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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원을 들여 철거해야 할 '오징어 정거장, (안양 예술공원), 작품 제작 설치비는 1억8천만원.
 1천만원을 들여 철거해야 할 '오징어 정거장, (안양 예술공원), 작품 제작 설치비는 1억8천만원.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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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가 지난 200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공공예술프로젝트(APAP·Anyang Public Art Project)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안양시가 2005년 제1차 APAP를, 2007년에 2차, 2010년에 3차 APAP를 진행하면서 투입한 비용은 약191억 원(유원지 개발비 포함). 올해는 그동안 설치한 예술작품을 보수·철거하기 위해 9억2000만 원이 들어간다.

지난 2005년 제1차 APAP 작품 총 97점 중 영구 보존 작품은 52점이다. 그중 보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손대지 않고 존치 시킬 수 있는 작품은 불과 여덟 작품뿐. 보수해야 할 작품이 28점이고, 14점은 보수도 할 수 없어 철거해야 할 형편이다.

철거·보수비도 만만치 않다. 24억 원을 들여 제작한 '선으로 된 나무위의 집'(일명 웜홀·작가 비토아콘치)을 보수하는 데 무려 5억 원이 들어간다. 1억8000만 원을 들여 설치한 '오징어 정거장'(작가 엘라스티코)은 보수도 할 수 없어 1000만 원을 들여 철거해야 한다.

2007년에 설치한 작품 중에서도 철거해야 할 작품이 다섯 점, 보수해야 할 작품은 11점이나 된다. 존치 할 수 있는 작품은 불과 12점뿐이니, 존치율이 33.3%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당시 총 작품 수 36점).

문제는 이런 APAP를 올해 또 한다는 것. 안양시는 올해 제4차 APAP를 진행한다. 이 문제로 안양시는 지난해 말 한차례 논란이 있었다. 이 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안양시는 지난해 말, 제4차 APAP 사업예산 40억 원을 책정, 시의회에 제출했다. 그러자 해당상임위원회인 보사환경위원회 김선화 의원은 "지금은 APAP가 정말로 필요한 사업인지 토론 할 때지 말 많고 탈 많은 사업을 추진할 때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보사환경위원회는 김 의원 주장대로 APAP 예산 40억 원 중 1억 원(이미 선임된 감독 인건비)을 제외한 39억 원을 삭감했다. 그러나 예산결산위원회는 상임위가 삭감한 예산 중 일부인 20억 원을 부활시켰고, 이 예산은 2012년 마지막 본회의인 날인 12월 20일, 제194회 안양시의회 2차 정례회에서 통과됐다.

안양시는 본 예산에서 깎인 20억 원을 추가경정 예산에 책정, 당초 계획대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지난 1월 24일 '안양문화예술재단' 주최로 열린 'APAP 시민 토론회'에서 20억 원을 추경 포함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다시 한 번 논란이 예상되는 건 이 때문이다.

안양시 평가 - 안양시민 반응... '극과 극'

3천만원을 들여 보수해 야 할 '1평타워' (안양예술공원), 작품 제작 설치비는 1억4천 6백만원.
 3천만원을 들여 보수해 야 할 '1평타워' (안양예술공원), 작품 제작 설치비는 1억4천 6백만원.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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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AP에 대한 안양시 평가와 시민들 평가는 극과 극 이다. 안양시는 "세계적 수준의 국제 예술 행사로서 안양시를 공공예술의 메카로 브랜딩화 했다"고 자평했다. 반면 시민들은 왜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안양 시민들이 지금까지 실시한 APAP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알아보기 위해 지난 1월 31일 오전 간단한 전화 설문을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비교적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은 시민단체 회원이나 문화단체 회원이었다. 

"무슨 예술프로젝트로 알고 있다. 기억나는 거? 글쎄 뭐 유원지(안양예술공원)에 조각품 세우고, 그외에는 별로 기억나는 거 없다. (예술가) 자기네들 끼리 한 일이지, 우리야 뭐... 2010년 그때도 했나? 그때도 뭐 조각 같은 거 세웠겠지. 

