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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창간한 <오마이뉴스>가 오는 2월22일이면 창간 13주년을 맞는다. 내가 뉴스게릴라로 활동한 지 벌써 만 2년이 지났다. 처음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가 큰 고민이었다. 또 거듭되는 생나무는 '난 글쓰기에 소질이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창간 기념일에 즈음해 갓 입문한 시민기자 분들이 공감할지 모를 미천한 내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 기자말

2012년 2월22일, <오마이뉴스>에서 '2월22일상'을 수상했다. 우측은 우리 딸 영은이.
 2012년 2월22일, <오마이뉴스>에서 '2월22일상'을 수상했다. 우측은 우리 딸 영은이.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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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입문한 이유는 이렇다

난 지방직 6급 공무원이다. (농담으로) 카카오톡 스토리에 '7급 공무원이란 제목의 영화도 있고, 드라마도 있는데, 왜 6급 공무원은 없느냐. 해명하라!'라는 글을 올렸더니, 후배 직원이 명답을 냈다.

"강등하시면 되잖아요."

2007년 2월, 홍보담당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 길어야 2년이라고 생각했다. 전임자가 그랬고 그전 담당도 그랬으니 나라고 예외일 수 있겠나! 

'끝 발도 없는 부서, 대충 시간만 때우면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나겠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기왕 하는 것 폼나게 해보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다. 전임자가 보도자료를 일주일에 2~3건 만들던 것을 뭐가 잘났다고 난 하루에 3건을 만들고, 블로그를 활용한 홍보, 전 직원들의 홍보 요원 화, 트위터를 이용한 홍보, 할머니 리포터 등 소위 남들이 말하는 '하지 않아도 될 뻘짓'을 했다. 결과는 홍보담당 4년 3개월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강원도 최고령 홍보담당이란 말도 들었다.

당시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은 컴퓨터를 이용한 포털 뉴스 검색이었다. 내가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가 기사화가 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기사로 떴다면 어느 정도 크기로 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꼭 지면을 확인해야 했다.

열심히 공들여 A4용지 세 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썼는데, 기사로 채택되지 않았거나 두 줄짜리 단신으로 처리되었을 때는 잠시 맨붕이 된다. 거기까진 그래도 괜찮다. 열심히 쓴 기사가 뒤집혀을 경우에는 막말로 환장한다. 아무리 좋은 꺼리도 비스듬히 보면 삐딱해 보인다. 또 뒤집어서 보면 거꾸로 보인다. 습관인지 몰라도 꼭 그렇게 기사를 쓰는 기자도 있다.

차라리 내가 기자로 나서자. <오마이뉴스>시민기자로 등록했다. 보도자료를 기사 형식으로 고쳐 올렸다. 하루가 지나도 기사로 뜨지 않는다. 나중에 확인했더니 '생나무'란다. '생나무가 뭐야?'라는 궁금증은 곧 풀어졌다. <오마이뉴스>에서는 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기사를 '생나무'라고 한다.

올리는 족족 '생나무'다. <오마이뉴스>사이트를 뒤적였더니 '생나무 클리닉'이란 메뉴가 나온다. 내가 쓴 기사가 뭐가 문제인지 불쾌하다는 어투로 물었다.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글은 기사로 채택이 어렵단다. 그 정도의 글은 블로그에나 적합하단다. 다른 분들이 쓴 기사를 많이 읽어 보란다. 그 당시 오름, 으뜸, 버금, 잉걸기사를 참 많이 읽었다.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부터 쓰기 시작하자, 핵심이 무엇인지 찾는 연습도 하자.

2011년 1월, 강원도 화천에는 구제역이 심하게 돌았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몫을 담당하는 산천어축제를 취소해야 할 정도로 심했다. 공무원들은 본연의 업무나 민원 해결보다 구제역 방역이 우선이었다. 화천으로 연결된 국도를 비롯해 지방도 심지어 농어촌도로까지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밤을 꼬박 새워가며 소독약을 뿌려댔다. 그런데도 모 백화점에 국내 최고가의 한우를 납품한다는 거대 목장이 구제역에 무너졌다. 노골적인 비난은 아니었지만, 화살은 공무원들에게 향했다.

"신광태 기자님께서 쓰신 글을 보면 다른 분의 이야기를 다룬 것인데, 마치 본인의 경험을 말한 것 같이 쓰셨네요. 실제로 취재한 분의 이야기를 올려 주시겠습니까!"

