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유용 등 횡령·배임 의혹으로 각계의 사퇴 요구를 받은 김재철 MBC 사장에 대한 야권의 압박이 다시 시작됐다. 감사원이 지난 1일, 자료 제출 불응에 대한 감사원법 위반으로 김 사장과 임진택 MBC 감사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새 국면이 시작된 셈이다.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은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김재철 사장이 지방 호텔에서 가명으로 투숙하면서 법인카드로 비용을 지불했다"며 김 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김 사장의 법인카드 결제 내역과 문제의 지방 호텔 장소 등이 기록된 지도를 공개하며 "김 사장이 2010년 5월부터 2012년 2월까지 '김훈'이라는 가명으로 지방호텔에 투숙했으며, 2명이 함께 투숙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사장이 해당기간 동안 가명을 사용해 지방 호텔을 사용한 횟수는 총 16차례로 결제비용은 약 676만 원에 달한다.
"김재철은 MBC의 돌멩이"법인카드로 호텔 투숙비용만 지불한 게 아니다. 서 의원은 "김 사장은 2010년 9월 21일 인천의 B호텔에서 김훈이라는 이름으로 40여만 원을 쓰고 법인카드로 200만 원어치 이마트 상품권을 구입했으며, 2011년 6월 25일 인천의 S호텔에서 숙박하기 전날에는 백화점에서 귀금속을 119만 원어치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서 의원은 "김 사장이 J씨라는 여성 집 근처에서 법인카드로 162회에 걸쳐 25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김 사장이 법인카드를 쌈짓돈처럼 이 여성과 같이 썼는지 스스로 밝혀야 한다, 김훈이라는 가명을 쓴 이유를 충분히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 의원은 앞서 열린 원내 현안대책회의에서도 "먼 길을 가려는데 신발 속에 돌멩이가 끼면 먼 길을 갈 수 없다, 손톱 속에 가시가 끼면 참을 수 없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발언을 인용하며 "김재철은 MBC 신발 속에 든 돌멩이다, 그 돌멩이 끄집어내야 한다"고 김 사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감사원이 김 사장을 고발한 사유는) 수십 차례에 걸쳐, 수억 원에 이르는 경영 및 법인카드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일방적으로 거부했기 때문"이라며 "무엇을 믿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방송문화진흥회는 감사원의 고발조치가 사실상 해임요구임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서둘러 김재철 사장을 해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 의원은 "(김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면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김재철 사장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검찰의 빠른 수사를 요구했다.
민주당 언론대책위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들은 지난 1일 성명서를 통해 "김 사장은 검찰의 수사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지금 당장 물러나고 방문진은 감사원으로부터 고발당한 김재철 사장을 즉각 해임시켜야 한다"며 "우리는 '김재철 청문회' 등을 통해 차후라도 반드시 배임 등 김재철 사장의 잘못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