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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휴가를 따로 내기 힘든 직장인들은 주로 명절 연휴를 이용해 간단한 성형수술을 받는다고 한다. 주말이 겹쳐 연휴 기간이 다른 해보다 짧은 가운데, 성형수술의 메카인 압구정 '성형거리'를 찾아갔다. 직접 상담을 받으며 명절 기간 성형외과 이용 현황 등을 알아 봤다...<기자말>

성형외과가 밀집해있는 압구정역에 도착한 것은 지난 7일 오후 2시경. 지하에 있는 역내는 물론이고,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 양 옆의 벽면까지 온통 성형외과 광고가 붙어 있었다. 계단을 내려오던 남자 두 명이 벽에 붙은 성형 전 얼굴 클로즈업 사진을 보고 중얼거렸다.

"어우, 불쌍하다 쟤도. 저렇게까지 해야 하냐."

압구정 역사 내의 광고판은 온통 성형외과 광고로 도배 돼 있다.
 압구정 역사 내의 광고판은 온통 성형외과 광고로 도배 돼 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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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을 나와도 보이는 것은 모두 지방흡입, 안면윤곽을 권하는 성형외과 간판들. 그 중 가장 많이 들어본 이름의 G성형외과로 향했다. 건물에 들어서니 화장을 진하게 하고 유니폼을 입은 20대 여성 세 명이 데스크를 지키고 있다. 오른쪽 대기실에는 친구로 보이는 여자 세 명과 혼자 온 여자 세 명, 남자 한 명까지 총 7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연휴기간, 20대 직장인 여성 제일 많아

"연휴 중에는 이미 수술예약이 꽉 차 있는 상태고요. 지금 예약하시면 다음 주 주말쯤에는 (수술) 가능하세요."

상담을 받아보기 위해 간단한 신상 정보를 적어낸 후 일정을 묻자 직원이 답했다. 전화로 확인해보니 성형외과들은 이미 명절 중 예약이 끝난 곳이 대다수였다.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평소보다 한 2배는 사람이 몰리는 것 같다"며 "2,30대 직장인 여성이 가장 많이 하는데, 특히 티도 안 나고 회복기간도 짧은 '쁘디 성형'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쁘디 성형이란 필러나 보톡스 같은 주사 시술을 일컫는다.

대기실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 20대 여성.
 대기실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 20대 여성.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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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이곳은 사각턱과 광대뼈 등 안면 윤곽을 전문으로 하는 성형외과. 직원은 본점이 따로 있다며, 상담을 위해서는 2~300m 거리에 있는 건물로 가야 한다고 했다. G성형외과는 압구정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 중 하나로, 본점·압구정점·피부과 등 무려 4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이들 모두 압구정역 근처 걸어서 10분 거리에 모여 있었다.

'최고 성수기' 명절, 붕대 감고 편의점 오는 여자들

"저희요? 요즘이 최고성수기죠. 아무래도 명절에 다들 쉬다보니까, 간단한 시술 같은 거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본점으로 안내하기 위해 찾아온 직원은 "이럴 때 안 하면 언제 하겠냐"며 "(직장인은) 오래 휴가내기 힘드니 노는 날 골라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5분 거리를 걸어가는 사이 수술용 마스크를 쓰고 옆을 지나간 사람만 네 명. 한 명은 대낮인데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압구정 대로변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사장 아무개씨는 "근처가 다 성형외과다 보니 붕대감고 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오늘 한 4~50명은 (편의점에) 온 것 같다"고 했다. 근처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이아무개 팀장도 "봉합이 터졌는지 어떤지, 낮에도 얼굴에 피 흘리면서 지나가는 여자들 여럿 봤다"고 덧붙였다.

본점에 가자 대기 중인 사람들이 세 배로 늘어났다. 예약 확인과 진료비 정산 등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만 해도 8명. 대기실은 가운데 위치한 데스크를 중심으로 양 쪽에 마주보는 형태인데, 왼쪽 10명과 오른쪽 14명 총 2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들락거리던 성형외과 본점.
 끊임없이 사람들이 들락거리던 성형외과 본점.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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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은 주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여성이었지만 간혹 40대로 보이는 여성도 있었다. 대기실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과 엄마인 듯한 여성, 커플로 보이는 남녀, 보라색 수술가운을 입은 환자들이 뒤섞여 상담을 기다리는 내내 분주한 모습이었다.

