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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첫째 도도
▲ 사색냥 창밖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첫째 도도
ⓒ 배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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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을 겪은 탓에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해진 마나님을 쳐다보다가, 어느날 문득 동물을 입양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이야기했다. 그 뒤에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개도 좋아하긴 하지만 두 사람 다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늘 집이 비어 있으니 돌봐주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외로움도 덜 타고 혼자서 잘 살(?) 수 있는 동물이 어디 있겠냐는 생각으로 이어져 결국 고양이가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첫째가 우리 집에 온 때는 2003년 6월. 잘못하면 야단도 치지만 늘상 이뻐해주는 첫째 도도는 별탈없이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그 뒤로 둘째와 셋째까지 생겨 현재 집은 고양이로 와글와글 거린다. 결국 사람이 고양이에 얹혀 사는 형국이 돼 버렸다.

고양이를 키우다보면 첫째로 듣는 질문이 있다.

"고양이를 키워요?"

이 말의 의미는 대부분 이렇다. '그런 무서운 동물을 어떻게 키우느냐' '그런 재수없는 동물을 왜 키우냐' '고양이는 사람도 안 따르는데 그걸 왜 돌봐주냐' 등등.

한국에서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면 별난 사람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요즘은 그나마 언론에서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다뤄지고, 연예인들도 고양이를 키운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인식이 살짝 달라지기는 했다. 하지만,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양이가 사람을 안 따라? 아닙니다

박스만 생기면 주위를 맴도는 아이들
 박스만 생기면 주위를 맴도는 아이들
ⓒ 배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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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가 하고 조사를 해봤다. 우선 한국에서 고양이라는 동물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일본에서야 영물로 취급받고, 복을 불러오는 동물이라는 인식 때문에 환영을 받지만, 한국에서는 정반대의 취급을 받고 있다.

개는 충성스럽고, 순하며,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동물로 인식돼 있지만, 한국에서의 고양이에 대한 인상은 교활하고, 사람을 따르지 않으며, 불행을 불러오는 요사스런 동물이다. 일종의 오해를 사고 있는 것. 실제로 한국의 설화 등에서도 개는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인간을 위해서 희생을 하기도 하지만, 고양이는 사람을 홀리거나 속이는 나쁜 존재로 묘사되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옛날 이야기가 고양이에 대한 인상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여지껏 사람들의 의식 깊숙이 자리를 잡은 듯하다. 길에서 동물을 마주해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길에서 개를 만나면 사람들은 측은하게 바라보지만, 고양이에게는 그렇지 않다. 무조건 쫓고 본다.

최근에는 고양이 관련 카페도 많아지고 애묘인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지만 실제 텔레비전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고양이 관련 꼭지가 생긴 것도 몇년 되지 않았다. 이전에 고양이는 전부 요물로 취급되는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사람들의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점점 나빠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고양이에 대한 잘못된 인식 중 하나는 '고양이가 사람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 실제 고양이는 개와 달리 상하 주종관계가 없다. 사람을 단순 동거인으로 생각할 뿐이다. 주종관계가 생기지 않을 뿐 사람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양이도 생각이 있는 동물이기에 애정을 갖고 돌봐주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안다. 늘 귀여워해주고 예뻐해주는 주인을 나 몰라라하고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다. 고양이는 다 안다. 누가 자신을 예뻐하고, 누가 맛있는 것을 주며, 어떤 행동을 할 때 사람이 좋아하는지 말이다. 고양이는 인간의 언어를 모르기에 표현을 않는 것뿐이다.

고양이에 대한 잘못된 인식 두 번째는 '고양이가 요사스럽고 시끄러운 동물'이라는 것. 고양이는 발정기 때 마치 아기 울음소리와 같은 소리를 낸다. 때문에 요사스럽다고 인식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생물적 본능일 뿐이지 누구를 저주하겠다고 내는 소리는 아니다.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 버리면 다가갈 수 있어요

검은 첫째 도도, 흰색 둘째 체리, 노란 셋째 나나
▲ 냥이 가족 검은 첫째 도도, 흰색 둘째 체리, 노란 셋째 나나
ⓒ 배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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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면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고양이는 항상 깨끗함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기에 배변 훈련도 쉽게 시킬 수 있고, 애정을 주기 시작하면 특유의 애교를 발휘하기도 한다.

개든 고양이든 동물들도 알 것은 다 안다. 하지만, 매년 버려지는 반려동물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반려동물을 맞는다는 것은 자판기에서 물건을 뽑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들은 살아있는 생명체다.

어느 날인가 국도에서 사고를 당해 버려져 있는 길고양이를 안고 동물병원에 달려갔으나 의사가 오는 도중 이미 숨이 멎은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의사는 피투성이인 나를 보며 씻고 가라시면서 나와 함께 있던 아이들은 잘 보내주겠노라고 했다. 집에 와서 아이들을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행복하니? 우리와 같이 있어 행복하니? 행복해줘... 같이..."


태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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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마나님과 4마리의 냥냥이를 보필하면서 사는 한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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