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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여야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과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 배경에 대해 각각 설명하고 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여야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과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 배경에 대해 각각 설명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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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4일 오후 2시 35분]

약 10분이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운명이 결정되는 데 걸린 시간이다.

24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특위 여야 간사가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심사경과보고서(이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그러나 협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협상장을 나온 새누리당 간사는 인사청문특위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민주통합당 간사는 "이 순간을 계기로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고 발표했다.

예상대로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국회 본회의는커녕 청문특위 전체회의 한 번 열리지 않았다. 수십 가지의 비리 의혹이 제기된 이 후보자는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실상 낙마했다.

이제는 헌법재판소 '수장'의 공백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후보자 스스로 사퇴하거나, 이명박 대통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는 방안이 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특위 이름으로 이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 후보자의 특별업무경비 유용 등을 선례로 이참에 헌법재판소의 제도적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새누리당, 청문보고서 채택 '포기'... 야당 "정치적 사망선고"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24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이견으로 회의 자체를 열지 못했다.

인사청문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적격 의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청문보고서에 적격·부적격 의견을 모두 기재하자고 했지만, 민주당은 부적격 의견만 담자고 해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법이 도입된 이후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경우를 제외하고 청문보고서조차 채택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의원은 이어 "오늘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에 인사청문특위의 활동은 사실상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는 새누리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사청문특위는 청문회를 마친 날로부터 사흘 이내인 25일까지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야한다. 아직 하루가 남았지만,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여야 합의 무산을 이유로 들어 이날 활동 종료를 공식화 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청문위원이 전체 13명 중 7명이지만, 새누리당 소속 김성태 청문위원이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에 반대하고 있어서, 표결을 해봤자 청문보고서가 채택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며 사실상 이 후보자가 낙마했음을 선언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최 의원은 특히 권 의원이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린 것에 대해 "자신들의 정치적 의지 부족을 감추기 위한 정치적 핑계거리"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내부의 신 권력과 구 권력 사이의 인사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에 대한 해소와 책임을 야당에 전가 시키고, 스스로 정치적 책임을 모면하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새누리당이 진정으로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정치적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면 오늘 회의를 열자고 했을 것"이라며 "간사 간 협의에서 양 측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회의 자체를 결렬시키는 방식을 택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진정으로 새누리당이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본회의 통과를 기대하고 희망했다면 당연히 국회 본회의 합의부터 시작했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본회의 계획은 없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이동흡 후보자는 이미 여론과 언론, 시민들의 판단과 이틀간의 청문회라는 귀납적 결론을 통해 지극히 부적합, 부적절한 평가가 내려졌다"며 "지금이라도 자진 사퇴하는 것만이 정치를 살리고 헌법을 살리는 마지막 희생과 헌신의 길"이라고 말해,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나홀로 감싸기' 이한구 "헛소문에 피해 받은 사람"... 야, 검찰 고발 검토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도중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도중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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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일 '이동흡 감싸기'에 나섰던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청문보고서 무산으로 사실상 이 후보자 낙마가 확정된 뒤 기자들과 만나 "헛소문에 의해 피해 받은 사람으로, 자진사퇴를 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끝까지 이 후보자를 감쌌다.

그는 "청문보고서 채택을 안 한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그게 새 정치냐"고 민주당을 비난하기도 했다. 경북고 3년 후배인 이동흡 후보자의 임명동의를 강행하려다가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부딪쳐 좌절되자, '나 홀로 분풀이'에 나선 모습이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보고서 채택이 안 되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고, 결정을 안 하면 장기 표류하는 것"이라며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공을 떠넘겼다. 그러나 강창희 국회의장이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해서 표결까지 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후보자에 대한 범국민적 비판 여론이 팽배한데다, 직권 상정시 야당의 반발로 향후 정부조직처리법이나 박근혜 새정부 첫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지도부도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특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이날 간사 협의 결렬 직후 곧바로 특위 활동 종료를 선언한 것도 자연스럽게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이 지명을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동의를 얻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으로서는 드러내놓고 이 후보자를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날(23일) 의원총회에서 당내 반대 여론에도 당론을 정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인사청문특위 협상 결렬을 민주당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사실상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안 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새누리당이 이날 청문보고서 채택을 강행하지 않은 것 자체가 사실상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강국 전 헌재소장이 지난 21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기 때문에 이미 헌재소장 공백사태는 시작된 상태다. 이에 따라 야당과 여당 일각으로부터 자진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이 후보자의 입장 표명이 주목된다.

민주당은 특히 이동흡 후보자의 인준 여부와 상관없이 헌법재판관 시절 특정업무경비 횡령 의혹과 관련해 검찰 고발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인 강기정 의원은 이날 "여러 흠결 때문에 이 후보자의 가치관과 철학, 법리에 대한 논쟁을 시작도 못한 청문회"라며 "인준 여부와 별도로 특정업무경비의 공적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특위 위원장의 이름으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동흡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2000년 인사청문회법 도입 이래 13번째가 된다. 지난 12년간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과정에서 낙마한 고위공직자는 모두 12명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낙마 후보자 8명 중 6명이 부동산 투기로 시세차익을 얻거나 위장전입 의혹 등으로 낙마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첫 조각에 포함된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와 2010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그들이다. 국민의 정부에서도 2002년 장상·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가 결과적으로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주저앉았다.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경우는 개인 스폰서와 위장전입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중도 하차했다. 2011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2006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2003년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 등은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물러났다. 2010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박연차 케이트와 관련해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하다 대국민 사과까지 하고 사퇴했다.


태그:#이동흡, #청문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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