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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회련 학교사서직 80여 명은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하고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전회련 학교사서직 80여 명은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하고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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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년동안 기다리라는 말만 해왔습니다. 어제 3차 실무회의에서도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무작정 기다리라고 하면서 우리들을 추운 길거리로 내몰고 있습니다. 더이상 어떻게 기다리라는 말입니까?"

대구의 439개 초중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도서관 사서 412명 중에서 사서교사 27명과 정규직 사서 2명을 제외한 383명이 지난해 12월 31일자로 계약이 종료되면서 대부분 해고를 당하자 계약해지를 철회하라며 천막농성에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학교비정규직 대구지부와 대구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소속 사서 80여 명은 11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사서와 학교비정규직의 해고철회와 고용보장, 처우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우동기 교육감과의 면담에서 '사서 고용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과 함께 관련 대책을 대선 이후에 발표하겠다고 해 이제까지 기다려 왔으나 일선학교에서 계약만료를 통보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교과부가 사서를 상시지속적인 업무로 인정하고 2013년부터 총액인건비제에 포함시켜 무기계약직 대상으로 인정했지만 대구시교육청은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2013년 총액인건비제 시행에 포함한 직종은 교무보조와 과학보조, 전산보조, 사서(보조), 사무(행정), 영양사, 조리사, 조리원 등 13개 직종이며 지난해 4월 1일 기준으로 11만9785명에 달한다. 이중 교원업무경감 직종인 교무보조와 사서보조 인력은 기준인원을 확대해 시도교육청의 행정수요 변화와 의견을 반영해 추진하라고 시달했다.

더군다나 대구시의회가 지난해 12월 26일 학교도서관 전담인력을 배치하도록 하는 '대구광역시 학교독서교육 진흥 조례안'을 통과시키고 사서 인건비 예산으로 2012년보다 1억원이 많은 27억원을 통과시켰음에도 대구시교육청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않아 대부분의 사서가 길거리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직 교사들이 11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무기게약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직 교사들이 11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무기게약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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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규 전회련대구지부 부지부장은 "사서가 없었다면 학교도서관은 거미줄과 곰팡이 냄새로 인해 학생들이 찾지 않는 곳이 되었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 책을 읽고 공부하도록 도서관의 문을 열어라"고 주장했다.

박배일 공공운수노조 대경본부장은 "박근혜 당선자가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공약했고 국정기조도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하는데 매일같이 해고 소식이 들려온다"며 "공공기관과 국가기관에서 이렇게 수많은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아서야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한국사서협회 전충곤 사무총장도 "지금 학교도서관에는 돈 없고 갈 데 없는 학생들이 도서관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사서들이 빨리 돌아가 도서관 문을 열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사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지 않기 위해 3월부터 12월까지만 계약하고 퇴직금도 지급하지 않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매년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연말이 되면 해고가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후 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전회련 대구지부 이병수 조직국장은 "대구시교육청이 사서들에 대한 해고철회와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천막농성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련 소속 전회련 회원들이 도서관 사서의 해고를 철회하고 무기게약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공운수노련 소속 전회련 회원들이 도서관 사서의 해고를 철회하고 무기게약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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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의 계약이 종료된 학교는 도서관을 운영하지 않거나 교사 또는 일부 학부모가 자원봉사를 하면서 사서 업무를 대신하고 있었다. 대구의 D중학교 도서관에는 "1월 2일부터 방학 중 도서관을 휴관합니다"라는 간단한 안내문이 붙어 있고 출입문은 불이 꺼진채 굳게 잠겨 있었다. 대구의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도서관은 문이 굳게 잠겨있고 학생들은 학교도서관을 찾지 않았다.

D중학교 관계자는 "사서를 상시 고용하고 싶어도 학교 운영비가 학생 수에 비례해서 내려오기 때문에 고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운영비 예산이 부족해 전기요금도 제 때 못내고 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학교에 다니는 최아무개(14)군은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고 했지만 문이 잠겨있어 결국 포기했다"며 "방학중에도 도서관 문을 열고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대구의 한 중학교 도서실에 불이 꺼진채 문이 잠겨 있다. 이 학교는 사서직의 계약이 끝난 1월 2일부터 도서관 문을 잠그고 학생들의 출입을 막았다.
 대구의 한 중학교 도서실에 불이 꺼진채 문이 잠겨 있다. 이 학교는 사서직의 계약이 끝난 1월 2일부터 도서관 문을 잠그고 학생들의 출입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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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학교도서관에 사서를 상시 배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고용은 학교장의 몫으로 돌렸다. 학교의 사정에 따라 자체적으로 고용하라는 것이 교육청의 지침이라는 것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비정규직 대책추진단'을 구성해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대책을 논의중에 있으며 이 중에는 사서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감이 직접 고용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2008년 고등법원에서 사용자가 학교장이라는 판결을 내린 후 변화가 없기 때문에 행정소송을 통해 결론이 날 때까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사서와 학교비정규직이 요구하는 호봉제에 대해서는 시교육청 자체로는 할 수 없고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서에 대한 상시고용 여부에 대한 내부 논의는 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아 1월 말이나 2월초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학교비정규직, #도서관 사서, #천막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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