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9월 발생한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경북 성주군 성주읍 저지대에는 물바다로 넘쳐났다.
 지난해 9월 발생한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경북 성주군 성주읍 저지대에는 물바다로 넘쳐났다.
ⓒ 산바대책위 제공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9월 17일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경북 성주군에 200mm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성주읍 저지대 일대가 물바다가 되어 수많은 수재민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침수의 원인이 성주군이 설계한 빗물배수펌프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산바 태풍으로 성주읍 성산리, 경산리, 예산리 일대 767가구가 침수되고 차량 700여대, 100억 원 가량의 물질적 손해가 발생했다.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도 성주를 찾아 침수피해를 입은 지역을 조속히 국가재난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주민들을 위로하고 복구작업을 도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피해주민들로 구성된 '성주군산바주민대책위원회'는 성주읍 이천에 있는 성주빗물배수펌프장의 설계가 잘못 시공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며 성주군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한 상태다.

산바대책위는 성주군이 195억 원의 예산을 들여 빗물배수펌프장을 만들었지만 기계실이 지하에 설치되어 있어 비가 많이 와서 물이 찰 경우 작동이 안돼 제 기능을 할 수 없고, 빗물을 뿜어내는 토출구도 펌프의 방향이 콘크리트 벽면을 향해 있어 하천 쪽으로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성주빗물펌프장은 성주읍 저지대 일대가 인근 예산천과 이천이 수시로 범람해 침수 피해를 입게 되자, 성주군이 예산을 집행하고 농어촌기반공사가 시공을 맡아 지난 2007년 6월 27일 착공해 2009년 12월 31일 완공했다.

성주군은 이듬해인 2010년부터 빗물배수펌프장의 정상운영에 들어가 피해가 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농어촌공사로부터 무려 21개월 동안 인수를 하지 않고 7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보강공사를 하는 조건으로 2011년 9월 중순에야 인수를 했다. 성주읍 일대는 매년 홍수피해를 겪어야 했지만 성주군은 인수가 늦어진 이유로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시운전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성주빗물배수펌프장. 굳게 문이 닫혀있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성주빗물배수펌프장. 굳게 문이 닫혀있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성주빗물배수펌프장 옆에 소하천인 이천이 있다.
 성주빗물배수펌프장 옆에 소하천인 이천이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지난해 200mm가 넘는 비가 내렸지만, 빗물배수펌프장은 제기능을 하지 못햇다. 이천의 물이 예산천으로 흘러넘쳤으나 전기배전반을 비롯한 배수펌프장의 기계실이 지하에 설치돼 있어 침수로 작동을 하지 않아 제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토출구에 설치된 6대의 펌프도 콘크리트 벽면을 보고 일렬로 설치되어 있어 동시에 물을 배출할 경우 와류현상으로 물이 하천으로 흐르지 못했다. 빗물배수펌프장은 1분에 420톤의 물을 이천으로 배출할 수 있는 용량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박성인 산바대책위원장은 "발주처인 성주군이 빗물배수펌프장의 하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21개월 동안이나 인수를 하지 않다가 7억 원을 들여 추가공사를 한다는 조건으로 인수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성주군의회가 성주읍 유역 설계 및 시공이 잘못됐음에도 7억 원의 추가공사 예산을 승인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배수구역 238ha중 142ha만 설계하고 성주고등학교에서 성주장례식장에 이르는 좌우 농경지 등 96ha의 종달들은 누락했다는 것이다.

산바대책위는 빗물배수펌프장을 건설하면서 예산천 둑을 성주군에서 임의로 낮춰 예산천 물이 펌프장 쪽으로 월류한 사실에 대해서도 부실공사로 인한 인재의 원인이었다며 성주군의 책임을 물었다.

경북 성주군 성주읍 이천에 있는 빗물배수펌프장 토출구의 모습. 6대의 펌프가 하천쪽이 아닌 콘크리트 벽면을 향해 설치되어 있다. 동시에 물을 퍼낼 경우 와류현상으로 물이 하천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한다.
 경북 성주군 성주읍 이천에 있는 빗물배수펌프장 토출구의 모습. 6대의 펌프가 하천쪽이 아닌 콘크리트 벽면을 향해 설치되어 있다. 동시에 물을 퍼낼 경우 와류현상으로 물이 하천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한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지난 1월 29일 현장을 찾은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와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설계가 잘못돼 시공됐다며 "이렇게 시공된 배수펌프장은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구조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주군은 "사상 초유의 물폭탄으로 인한 천재였다"며 빗물배수펌프장의 설계잘못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성주군 관계자는 "빗물배수펌프장 기계실이 지하에 있어 침수돼 정상작동이 되지 않은 것은 인정한다"며 "방수공사를 하거나 지상으로 올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출구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구조를 바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성주군은 현재의 배수펌프장 용량이 부족하다며 145억 원을 들여 추가로 증설할 계획임을 밝혔다. 중앙부처이 심의를 받고 여러 설계전문가의 자문도 받아 검토한 결과 현재의 배수펌프장 외에 추가의 배수펌프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창근 교수는 "기역자(ㄱ)로 되어있는 토출구를 일자로 바꾸고 배수펌프의 위치를 하천 쪽으로 변경하면 많은 비가 와도 충분한 기능을 할 것"이라며 토출구의 구조만 바꾸어도 빗물을 배수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배수장의 안전한 가동을 위해 기계실을 지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산바대책위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가로 증설하는 것은 세금낭비"라며 "추가증설 계획을 멈추고 잘못된 배수펌프장을 보수해 사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성주군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등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태그:#산바 태풍, #성주빗물배수펌프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