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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명박 정권은 5년 내내 공사 중이었습니다. 국민 땀과 피가 물든 22조 원을 3년 동안 4대강 삽질에 퍼부었습니다. 신이 나게 삽질한 결과 4대강은 '녹조라떼'가 되었고, '사실상 댐'인 보는 물이 샙니다. 그래도 4대강은 문제없다고 외칩니다. 참 대단한 우리 '가카'입니다. 이제 삽질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 지 의문입니다. 온 나라를 다녀보면 공사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심지어 고속도로와 국도가 나란히 뻗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은 공사 중입니다.

"아빠 1년 만에 길을 또 파헤쳤어요?"

우리 동네도 요즘 공사 중입니다. 지난 2011년 여름은 집 앞 주위에 하수도 공사를 했습니다. 서너 달을 공사하는 바람에 자가용 주차와 걸어 다니는 데 불편을 많이 겪었습니다. 겨우 1년 반 만에 같은 장소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도시가스배관입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공사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1년 반 만에 같은 도로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1년 반 만에 같은 도로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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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덜덜. 드르륵 드르륵 덜덜덜 드르륵 드르륵'

"아빠 지난여름에 도로 파헤쳤잖아요. 그런데 또 파요?"
"우리나라는 항상 공상 중이야. 우리 동네도 대한민국이니까. 공사 중이지."
"이해가 안 돼요. 공사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공사해요. 저 소리만 들어도 이젠 싫어요."


우리 집 아이들이 하나같이 집 앞 도로를 파헤치는 모습을 보고 이해가 안 된다고 합니다.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데 아이들이 이해하는 것이 이상합니다. 바로 집 앞에서 공사를 하기때문에 소리가 더 납니다. 굴착기가 흙을 파더니 덤프트럭에 싣습니다. 주택가에서 25톤 대형 덤프트럭 엔진 소리는 얼마가 큰지 모릅니다. 굴착기 소리에 덤프트럭 소리까지. 이렇게 이를 여러 차례 굴착기와 덤프트럭은 또 다른 곳으로 갑니다. 물론 하수도와 도시가스는 전혀 다릅니다. 그래도 사람들 불편을 조금이라도 들어주는 위해서는 한꺼번에 할 수 있습니다. 하수도 공사를 하고, 도시가스 배관을 묻으면 됩니다. 물론 기술상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파헤친 도로에 나온 흙을 넘프트럭에 싣고 붓고 있다.
 파헤친 도로에 나온 흙을 넘프트럭에 싣고 붓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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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더 들어가는데 왜 공사를 따로따로 해요?"

우리 집 근처만 아니라 골목 전체를 다 파헤쳤습니다. 공사가 다 끝나지 않았는지 포장은 하지 않고 헝겊으로 도로를 덮었습니다. 언제 공사가 끝날지 모릅니다. 지난 2011년에도 넉 달 이상을 이렇게 살았습니다. 이쯤 되면 주민도 초월합니다. 처음에는 불평하지만, 내년에도 또 파헤치고, 걷어낼 것이라는 생각까지 합니다. 그제(30일) 막둥이와 함께 이 길을 걸었습니다.

"아빠! 왜 어른들은 길을 걷어내고, 또 걷어내요?"
"아빠도 이제는 모르겠다."
"길 파헤치고, 걷어낼 때마다 돈 들어가잖아요. 굴착기와 트럭이 오면 돈도 많이 들 것인데..."
"돈이 많이 들지."

"돈이 많이 들면 한꺼번에 하면 아낄 수 있잖아요."
"맞지.."
"그런데 왜 따로따로 해요."
"아빠도 모른다고 했잖아."


아직 포장이 끝나지 않아 임시로 헝겊으로 도로를 덮었다.
 아직 포장이 끝나지 않아 임시로 헝겊으로 도로를 덮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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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우리 집 앞과 골목만 아니라 큰 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약 두 달 동안 양쪽을 번갈아가면서 도로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낮은 조금 낫지만, 출퇴근 시간은 주차장입니다. 온종일 경찰이 나와 수신호를 할 때도 있습니다.

12월은 도로 파헤치는 달? 두 달째 4차선 시내 도로 공사 중

지난 해12월부터 약 두 달 동안 양쪽 도로를 번갈아가면서 파헤쳐 출퇴근 시간에는 극심한 교통체증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해12월부터 약 두 달 동안 양쪽 도로를 번갈아가면서 파헤쳐 출퇴근 시간에는 극심한 교통체증이 일어나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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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는 이쪽 도로를 점령해 공사하더니 이번에는 저쪽 도로를 점령했네."
"대한민국은 공사 중이잖아요."
"우리는 언제쯤 이런 모습을 안 볼까요."

"그냥 넘어가세요. 막힌다고 신경 쓰면 머리만 아파요."
"그래도 나는 좀 낫지. 출퇴근 시간은 안 걸리니까. 사람들 말을 들으면 출퇴근 시간에는 완전히 주차장이래요."

"공사 빨리하면 또 부실공사가 될 것이고. 저 사람들도 이래저래 힘들 거예요."

아내와 길을 지날 때 마다는 나누는 대화입니다. 거의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대화합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 참 양반입니다. 차가 밀려도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 공사 중인 우리 동네는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요. 공사 중이 아니라 자유롭게 다니는 길이 될 수 있도록 공사는 한꺼번에 끝내면 좋겠습니다.


태그:#공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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