대기실에서 수술받는 친구를 기다리던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20대 초반의 여성인 그는 "쌍꺼풀 수술하러 온 친구 때문에 왔다. 한 시간 반 전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지는 몰랐다"고 했다.

1시간 상담, 단호한 말투의 직원 "수술 꼭 하셔야 해요"

약 15분을 기다려 만난 상담원은 같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김아무개씨. 다른 직원들이 '실장'이라 부르는 김씨는, 짝짝이인 내 쌍꺼풀을 보며 "한쪽만 (수술) 할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양쪽을 같이 하는 게 낫다"고 했다. 그녀는 "좀 있다가 원장님이랑 만나서 한 번 얘기해보라. 그럼 어떻게 할지 확실해질 것"이라 덧붙였다. 

자리를 옮긴 뒤 다시 5분을 기다려 만난 원장은 허아무개씨. 그는 "쌍꺼풀을 한쪽만 수술하면 나중에 다른 한 쪽이 달라지기도 한다"며 양쪽 다 수술 할 것을 권했다. 원장이 나가자 이전의 상담 직원이 다시 들어왔다. 그녀는 "여기까지 오신 거 예약하고 가라. 제가 볼 때 손님 꼭 하셔야 한다"며 단호한 말투로 수술을 권유했다. "나중에 연락하겠다"며 되려 5분 정도 상담원을 설득한 후에야 상담을 끝낼 수 있었다.

상담이 끝난 시간은 오후 3시 45분으로, 본점에 도착한 오후 2시 50분에서 약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병원을 나서려고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대기자는 더욱 늘어나 약 30여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입문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K성형외과의 한 관계자는 "연휴 기간에 예약한 손님들 시간을 맞추느라 새벽 2,3시까지 수술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대기실에서는 수십 명의 대기자가 상담과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실에서는 수십 명의 대기자가 상담과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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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 맞아 늘어난 중국인 고객.. 아예 중국어로 만든 간판도

특이한 점은 성형외과 내에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는 것. 공항에서 병원까지 데려오는 '픽업서비스'부터 '호텔예약', 식사까지 책임져주는 '성형관광'이야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실제 압구정 거리는 점점 더 늘어나는 외국인 환자에 맞게 변해가고 있었다.

성형외과 세 곳을 확인한 결과, 매장에는 중국어와 영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의 브로셔가 비치돼 있었다. 중국인 고객을 위해 성형외과 광고를 한자로 하는가 하면, 아예 병원 간판을 중국어와 한국어 두 가지로 만든 곳도 있다. 병원 내에서는 중국인 환자에게 중국어로 안내하는 직원이 따로 있었고, 데스크 옆에는 각국의 환율정보를 표시하는 환율시세판도 놓여 있었다.

중국인 손님을 위해 아예 한자로 간판을 만든 성형외과도 보였다.
 중국인 손님을 위해 아예 한자로 간판을 만든 성형외과도 보였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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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15일까지, 설 연휴를 포함한 약 1주일간은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 한국관광공사는 이 기간 내에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6만 3천 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성형외과들도 이에 맞춰 늘어나는 외국인 특수를 기대하고 있었다.

외국인 고객 유치에 적극적인 K성형외과 관계자는 "보통 하루에 약 20건 정도 수술 스케줄을 잡는데, 춘절 기간에는 3~40건까지 늘어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압구정에 위치한 성형외과는 대체 몇 개나 될까. 부동산 중개업자 이아무개씨는 "세 본적은 없지만 100개는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당 부동산이 있는 7층짜리 J빌딩의 성형외과를 세어 본 결과, 무려 22개의 성형외과가 들어와 있었다. 유명 포털사이트 두 곳에 '압구정 성형외과'라 검색하자, 각각 614개와 500여 개의 성형외과가 압구정에 있다는 결과가 떴다. 

덧붙이는 글 | 유성애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명절 성형, #성형 러쉬, #압구정 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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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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