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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호씨는 이번 설 처음으로 명절보너스를 받았다. 기간제 근로자로 일할 때는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다. 2004년부터 경기도 안산시에서 산림·배수로를 정비하며 기간제 근로자로 일했던 정씨는 올해 1월 무기계약직이 됐다.

정찬호씨는 1월 15일 정규직이 됐다.
▲ 경기도 안산시에서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정찬호씨 정찬호씨는 1월 15일 정규직이 됐다.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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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이지만 58세까지 정년을 보장받게 된 정씨는 "보통 12월이면 계약이 끝나고 재계약이 안 될까봐 마음이 불안해 잠들지 못했는데, 이제는 두 발 뻗고 잘 수 있다"며 웃었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시간당 최저임금이었던 정씨의 월급은 경력이 인정되는 호봉제로 바뀌었다. 시간외 수당도 받을 수 있다. 그는 "일이 달라진 건 아니지만 일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는 1월 15일 정씨와 같은 비정규직 상시 근로자 5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안산시 총무과 인사계 임은철씨는 "비정규직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 안산시의 예산이 추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점차 많은 분들을 정규직화 하겠다는 게 현 시장(김철민)의 공약이었고 이를 지켰다"고 말했다.

"기쁘지만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농업기술센터 분석보조원으로 일했던 송옥순씨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기쁘지만 아직까지도 어리둥절하다"는 송씨는 "보통 계약을 3월에 새로 하기 때문에 겨울에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정규직이 된 덕분에 올해 처음으로 2월에 일을 한다"며 "남들은 눈 내리는 날 출근이 힘들다고 하는데, 마냥 좋았다"고 말했다.

송씨는 정규직이 된 후 가장 좋은 점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언제 잘릴지 모르니까 적금 같은 건 엄두도 못 냈었다"며 "올해 처음 적금이라는 걸 들어봤다" 고 웃었다. 또 최근 "집을 넓혀 이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앞으로도 하나씩 다른 계획을 세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정년 60세를 보장받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의료급여, 호봉제 전환으로 보수역시 155% 인상됐다. 휴가·의료보험 등 처우도 개선돼 준공무원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8월에는 비정규직 50여 명을, 2월 3일에는 51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만약 고용노동부에서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소극적 지침이 내려와도 기관장의 의지가 강하다면 정규직 전환은 더 많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안산시 관계자 역시 정규직전환이 가능했던 이유로 '시장의 의지'를 꼽았다.

한편 광주시 관계자는 "2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를 쓰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전환은 하지 않고 재계약만 계속하는 악습이 있는 곳도 있다"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습을 꼬집기도 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상시적 업무에 2년 넘게 고용한 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 '이게 끝이 아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정년을 보장받는 경우도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는 고백도 있다. 김성민씨(가명)과 박정민(가명)씨는 2011년, 서울메트로에 '지하철보안관'으로 입사했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지하철 성범죄 예방을 위해 도입된 지하철 보안관은 지하철 내 이동상인의 판매행위, 기부요청 행위 등 질서 저해행위를 계도 단속하고, 승객들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지하철 보안관인 이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에도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다고 말했다.
▲ 지하철 보안관 김씨와 박씨 지하철 보안관인 이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에도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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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와 박씨는 2012년 5월 무기계약직이 됐다. 박씨는 "재계약만을 기다리기 불안해 대학입학을 알아보는 등 다른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면서도 "막상 정규직이 되고 나니 재계약의 불안함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들은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은'점을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았다. 김씨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에도 기본급이 일급으로 계산된다. 최저 임금을 적용받는 셈이다"며 "이렇게 10년, 20년이 지속되면 일을 계속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무기계약직은 또 다른 이름의 비정규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같은 무기계약직이라도 처우는 시·도·산하기관 마다 다를 수 있다. 무기계약직에게 어떤 처우들을 제공해야 한다는 정해진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이 아닌 일반 정규직의 경우 호봉제는 물론 명절휴가비, 선택적 복지포인트, 자녀학비보조수당 등이 무조건 지급된다. 반면 무기계약직에게는 선택적으로 적용된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지하철보안관의 처우와 관련 "호봉제가 바로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점차 추진할 계획"이라며 "복지포인트, 건강검진 등 복지에 관해서는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34만1000여 명 가운데 9만7000여 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신나리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정규직, #무기계약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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