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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 기능을 떼어 산업통상자원부로 합치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설전'을 벌이며 충돌했던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과 인수위 부위원장인 진영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 '설전' 벌였던 김성환 장관-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 기능을 떼어 산업통상자원부로 합치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설전'을 벌이며 충돌했던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과 인수위 부위원장인 진영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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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강 스파이크 날리셨던데요."

5일 새누리당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마주친 이상일 대변인의 말에 진영 정책위의장은 "아, 예..."라며 웃기만 했다. 하루 전 있었던 '혈투'에 대해 진 의장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은 듯 입을 다물었다.

'강 스파이크'는 통상 기능 이전에 반대하는 김성환 외교부 장관을 향해 진 의장이 "궤변"이라고 일갈한 것을 뜻한다. 진 의장이 직접 나선 데 대해 '박근혜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대한 반대 여론을 초장부터 꺾으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통상 기능 이전을 반대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 지도부(박 당선인 측근 인사)'가 정부·여당·야당의 반대를 모두 감당해야 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처리를 주장한 것 역시 반대 여론이 높아 통과 가능성은 요원하다. '박근혜 당선인 + 측근·핵심 인사'만의 고립무원이 더욱 공고화 될 태세다. '주공격수' 자리를 내주고 갈등의 최전선에서 한 발 물러난 민주당은 내심 이같은 기류를 반기는 분위기다.

구 권력(MB 정부) vs. 신 권력(박근혜 정부) 갈등 전면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진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이례적인 '한판'을 벌였다.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 이전을 둘러싼 신경전이었다. 먼저 나선 건 김 장관이다. 그는 "통상과 외교를 분리하는 개정안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골간을 흔들 수 있다"며 갈등에 불을 당겼다.

이에 진 부위원장이 긴급 브리핑을 자청했다. 그는 "외교부가 헌법상 (통상교섭·조약체결) 기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궤변이자 부처 이기주의"라며 맹폭을 쏟아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총리 후보 낙마 후 사실상 인수위 실무 전체를 맡고 있는 진 부위원장이 직접 나선 데에는 박 당선인의 의중이 실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구 권력(현 정부 장관)과 신 권력(인수위 부위원장)의 갈등이 전면화된 것이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2차전을 이어가기엔 1차전의 여진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 이에 부담을 느낀 듯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한구 원내대표는 정부조직개편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인수위 부위원장'에서 '정책위의장'으로 돌아온 진영 의원 역시 "정부조직개편안 관련 오늘 여야 협의체 2차 논의,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잘 진행될 것으로 믿는다"며 원론적인 얘기에 그쳤다.

정작 의원 단속에 나선 것은 서병수 사무총장이다. 서 사무총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조직개편은 박근혜 당선인이 15년 의회 활동을 하면서 쌓았던 경험과 정치적 가치, 국정운영의 철학이 담긴 것"이라며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는 통일된 의견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이 나뉜 것은 조금씩 양보해 원래 취지대로 통과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소수의 의견' 개진을 자제하고 '대의'에 따르라는 방침인 셈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통상기능에 반대하는 의견이 공공연하게 튀어나오고 있다. 4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정의화 의원은 "대한민국 정부의 대사들이 이미 다 (해외에) 나가 있고, 그 대사들이 (통상) 역할이 있어 (외교·통상이) 지난 15년간 화학적으로 결합돼 있는데 무슨 재주로 나누냐"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같은 당 정병국·길정우·김영우 의원 역시 반대 또는 우려의 뜻을 밝혔다. 결국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정부조직개편 '무사 통과'를 바라보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새누리당, 의원 개인 의견 단속 나섰지만...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가운데,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 문희상 비대위원장, 정세균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가운데,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 문희상 비대위원장, 정세균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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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류가 이같은 방향으로 흐르자, 정작 '절대 반대'를 들고 나서야 할 민주당은 한 발 떨어진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동흡 헌번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어 김용준 총리 후보자까지 낙마시켰다는 이미지가 박혀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정부조직개편안에까지 반기를 드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 사실. 전면 반대를 외칠 경우 반대의 이유는 사라지고 '야당이 발목 잡는다'는 여론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가 "필요한 부분은 철저히 논의하겠지만 통 크게 협력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재차 강조해 온 이유다.

이런 와중에 정부 부처 및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통상 기능 이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니 민주당으로서는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더불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에서 불고 있는 대선 패배 책임론, 이전투구도 언론에 조명되지 않는 '반사이익'까지 얻게 돼 민주당으로서는 일석이조다.

주 공격수에서 빠진 민주당은 '훈수 두기'에 나섰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5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에서 통상 기능 이관을 둘러싼 신구권력 간 충돌이 도를 넘고 있다"며 "이런데도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는 이관의 구체적 배경은 한 마디도 설명하지 않고, '외통위 상임위 시절 들은 바가 있다'는 게 전부"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 부처 간의 밥그릇을 두고 벌이는 이전투구에 국민은 불쾌하다"라며 "신구권력 싸움을 그만두고 정부조직개편에 대해 국회의 결정에 맡기라"고 충고했다.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니 '권력 다툼'을 그만두고 국회 결정을 따르라는 것이다.

국회 외통위 소속 우상호 의원도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첨>에 출연해 "여야 외통위 의원들의 일치된 목소리는 '지경부와 붙여서 산업통상자원부로 가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이라며 "특정 산업 분야보다 국가이익의 균형을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만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통상 관련 업무를 전담하면 사실상 대사들이 통상장관의 지시를 받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외교부를 해체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구하기' 나선 새누리당, 효과는 '글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생각에 잠긴 황우여 대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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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 구하기'에 나선 사례는 또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서 표결처리하자고 나선 것. 표결처리로 급선회도 박근혜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야당이 지명 철회 및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을 상정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설령 본회의에 올라간다 해도 새누리당 의원의 뜻이 한 데 모일지도 의문이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본회의 표결로 갈 경우 새누리당에서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론도 부정적이다. <문화일보>가 지난달 28~29일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59.2%에 달했다. '국회 표결로 처리해야 한다'는 답변은 34.3%에 그쳤다.(만 19세 이상 1000명 대상 RDD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황 대표가 국회 본회의 처리를 고집한 것은 박근혜 당선인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인수위, 새누리당이 책임을 전가하며 '폭탄 돌리기' 하고 있는 이 후보자 문제를 박 당선인이 나서서 해결하면 이 후보자를 지명한 책임이 고스란히 그에게 쏠리게 되는 것. 대신 국회가 그 책임을 떠안으면서 박 후보자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이 역시 민주당으로서는 "나쁠 것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이동흡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직권상정한다해도 우리에게 나쁠 것은 없다"며 "모든 비난이 새누리당에 쏠릴 테고, 이런 조건에서 우리 당은 나름의 개혁을 실행할 수 있다"며 내심 반겼다.

민주당은 '엄중한 경고' 선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동흡 후보자 국회 표결하려면 직권상정밖에 없는데 인사문제를 날치기 하겠다는 것"이냐며 "국민의 심판이 끝난 사안을 놓고 표결 운운 자체가 불쾌하다"고 일갈했다.

박 원내대표는 "황우여 대표의 (표결 처리) 발언이 박 당선인의 뜻인지 묻고 싶다"며 "꼼수 부릴 생각 말고 이명박 대통령 또는 박근혜 당선인이 이동흡 후보자를 사퇴시켜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박근혜 구하기'가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태그:#정부조직개편, #새누리당, #박근혜, #외교통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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