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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닮은 일곱 색깔의 가래떡이다. 가래떡의 컬러시대를 이끌고 있는 전남 함평의 한 떡방앗간이다.
 무지개를 닮은 일곱 색깔의 가래떡이다. 가래떡의 컬러시대를 이끌고 있는 전남 함평의 한 떡방앗간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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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말가웃(1말 반) 갖고 왔어라. 떡 해갖고 갈라고. 떡국 떡도 허고 콩떡도 할라고."

지난 1일 전남 함평의 한 떡방앗간에서 만난 학산댁 배선여(78) 할머니의 말이다. 할머니는 이 쌀로 가래떡을 해서 "자석들(아들·딸 6명)과 나눠먹을" 요량이다. 설은 큰아들한테 가서 쇤단다. 할머니의 큰아들은 인천에서 살고 있다.

할머니의 설 준비는 벌써 시작됐다. 가래떡도 하고 콩떡도 한다. 상에 올릴 나물도 사야 한다. 생선도 손질해 둬야 한다. 뿐만 아니다. 자식, 손주들이랑 먹을 김치도 따로 담가야 한다.

"그래도 워째? 내가 해야제. 자석들이 내려올라믄 고상인디. 나 혼자 가는 거시 더 낫제. 자석 손주들 볼 생각한께 맴은 좋아. 아암-."

떡방앗간에서 쌀가루를 빻고 있다. 가래떡을 만드는 시작 단계다.
 떡방앗간에서 쌀가루를 빻고 있다. 가래떡을 만드는 시작 단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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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의 한 떡방앗간에서 쌀가루를 빻고 있다. 설날을 앞두고 모처럼 분주한 모습이다.
 함평의 한 떡방앗간에서 쌀가루를 빻고 있다. 설날을 앞두고 모처럼 분주한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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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 의자에 걸터앉아 할머니와 얘기하는 사이 가래떡이 나오고 있다. 모처럼 맞은 대목이다. 방앗간도 평소보다 조금 분주하다.

한쪽에선 쌀을 빻는 기계가 돌아가고 있다. 기계를 거쳐 나온 쌀가루가 상당히 거칠다. 그 쌀가루를 한 차례 더 기계에 들어 붓는다. 두 번 빻아진 쌀가루가 보슬보슬해졌다. 말 그대로 쌀가루가 된다.

그 옆에선 하얀 쌀가루에 천연분말을 섞어 반죽을 하고 있다. 천연의 분말은 쑥과 백년초, 단호박, 복분자, 감, 자색고구마, 검정쌀 등이 쓰인다. 반죽을 끝낸 쌀가루는 큰 찜통에 담겨져 뜨거운 김으로 익혀진다.

함평의 한 방앗간에서 종사자가 쌀가루를 반죽하고 있다.
 함평의 한 방앗간에서 종사자가 쌀가루를 반죽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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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 종사자들이 한 번 빻은 쌀가루를 재차 빻기 위해 기계에 들어붓고 있다.
 방앗간 종사자들이 한 번 빻은 쌀가루를 재차 빻기 위해 기계에 들어붓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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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쌀떡을 기계에 넣으니 긴 가래떡이 뽑아져 나온다. 색깔도 가지가지다. 쑥 분말을 더한 건 녹색의 가래떡이 됐다. 복분자 분말은 연보라색, 백년초는 분홍색으로 변했다. 감은 연노랑색, 단호박은 진노랑색, 자색고구마는 보라색의 가래떡을 만들었다.

일곱 색깔의, 이른바 무지개떡이다. 갖가지 색깔이 보기에 좋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매끈한 게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가래떡에 기능성 농산물을 더한 만큼 영양도 더 풍부해졌다.

방금 나온 가래떡. 방앗간을 찾은 할머니들이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가래떡을 들어보고 있다.
 방금 나온 가래떡. 방앗간을 찾은 할머니들이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가래떡을 들어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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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빛깔의 가래떡 너머로 쌀떡을 찧고 있는 찜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다.
 무지개 빛깔의 가래떡 너머로 쌀떡을 찧고 있는 찜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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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우리의 생활도 예전보다 넉넉해졌다. 식생활도 많이 변했다. 떡 소비가 줄어든 연유다. 설날 떡국도 예전만큼 끓이지 않는다.

"안 좋다 안 좋다 해도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이요. 경기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얼어붙었어요. 방앗간 22년 만에 최악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명절인데, 떡은 조금 해둬야죠."

함평 해동떡방앗간 이기남(55) 대표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설을 앞두고 가래떡이 잘 나갈 때는 하루에 40㎏들이 쌀 40가마씩 떡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이번 설날을 앞두고선 모두 합해서 40가마나 할 것 같단다.

그래도 떡방앗간은 설렌다. 타지에 살고 있는 자식들을 만날 날이 가까워진 때문이다. 할머니의 마음도 방금 나온 가래떡처럼 따뜻한 정으로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가래떡과 함께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형형색색의 가래떡을 펼쳐놓은 함평의 한 떡방앗간. 설날이 다가왔음을 느끼게 해준다.
 형형색색의 가래떡을 펼쳐놓은 함평의 한 떡방앗간. 설날이 다가왔음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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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가래떡으로 끓인 떡국. 설날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무지개 가래떡으로 끓인 떡국. 설날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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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떡국, #가래떡, #무지개가래떡, #떡방앗간, #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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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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