사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십억 원 쓸 돈 있으면 차라리 몇억 원만 투자해서 '마을 만들기' 같은 사업을 하면 좋겠다. 동네사람 같이 박수치고 노는 데도 좀 투자하고... 공공예술이면 일단 주민들이 피부에 와 닿고 즐거워야 하는 것 아닌가?"

안양지역 문화단체 대표 B씨의 말이다. B씨는 주민자치 위원회와 바르게살기 위원회 같은 주민 자치 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력이 있다.

"초창기에 조형물 세운 건 알겠는데 나중(2010년)에는 뭐했는지 잘 모르겠다. 예술, 좋긴 한데 주민들 피부에는 잘 와닿지 않는다. 몸 값 비싼 예술가들 데려다가 프로젝트 하는 식은 아닌 것 같다.

지금 하는 사업은 예술가들 자기 만족은 되겠지만 시민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과 함께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서 하는 그런 사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번(2013년)에는 나름 새롭게 한다고 하긴 하는데 일부 작가들이 다 맡아서 하는 건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예술이 대중화 되려면 시민들 속으로 파고드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요즘 유행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 등으로 실현해야 하지 않을까?"

복지단체 대표 L씨 말이다. L씨는 안양시 시민 참여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마을 만들기 사업'을 대안으로 추천했다.

영구 작품 수 줄이는 게 대안?... 글쎄

5억원은 들여 보수해야 할 '선으로 된 나무위의 집' (안양 예술공원), 작품 제작 설치비는 24억원. 안양시의회 김선화 의원이 작품을 가리키고 있다.
 5억원은 들여 보수해야 할 '선으로 된 나무위의 집' (안양 예술공원), 작품 제작 설치비는 24억원. 안양시의회 김선화 의원이 작품을 가리키고 있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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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도 이런 시민들 반응을 의식해서 인지 "작품 유지 관리가 어려움, 작품이 도심에 산발적으로 설치돼 있어 관람 시 동선 확보 어려움, APAP에 대한 인지도가 여전히 낮은 편"이라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올해 추진하는 APAP에는 "유지 관리 비용을 고려해 영구 작품 수를 최소화 한다"는 대안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이 또한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0년 3차 APAP 때 시도해 본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 예술가들을 초빙해서 프로젝트를 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예술가들 자기만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3차 APAP 작품 22점 중 18점이 체험 작품이나 퍼포먼스 같은 시민참여 형 임시 작품이었다. 또 설치된 영구 작품 네 점도 조각 같은 설치 작품 보다는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건축물 위주였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시민 참여나 관심이 높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수십억 원을 투자해서 도대체 무엇을 남겼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컸다. 앞에서 언급했듯 시민들은 2010년 APAP를 "2010년 그 때도 했나? 그때도 뭐 조각 같은 거 세웠겠지"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 실시한 안양 APAP는 그들, 특정 예술가들 잔치였지 '공공 예술'은 아니었다는 평이다. 공공예술은 공공성을 지녀야 하고, 공공성을 지녀야 한다는 말은 곧 공공의 이익과 깊이 결부돼야 한다는 말인데, APAP는 그렇지 못했다.

안양 APAP 현 주소는 이렇다. 수십억 원을 들여 설치한 작품을 보수하는데 수억 원이 또 들어가고, 억대를 넘게 들여 설치한 작품을 보수도 할 수 없어 1000만 원을 들여 철거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로부터 일부 예술가들의 잔치판이라는 핀잔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정도면 이제 멈춰야 하지 않을까? 올 해 APAP는 그동안 설치한 작품을 보수, 철거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미 깎인 예산 20억원을 추경에 편성하려는 것은 무모한 생각이다. 20억원을 더 투입해서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려 한다면 '돈 먹는 하마' 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젠 일부 예술가들만의 잔치가 아닌 주민들의 자발성에 기초한 '마을만들기' 차원의 소박한 공공예술을 기획해야 할 때다.


태그:#안양 AP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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