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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노오노 마을 산신제는 간누시가 진자 앞길을 걸어서 진자로 가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마노오노 마을 산신제는 간누시가 진자 앞길을 걸어서 진자로 가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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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시가현 비와코 호수 서쪽 마노오노(眞野大野) 마을 산신제를 보고 왔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첫 호랑이 날이 되면 마을 뒷산에 올라가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마을 사람에 의하면 농사의 풍요와 마을과 가정의 평안과 안녕, 행복을 산신에게 기원하는 의식이라고 합니다.

이 마노오노 마을에서 산신제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확실히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만 오래전부터 지내온 것으로 지금도 이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는 마을 한 가운데와  마을 동서 양쪽에 진자가 있습니다. 이들 진자는 모두 마을 사람들 가운데 간누시를 뽑아서 관리하고 축제를 엽니다.

  마노오노 마을 금줄은 다른 곳과 달리 금줄에 붓순나무 다발을 묶어서 걸어놓습니다. 진자 앞에 꾸며놓은 금줄입니다. 진자 현판에는 河內大明神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마노오노 마을 금줄은 다른 곳과 달리 금줄에 붓순나무 다발을 묶어서 걸어놓습니다. 진자 앞에 꾸며놓은 금줄입니다. 진자 현판에는 河內大明神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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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오노 마을은 모두 50 세대가 오래전부터 살아왔습니다. 이 가운데 열 세대가 한 단위로 간누시가 되어 한 해 동안 진자를 관리하고 축제를 담당합니다. 열 명 가운데서 축제를 주관하는 것은 나이가 가장 많고 깨끗하고 정갈한 사람이여야 합니다.

해마다 12월 22일 시모구기리라고 하여 간누시가 모여서 산신제를 지낼 곳을 깨끗이 청소하고 금줄을 만듭니다. 금줄은 볏짚으로 만드는데 이곳에서는 붓순나무(시키미)를 작게 잘라서 다발로 묶은 다음 새끼줄로 금줄에 매달아서 걸어놓습니다. 이러한 꾸미개는 산신제를 지내는 곳을 비롯해서 마을 진자 세 곳에도 만들어서 걸어둡니다.

  간누시 세 사람이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마을 뒷산 숲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간누시 세 사람이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마을 뒷산 숲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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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첫 호랑이 날은 오늘 12일입니다. 아침 11시 산신제를 담당할 간누시가 진자 앞길을 걸어서 진자에 도착했습니다. 진자에는 이미 간누시를 도와서 같이 지낼 다른 간누시 두 명이 먼저 와서 제물 준비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들 간누시 세 명은 진자 뒷산 산신제를 지내는 산신단에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산신단은 높이 일 미터 정도 크기의 돌이 세워져 있습니다. 원래 이곳 산신단에는 큰 나무가 있었으나 너무 오래되어 다 없어져버려서 20 년 전 이 돌을 세워놓았다고 합니다.

  간누시 세 사람이 산신단 앞에 제물을 차려놓고 예를 올리고 있습니다. 산신단은 마을 뒷산으로 왕대나무 숲입니다. 옛날 산신제를 지내려갈 때와 제가 마친 뒤 돌아올 때는 다른 길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숲이 우거지고 길이 없어져 온 길로 돌아왔습니다.
 간누시 세 사람이 산신단 앞에 제물을 차려놓고 예를 올리고 있습니다. 산신단은 마을 뒷산으로 왕대나무 숲입니다. 옛날 산신제를 지내려갈 때와 제가 마친 뒤 돌아올 때는 다른 길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숲이 우거지고 길이 없어져 온 길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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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누시는 가지고 온 제물을 산신단 앞에 펼쳐 놓았습니다. 제물로는 쌀과 소금 그리고 대나무로 만든 작은 활과 화살, 창, 긴 칼, 촛불 등입니다. 이곳에도 볏짚을 묶어서 만든 츠도가 있는데 츠도 안에는 찹쌀떡을 한 개 집어넣어서 두 개 만듭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대나무 통에 미꾸라지를 넣어놓습니다.

제물을 다 차려 놓고 간누시 세 명은 같이 모여서 절을 하고 산신제를 마칩니다. 이곳 산신제에서는 다른 곳과 달리 사냥을 할 때 필요한 물건을 제물로 차려놓고 산신제를 지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금줄에 붓순나무 꾸미개를 걸어놓고 미꾸라지를 제물로 사용합니다.

  산신제 제물입니다. 이곳 산신제는 사냥과 관련된 제물이 차려집니다. 사진 왼쪽 위는 돌 제단 앞에 있는 신상이고, 아래는 대나무 통 안에 들어있는 미꾸라지입니다.
 산신제 제물입니다. 이곳 산신제는 사냥과 관련된 제물이 차려집니다. 사진 왼쪽 위는 돌 제단 앞에 있는 신상이고, 아래는 대나무 통 안에 들어있는 미꾸라지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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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현 산신제는 어느 곳이나 볏짚으로 새끼를 꼬아서 금줄을 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최근 벼농사가 인기가 없어서 농사짓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생활을 합니다. 산신제를 지낼 때에만 간누시로 참가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곳 마노노마 마을 산신제는 산신단이 수목에서 입석으로 바뀌었고, 도만코라는 물고기에서 미꾸라지로 제물이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나이가 드신 분들은 형편에 따라서 여러 가지가 것들이 바뀌었지만 산신제를 이어왔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점점 볏짚으로 새끼를 꼴 줄 아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새끼를 꼬기는커녕 산신제를 준비하면서 볏짚을 처음으로 만져보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과연 십 년 뒤 산신제가 이어질까 제보자는 걱정입니다.  

마을 뒤로는 북쪽으로 눈 덮인 산이 보이고, 마을 앞으로는 논이 있고 낮은 숲이 이어져 있습니다.
 마을 뒤로는 북쪽으로 눈 덮인 산이 보이고, 마을 앞으로는 논이 있고 낮은 숲이 이어져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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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산신제, #시가현, #마노오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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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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