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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즈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카페트를 파는 곳에서 남 사하라 지역에 사람들이 스카프를 두르는 방법을 직접 보여줬다.
 카페트를 파는 곳에서 남 사하라 지역에 사람들이 스카프를 두르는 방법을 직접 보여줬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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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아직까지 축제가 한창이다. 오늘 음악축제를 한다더니 자정이 지난 지금까지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모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나보다. 

여기는 페즈. 일 년 만에 언니와 다시 찾은 페즈. 언니 앞에서 한번 모로코에 왔었다고 조금 아는 척을 했지만 도대체 이 도시에서는 아는 척을 할 수가 없다. 워낙 길이 미로 같아서 오히려 길눈이 밝은 언니가 지도를 보며 여기저기 길을 잘 찾았다. 

작년에 페즈를 찾았을 때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반나절 밖에 있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페즈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어서 좋다. 페즈의 밤은 아름답다. 숙소 위에서 어둠이 깔린 페즈를 보자면 골목골목 잔잔하게 켜진 주황색 조명 아래 어떤 사람들이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저절로 궁금해진다.

 페즈에서 가장 유명한 가죽공장. 모든 색깔을 자연에서 얻어낸다고 한다.
 페즈에서 가장 유명한 가죽공장. 모든 색깔을 자연에서 얻어낸다고 한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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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 페즈 여행에서도 예외 없이 자기가 나서서 도시를 구경시켜준다는 사람이 골목마다 한 명씩 나타난다. 여자 둘인지라 신중에 신중을 다해서 그런 사람들을 살폈지만 도통 누가 진심이고 누가 흑심을 가지고 다가오는지 알 수가 없다. 낮 동안에는 저번에 왔을 때와 같은 코스인 천연염색 가죽공장을 구경하고 여자들이 수공예로 운영하는 아르간오일 파는 가게에 들렀다가 수공예 카펫 가게에 들렀다.

 페즈의 골목. 워낙 길이 미로여서 이 도시에서는 아는 척을 할 수가 없다.
 페즈의 골목. 워낙 길이 미로여서 이 도시에서는 아는 척을 할 수가 없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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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초가 되어 집에 오는 길에는 조금 어려보이는 남자 두 명이 말을 건다. 묻는 말에 대답을 해주니 어느새 우리와 함께 걷고 있다. 둘 다 막 20살이 된 대학생이라고 한다. 동양여자 둘이 특이한지 이것저것 물어본다. 

이야기 하다가 난데없이 자기는 모로코 여자와는 결혼하기 싫다고 한다. 답답하다는 이유였다. 새로움을 찾으러 모로코에 온 우리였지만 역설적으로 모로코에 있는 사람은 모로코 말고는 모든 게 새로울 것이다.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날이 어두워지고 숙소를 찾아가는 길에 모르는 골목이 나오자 언니와 나는 극도로 긴장했다. 

결국은 그 골목은 숙소로 향하는 지름길이었다. 오늘 음악축제를 하는데 같이 갈 생각이 없냐며 끝까지 물어봤지만 저녁에 돌아다니는 게 걸려 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거절했다. 구경시켜줘서 고맙다는 악수로 우리는 헤어졌다. 가끔 내가 너무 사람들을 믿어서 탈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을 믿기 때문에 좋은 사람 또한 많이 만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녹초가 되어 숙소에 들어온 침대와 하나 되어 음악 축제를 감상했다. 페즈 전체에 울리는 경쾌한 템포의 아랍어로 된 모로코 음악이 한밤의 꿈같이 느껴진다.

 수업중이 페즈의 어린이
 수업중이 페즈의 어린이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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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레... 모로코에서 느낀, 집에 돌아온 기분!

지구 반대편에 나를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다. 살레(Sale)에 돌아오니 정말 집에 돌아온 기분이다. 이렇게 다시 모로코에 돌아올 수 있으니 프랑스에서 공부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까지 든다.

작년 IT봉사단원으로 왔을 때 컴퓨터 교육을 하는 기관의 기관장이었던 아지즈 아저씨는 일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살레역에서 아저씨는 1년 전과 같은 셔츠에 같은 바지, 같은 모로코 전통신발로 우리를 맞이한다.

 금요일 마다 먹는 모로코 전통음식 쿠스쿠스. 야채와 함께 손으로 동그랗게 만들어서 먹는다.
 금요일 마다 먹는 모로코 전통음식 쿠스쿠스. 야채와 함께 손으로 동그랗게 만들어서 먹는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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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오는 택시 안에서는 작년에 같이 왔던 다른 단원들의 안부를 물으신다. 마을 사람들이 아직도 그리워하고 있다며 같이 왔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신다. 아저씨 집에 도착하니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저씨의 딸 유스라가 보인다. 그렇게 장난꾸러기였는데 1년 만에 숙녀가 다 됐다. 오랜만에 보는 거라 그런지 처음에는 새침하게 있다가 금세 장난을 친다. 말썽을 너무 많이 쳐서 항상 외가에 격리(?)되어 있던 둘째 아민은 사교성이 조금 더 는 것 같다. 항상 나를 보면 줄행랑을 치곤했는데 이제는 와서 애교도 부린다.

짐을 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이야기 하다가 기도시간이 되면 홀연히 사라지는 독실한 이슬람 청년 아하메드도 다시 만나고, 항상 수업시간에 맨 앞에 앉아서 수업을 듣던 이삼 아저씨도 만났다.

