽에 만난 물 긷는 자매 중 동생
▲ 물 긷는 아이 새벽에 만난 물 긷는 자매 중 동생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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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까마귀 울음소리에 잠을 깹니다. 밖에 나와보니 여전히 세상은 한밤중입니다. 숙소 건너편 가게 주인만이 불을 밝히고 부지런히 가게 앞을 빗질하고 있습니다.

페와호수를 따라 산책을 시작합니다. 신문과 우유를 배달하는 젊은이, 바구니에 빵을 가득 담고 호객 행위를 하는 소녀, 도로가에 불을 피우고 찌야(네팔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차)를 끓이는 아주머니 등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새벽을 깨우고 있습니다.

산책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올 때 어린 자매를 만났습니다. 이제 겨우 10살 남짓한 자매지만 손에는 물동이가 들려 있습니다. 공동 수돗가에서 물을 길러 집으로 가는 길인 것 같습니다. 한참을 앞서가던 언니가 자신의 물통을 내려놓고 동생에게 가서 동생의 물통을 들어 줍니다. 동생을 배려하는 언니의 마음에서 포카라의 아침은 밝아옵니다.

트레킹의 조력자 포터

이번 트레킹에서 사용한 카고백과 배낭
▲ 카고백 이번 트레킹에서 사용한 카고백과 배낭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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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트레킹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푼힐 전망대를 거쳐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ABC)에 갈 예정입니다. 트레킹은 극기 훈련이 아니기에 가이드나 포터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물론 젊고 패기가 있는 젊은이라면 혼자서도 가능하겠지요.

우리는 어제 여행사를 통해 포터 4명을 고용하였습니다. 4명 중 한 명은 스페셜 포터입니다. 스페셜 포터는 다른 포터들을 리드하고 트레커와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트레킹을 출발하기 직전 황당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스페셜 포트는 카고백(트레킹용 가방)이 아닌 배낭을 메야 하고 짐의 무게는 15kg을 초과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다른 포터들의 짐도 1인당 하나의 카고백과 무게가 20kg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공정 트레킹

나야풀에서 볼 수 있는 마차푸차레 모습
▲ 마차푸차레 나야풀에서 볼 수 있는 마차푸차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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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풀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며
▲ 트레킹을 시작하며 나야풀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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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 트레킹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와 같은 인격체인 가이드나 포터의 권익과 안전을 위한 장비, 보험, 복장 등을 갖추자는 취지입니다. 저 역시 공정 트레킹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전에 공지하지 않고 출발 당일에 이야기를 꺼내니 조금 황당합니다.

카고백을 열어 불필요한 짐을 꺼내 여행사에 맡기고 다시 저울에 달아서 무게를 확인하니 그들도 납득을 합니다. 트레커와 포터 사이에 불협화음이 발생하면 서로 피곤할 것인데 사전에 중재하지 않은 여행사 사장에게 슬며시 화가 치밉니다. 

포터 4명과 트레커 5명이기에 미니 밴을 이용하여 나야풀로 출발합니다. 나야풀은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ABC)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입니다. 물론 최근 하산을 할 때 지누단다에서 포타나와 톨카를 거쳐 페디나 카레로 오는 트레일이 있지만 말입니다.

비렌탄티에 있는 체크포스트 모습
▲ 체크포스트 비렌탄티에 있는 체크포스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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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나야풀에서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나야풀 초입에서 우리를 반기는 것은 웅장한 마차푸차레입니다. 네팔 사람들이 성산(聖山)으로 생각하는 마차푸차레는 그 모양이 물고기의 꼬리를 닮았다 하여 피시테일(Fish tail)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마차푸차레가 계곡 사이로 살짝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트레커들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두 발로 걸어 신의 산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비렌탄티(1100m)에 도착하자 퍼밋(허가증)과 팀스(피고용인을 위한 보험)를 검사하기 위한 체크포스트가 있습니다. 비렌탄티에서 오른쪽은 간드롱을 통해 ABC 가는 길, 왼쪽은 고라파니를 통해 푼힐 가는 길입니다.

우리는 푼힐을 거쳐 ABC로 갈 것이기에 왼쪽 길로 접어듭니다. 트레일은 완만한 경사와 넓은 신작로(?)로 시작됩니다. 이곳도 짚차가 다니는 것 같습니다. 도로 주위에는 롯지(숙소) 공사가 한참 진행 중입니다. 우리는 바쁠 것 없는 트레커이기에 전망 좋은 곳에서는 맥주 한잔으로 오르막에서는 오렌지로 갈증을 해결합니다.

주민들의 삶의 모습

힐레 가는 길에서 만난 오렌지 파는 모녀
▲ 오렌지 파는 모습 힐레 가는 길에서 만난 오렌지 파는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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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트레킹의 장점은 해발 3000m까지는 마을과 주민들의 삶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무를 해 오는 아이의 모습, 논에서 열심히 감자를 심는 젊은 부부의 모습, 양지바른 곳에 모여 열심히 도박(?)을 하고 있는 아저씨들의 모습까지 히말라야는 산과 삶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지나가는 트레커에게 '나마스테' 하며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합니다. '나마스테'란 "내 안에 있는 신이 당신 안에 있는 신에게 인사를 드립니다"라는 의미를 지닌 네팔과 인도의 인사말입니다. 네팔의 인구 수만큼이나 존재하는 힌두교의 신들이 두 손을 모아 전하는 인사는 따스하면서도 정감이 있는 인사말입니다.

계획은 계획일 뿐

힐레 숙소 모습
▲ 힐레 숙소 힐레 숙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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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과 박석이 깔리 아름다운 힐레
▲ 힐레 모습 돌담길과 박석이 깔리 아름다운 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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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트레킹 목적지는 울레리(2120m)였습니다. 오늘 조금 힘들면 편안한 내일 될 것이기에 울레리까지 가기로 하였지만 계획은 계획으로 끝나야 묘미가 있겠지요. 우리는 울레리 훨씬 못 미친 힐레(1524m)에서 멈춥니다.

푼힐 트레킹을 위한 고라파니까지는 어차피 2일이 소요되기에 첫날 완급 조절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고 조금 약삭빠르고 여성들에게 인기 좋은 스페셜 포터(이름은 시바스)가 힐레의 숙소를 추천하기에 귀가 얇은 저는 계획을 변경하여 이곳에서 1박을 결정합니다.

우리나라 트레커들이 많이 찾기 때문인지 롯지 직원들은 "오빠", "소주" 등 몇 마디의 우리말을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히말라야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노래 한 곡의 영향이 미친 파급 효과는 지대한 것 같습니다.

이번 트레킹 기간 동안 1인 1실을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전기도 난방도 되지 않는 숙소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에 대한 생각과 자기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의 기회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태그:#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푼힐, #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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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자발적 백수가 됨. 남은 인생은 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실행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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