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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와 신의진 원내부대변인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정부조직법 관련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 새누리당, 정부조직개편안 제출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와 신의진 원내부대변인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정부조직법 관련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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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30일 오후 5시 25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뒤에서 존재감을 상실했던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꿈틀대고 있다.

박 당선인이나 인수위의 행보에 대해 '침묵 속 옹호'로 일관했던 태도를 바꿔 집권여당으로서 제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첫 인사'였던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가 지명 닷새만에 전격 사퇴한 것이나 현행 15부 2처 18청에서 17부 3처 17청 체제로 바뀌는 정부조직개편안이 일방통보된 것에 따른 변화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일단,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임명 당시부터 박 당선인의 '나홀로 인선'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랐지만 새누리당은 감싸기 급급했다. 일부 당내 인사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단발'에 그쳤고 당은 비호 혹은 침묵을 택했다. 특히, 아들 병역문제와 부동산투기 의혹 등에 휘말려 자진사퇴를 택한 김용준 지명자에 대해 본격적으로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새누리당은 방어하기 급급했다.

황우여 대표는 28일 새누리당-인수위 연석회의에서 "사람은 누구나 흠결이 있기 마련"이라며 김 지명자를 감쌌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 지명자는 바로 다음날 오후 자진사퇴를 택했다. 각종 의혹에도 김 지명자를 감쌌던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김동철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30일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 다 어디 갔나, 왜 박 당선인 앞에 가면 다들 작아지냐"며 "집권여당이기 전에 행정부를 비판해야 할 국회 권능을 다 포기한 거냐, 지금이라도 당선인에게 할 말은 하는 비판과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꼬집기까지 했다.

정부조직개편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향후 5년의 국정 밑그림을 가늠할 수 있는 틀인데도 집권여당은 발표 직전까지 아는 게 없었다. 당내에서 외교통상부의 통상업무를 '산업통상산업부'로 이관하는 것 등에 문제제기가 나오는데도 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거수기' 역할을 요구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오전 9시께 소속 의원들에게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오전 11시까지 답하라"는 취지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 반발이 일어나자 비로소 당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보안보다 중요한 것은 검증, 박근혜 당선인 깊이 생각해봐라"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관련, 박근혜 당선인 측의 사전 검증 시스템에 발생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관련, 박근혜 당선인 측의 사전 검증 시스템에 발생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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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조짐은 30일 오전 연달아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와 의원총회에서부터 엿보였다.

7선의 정몽준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 지명자 사퇴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어느 대학교수가 국민과 집권당이 소외받고 있다고 했는데 그에 동의하진 않지만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다 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를 뒷받침한다는 명목 아래 집권여당이 침묵만을 하고 있었다는 자성이다.

그는 "정부를 도와줄 것은 적극 도와줘야 하지만 의견이 있을 때는 적절하게 의견을 내야 할 것"이라며 "박 당선인과 당 대표가 정례적으로 만남을 갖거나 시스템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때 도덕성과 정책·능력 부분을 두 분야로 나눠서 진행하고 개인 삶은 비공개로 할 수 있도록 인사청문회 법 개정이 필요하다(정의화 새누리당 의원)"는 인사청문회 제도 수정 요구도 나왔지만 박근혜식 인사스타일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주문이 더 앞섰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김 지명자에게 제기됐던 의혹인) 자녀병역, 증여세납부 등 서류 검증만으로도 제대로 걸러질 수 있는 사안인만큼 당선인 측에서 검증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이제 (당선인이) 인사 스타일을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스템에 의해서 사전 검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사실 (총리 후보 지명의 경우) 첫 번째 인사이기 때문에 당선인에게 전적으로 맡겨보자는 마음이 있었다"면서 "이제 인사추천 기능과 검증기능을 뚜렷하게 분리하고 청와대를 중심으로 검증팀을 구성해 1차 사전 검증을 철저히 거치고 국회에서는 정책과 비전을 다루는 인사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유기준 최고위원 역시 "김용준 총리 후보자 사퇴는 충분한 사전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다, 이번 경험을 통해 실수를 줄여야 한다"며 "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 인선 때 청와대 등의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비가 온 뒤에 당이 더 굳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김 후보자 낙마가 주는 여러 교훈과 여파가 잘 반영되고 극복돼 새롭게 나아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만 밝혔던 심재철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 당시 "보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검증이다, 당선인이 이 점을 깊이 생각하고 시스템을 바꾸면 좋겠다"고 직구를 날렸다.

정부조직개편안에 비판 속출... "의원은 물론, 비지지자도 동참시켜야 통치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강석훈 인수위 국정기획조정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강석훈 인수위 국정기획조정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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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은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오른쪽)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유기준 최고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은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오른쪽)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유기준 최고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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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 밀어붙이기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5선의 남경필 의원은 이날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해 왜 개편을 해야 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개편안을 마련했는지, 당선인의 철학은 무엇인지 인수위 측에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좋겠다"며 '일방 통행'을 지적했다.

4선의 이병석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너무 비대한 것 같다"며 구체적인 문제도 짚었다. 그는 "조직이 커지면 내재적인 폐해가 생기고, 특정부처에 업무와 권한이 과도하게 몰리면 정부의 효율성도 떨어진다"며 "인수위 안이 최종안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당내 의원들은 물론이고 야당의 의견도 듣고 국회에서 깊이 있게 살펴보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정부조직개편안만을 논의한 의원총회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비공개 의총 상황을 브리핑한 신의진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일부 국회의원들은 "(정부조직개편안 같은 사안은) 논의를 충분하게 하고 국회의원들도 설득해서 가야 하는데 이런 것 없이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인수위의 일방통행을 문제삼기도 했다.

특히, 남경필 의원은 "인사든 정부조직법이든 국민의 뜻이 반영돼야 하고 그 뜻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당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있어야 한다"면서 "의원들, 지지자,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동참시키는 게 통치인데 그런 면에서 부족한 것 같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제기도 잇따라 쏟아졌다. 가장 팽팽하게 맞섰던 쟁점은 외교통상부의 통상 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였다. 외교통상부 출신의 김종훈·심윤조 의원은 "통상기능을 외교부에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 원안에 서명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반면, 지경부 장관을 역임한 최경환 의원과 지식경제위 소속 의원들은 "국가이익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산업통상'으로 가야 한다"며 인수위 원안을 지지했다. 인수위 국정기획조정위원인 강석훈 의원은 "통상 이후에 산업과의 연계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통상과 산업을 통합해야한다는 박 당선인의 철학이 반영된 조직개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의 철학에 따라,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바꾸기로 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신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안전'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기능이 그대로라면 명칭 변경에 따른 행정비용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이날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을 원안 그대로 발의하되, 의원들의 서명 여부는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또 여야 각각 3~4명의 협상단을 꾸려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정몽준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정몽준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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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용준, #황우여, #정몽준, #새누리당,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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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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