<오마이뉴스> 어느 날 편집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떤 공무원의 밤샘 구제역방역에 대한 고충을 기사로 올렸는데, 마치 내가 경험을 한 것처럼 쓴 거다. 끙끙거리며 수정을 한 기사는 잉걸로 채택됐다. "기사 채택이 이런 기분이구나!" 막말로 '필' 받았다.

다음 기사가 연이어 으뜸과 오름 기사로 채택됐다. 내 이름을 단 글이 포털에 올려진다는 건 참 폼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당시 주로 쓴 기사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는 이야기'였다.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보도자료 작성하듯 객관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역시 '생나무'다.

"본인의 생각을 마치 사실인 양 쓰는 것은 기사가 될 수 없습니다," 

김현자 클리닉닥터는 그렇게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클리닉 내용에 맞추어 다시 기사를 작성한 결과는 잉걸뿐 아니라 오름 기사로 채택된 적도 있다. 그렇게 첫해 의욕적으로 기사를 쓴 덕분(?)에 2012년 2월22일 <오마이뉴스>창간 기념일에 수여하는 '2월22일상'을 받는 영광도 안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달의 기자상'도 받았다. 

당신은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오마이뉴스 메인화면의 '생나무' 메뉴를 이용해 보는 것도 매우 흥미있는 일이다.
 오마이뉴스 메인화면의 '생나무' 메뉴를 이용해 보는 것도 매우 흥미있는 일이다.
ⓒ 오마이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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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점치기를 해 보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다. 기사를 써 놓고 '이 정도면 으뜸 기사는 될 수 있겠다'라는 평가해 본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도 스마트 폰에 설치한 <오마이뉴스>어플리케이션은 아무런 소식이 없다. '생나무인가보다. 그건 아닐 텐데...'라는 생각으로 사이트에 접속해 '생나무' 메뉴를 클릭했더니, '검토 중'이란 표시가 되어있다.

<오마이뉴스> 사이트 우측 아랫부분에 있는 '생나무' 메뉴를 관찰하면 참 흥미롭다. 그곳에는 모든 시민기자들이 쓴 기사가 올라온다. '검토전'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아직 검토하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이고, 검은색 글자로 '검토 중'이라고 된 기사는 최소 잉걸 이상급 기사라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물론 예외도 있다. 흔치 않은 경우이지만, '검토 중'으로 되어 있다가 '생나무'로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무엇이 문제인지 자신이 올린 기사를 객관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감이 잡히지 않으면 클리닉 의뢰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충분히 버금급 이상의 기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붉은색으로 '검토완료'라고 표시된 게 있다. 검토가 끝났다는 의미다. 어떤 결과로 끝났을까? 정식기사? 노우~. 기사로 채택되지 않았음을 알리는 거다. 어떤 문제가 있어서인지, 기사로서 가치가 없는지 등의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클리닉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회를 잡았을 때 기사를 쓰는 것이 좋다. 미루다 보면 시기를 일실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강원도 고성 DMZ 박물관을 취재했다. 그곳에 전시된 삐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어렸을 때 북한에서만 삐라를 뿌린다고 선생님에게 배웠는데, 수십 배나 많은 양의 삐라를 우리 측에서 뿌린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미루고 미루다 오늘 정리를 마쳤는데, 북한에서 3차 핵실험을 한 거다. 자칫 우익단체로부터 비난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보류시켰다. 

"신광태 기자님이 쓰신 기사는 폰트가 다른 사람들과 틀린 데 어떻게 작성하시나요?"

또 어느 날 편집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래한글로 쓰는데요. 이유는 내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말했더니, 한글을 이용해 작성을 한 후에 메모장에 붙인 다음 복사를 해서 '기사작성'란에 붙여 넣기를 해 주면 편집하는데 좀 편리할 것 같단다. 몇 초도 걸리지 않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런 사실도 기사 쓰기 2년이 거의 다 되어서야 알았다.

기사를 쓰면서 재미있는 일은 또 있다. 원고료 외에 독자들이 주는 원고료도 있다는 것이다. 기사 한 건에 1천만 원 이상의 독자 원고료를 받은 시민기자도 있다고 들었다. 독자들의 심금을 울릴 감동적인 이야기를 찾아내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것 또한 <오마이뉴스>만의 장점이다.

<오마이뉴스>는 기존 언론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사회 전반 구석진 곳의 이야기도 끄집어낸다. 수만 명에 이르는 시민기자들 때문이다. 주부, 학생, 대학교수, 선생님, 목사님, 상인, 귀농인, 공무원 등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다. 다시 말해서 당신이 맡은 분야에서는 당신이 최고인 거다. 시민기자의 문은 늘 열려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화천군청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태그:#오마이뉴스, #창간13주년, #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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