아지즈 아저씨와 메리엄 아주머니의 가족들과 인사 한나절, 마을 사람들과 인사 한나절 이렇게 다시 살레에 온 신고식을 했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통 복장을 입은 나와 언니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통 복장을 입은 나와 언니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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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지즈 아저씨가 다시 한 번 살레에 초대한 건 처제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여행 일정과 맞지 않아서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 대신 아저씨는 결혼식 동안 찍은 동영상을 핸드폰으로 보여주셨다. 여자 가족에서 선물하는 소를 남자 집까지 끌고가는 영상이었다. 마을 사람 전체가 축복을 의미하는 소리를 내며 같이 걸어가는 장면이었다. 워낙 성대해서 놓친 것이 후회되었다.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부와. 신부는 손의 헤나와 화려한 화장과 전통의상으로 결혼식에 임한다.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부와. 신부는 손의 헤나와 화려한 화장과 전통의상으로 결혼식에 임한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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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지즈 아저씨는 아직 한 번도 모로코식 결혼식을 보지 않은 언니를 위해 우리를 또 마을 사람의 결혼식에 초대해 주셨다. 작년에 모로코 결혼식에 두 번 참가해보고 깨달은 교훈은 모로코 결혼식에 참가하려면 춤을 잘 춰야 한다는 것.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흔드는 곳이 없을 정도로 결혼식 동안 모두가 정열적으로 춤춘다.  

이번 결혼식에서는 특히나 할아버지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지팡이를 치켜들고 신나게 어깨춤을 추던 할아버지가 인상 깊다. 나와 그 할아버지가 같이 춤을 추다가 체력이 바닥나서 나리언니한테 바통터치를 했더니 역시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마을에 울려 퍼지는 노래는 저녁 내내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밤새 진행되는 결혼식에서 빠질 수 없는 건 가족들과 하객들의 춤이다.
 밤새 진행되는 결혼식에서 빠질 수 없는 건 가족들과 하객들의 춤이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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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 다시 돌아갈 이유, 사람

모로코에 있던 시간은 항상 이렇게 꿈같이 지나간다. 내가 정말 모로코, 살레에 있었다는 걸 이야기해주는 건 손과 발에 흐릿하게 남은 헤나 뿐, 내가 거기에 있었는지 싶을 정도로 금방 아늑해 진다.

 어린 나이에도 성숙하고 여성스러운 유스라. 이 동네에서 헤나 장식은 유스라의 손을 안 거치고 지나칠 수 없다.
 어린 나이에도 성숙하고 여성스러운 유스라. 이 동네에서 헤나 장식은 유스라의 손을 안 거치고 지나칠 수 없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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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짧은 시간이어서 다시 만나고 싶었던 사람도 다 못 만났지만 그래도 다시 살레에 돌아와서 다시 안부를 전하고, 우리언니에게 모로코의 일상생활을 엿보게 해 준 것 만해도 감사하다. 이번에 살레에서 지낼 때는 메리암 아주머니 가족들에게 많이 신세를 지었다. 밥도 항상 메리암 아주머니의 부모님 집에서 먹었다.

한국에서는 드문 일이지만 아지즈 아저씨네 가족은 친가 외가 전부 같은 마을에 살고 다 도보로 5분 내외의 거리에 있다. 금요일에 꾸스꾸스를 먹는 날이면 동네 곳곳에 사는 가족들이 다 모여서 먹기 때문에 20명 가까이 되는 가족이 음식을 놔두고 둘러앉아 두런두런 점심을 먹곤 했다. 유쾌하신 메리암의 작은아버지도 같이 식사를 하게 되는 날이면 옆구리 아플 정도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모로코 전통 음식인 타진과 꾸스꾸스. 금요일마다 먹는 꾸스꾸스는 모든 가족이 모이는 장이 된다.
 모로코 전통 음식인 타진과 꾸스꾸스. 금요일마다 먹는 꾸스꾸스는 모든 가족이 모이는 장이 된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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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살레가 다시 그리워서 이렇게 다시 온 건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의 이국적인 풍경도, 먹을수록 점점 맛있어지는 음식도 아닌 바로 사람들이다. 저녁에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기도가 끝나고 모스크에서 나오는 사람들과 안부를 전하느라 몇 발짝 못가서 계속 다시 서고, 앞집 뒷집 아이들이 옹기종기모여서 하는 카드놀이에 규칙도 모르면서 끼고, 아하메드가 아이들과 마당에서 축구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하루하루 느끼는 사람사이의 따듯함을 잊을 수 없어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기도시간이 되면 마을 사람 한 둘이 질레바를 입고 한 손에는 기도할 때 땅에 까는 양탄자를 들고 모인다. 기도가 끝나면 모스크 주위는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장으로 변한다.
 기도시간이 되면 마을 사람 한 둘이 질레바를 입고 한 손에는 기도할 때 땅에 까는 양탄자를 들고 모인다. 기도가 끝나면 모스크 주위는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장으로 변한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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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를 떠나기 직전 아지즈 아저씨 가족에게 지금까지 찍었던 사진을 인화해서 한국에서 보내드리기로 했다. 그런 김에 아지즈 아저씨가족의 가족사진을 찍어 드리기로 했다. 나와 언니가 아지즈 아저씨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즐거운 추억을 선사했길 바라며 하나, 둘, 셋 찰칵!

 아지즈 아저씨가족의 가족사진을 찍어 드리기로 했다. 둘, 셋 찰칵!
 아지즈 아저씨가족의 가족사진을 찍어 드리기로 했다. 둘, 셋 찰칵!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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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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