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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박근혜 당선인이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찾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전달하고 홍보대사인 브라우니 인형을 만지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1월 23일 박근혜 당선인이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찾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전달하고 홍보대사인 브라우니 인형을 만지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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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8시 50분.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발표가 있던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에는 누릿한 개 냄새와 함께 어른 덩치만 한 세 마리의 세퍼트가 등장했다. 청와대 대통령 경호에 동원되는 폭발물 탐지견이었다. 2층 브리핑룸 입구에는 금속물 탐지기와 검색대가 놓여 있었다.

오전 10시로 예정된 발표를 분주히 준비하던 인수위 기자들은 9시 30분까지 검색대가 설치되지 않자 긴장을 누그러트리는 모습이었다. 박근혜 당선인이 직접 인선 발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일부 기자들은 작동하지 않는 검색대를 가리키며 "당선인이 직접 인선 발표를 안 하는 모양이지?"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예상대로 박근혜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원회로 오지 않았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와 박흥채 경호실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이름은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에 의해 불렸다. 이미 전날 결정이 완료된 인사였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때까지 인선 내용뿐 아니라 범위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인수위 기자들이 '브라우니'를 기다리는 이유는?

요즘 인수위 출입기자들은 유난히 '개'에 민감하다. 대통령과 같은 수준의 경호를 받는 박근혜 당선인이 인수위 브리핑룸을 찾는 날에는 반드시 폭발물 탐지견들이 2시간여 먼저 와서 수색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학습 효과'는 지난 24일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로 생겼다. 당시 후보 발표를 위해 박 당선인이 온다는 이유로 기자들은 예외 없이 30분간 줄을 서서 공항 검색대를 지나듯 '몸 수색'을 받아야 했다.

인수위 브리핑룸에 개가 나타나면 검색대가 설치되고, 박 당선인이 직접 발표할 정도의 '중요한 뉴스'가 나온다는 '인수위 공식'이 생긴 이유다. 한 유명한 TV 개그 프로그램의 구성처럼 폭발물 탐지견들이 '박 여사'가 끌고 다니는 '브라우니'가 된 셈이다.

텅 빈 인수위 주차장도 인수위 출입기자들에게는 개, 검색대와 함께 박 당선인의 브리핑룸 방문을 알리는 확실한 '3대 요소'로 꼽힌다. 25일 윤창중 대변인이 백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오늘 당선인 인수위 오느냐'는 질문에 "아침에 주차장 치우는 거 못 보셨냐"고 에둘러 답한 뒤부터다.

기자들의 '자학 개그'... "개, 검색대 없으면 그날은 총리 발표 없어"

각 언론사에서 인수위 취재를 위해 파견된 이들이 엉뚱하게 개만 기다리게 된 것은 박 당선인 특유의 '밀봉 인사'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25일 취임을 앞두고 국회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국무총리 등 주요 인선이 확정돼야 새 정부와 함께 출발할 내각을 차질 없이 꾸릴 수 있다. 그러나 박 당선인 측에서는 이 과정 일체를 비밀에 부쳐 왔다.

특히 지난 달 29일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스스로를 '인수위의 단독기자'라고 소개한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도 인선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의 '단골 멘트' 역시 "말씀드릴 게 없다"였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기자들 사이에는 "박 당선인이 '애용'하는 발표 시각이 오후 4시이니, 점심 먹고 왔는데 복도에 개랑 검색대가 없으면 그날은 국무총리 발표 없는 것"이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도 나돈다. 관련한 취재가 거의 안 된다는 얘기다.

'박근혜의 브라우니'를 기다리는 기자들의 행태와 언론사의 인수위 관련 보도도 이런 사정에 맞춰 '진화'한 결과다. 한 기자는 인수위의 유일한 소통 창구인 윤 대변인에게 '오늘 검색대 들어오느냐'고 묻기도 했다. '정보 가뭄'에 속이 탄 일부 언론들이 발표 5일 전인 3일부터 '이르면 오늘 국무총리 인선 발표'라는 '마구잡이식' 예고기사를 매일 반복해서 내보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태그:#박근혜, #세퍼트, #브라우니, #인수위, #밀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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