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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사가 지난 10일 무급휴직자 전원 복직을 밝힌 가운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옆 철탑 위에서 한상균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문기주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 복기성 쌍용차지부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이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며 53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쌍용자동차 노사가 지난 10일 무급휴직자 전원 복직을 밝힌 가운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옆 철탑 위에서 한상균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문기주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 복기성 쌍용차지부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이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며 53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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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휴직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옆 철탑 위에 있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문기주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 복기성 쌍용차지부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세 사람의 '국정조사 실시' 요구에는 변함이 없다. 농성 53일째로 접어든 11일,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탑 위에는 아직 사람이 있다.

한 전 지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내려갈 계획은 없다"며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복직 등 저희들 요구사항은 전혀, 또 아무 대화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2009년 구조조정 이후 새로 들어선 쌍용차노동조합(위원장 김규한, 아래 기업노조)과 사측(대표이사 이유일)은 하루 전 "무급휴직자 455명 전원을 3월 1일부터 복귀시킬 것"이라며 "국정조사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새누리당은 지난 12월 "대선 후 열리는 국회에서 쌍용차 사태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4일 평택공장을 방문한 이한구 원내대표는 "(국정조사가) 이 문제를 푸는 데 적절한지 자신 없다"고 밝혔다.

"21일쯤 임시국회가 열린다더라. 그 전에 회사가 발 빠르게 움직일 건 예상했다. 무급휴직자들 복귀 결정을 하면서 해고자들에겐 선을 긋고 가는 (사측의) 양면을 볼 수 있었다. 고생 많이 한 무급휴직자 동지들에겐 다행이지만, 회사의 꼼수를 보며 (이번 합의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평택 공장에) 왔다가고, 안에 있는 조합원 동지가 비참한 선택을 하는 모습 등을 보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한 전 지부장은 사측과 기업노조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비정규직 해고자 문제도 지적했다. "비정규직 동지들의 억울함은 우리(정규직)보다 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측은 정규직 2646명을 감축하기 전, 비정규직 450명을 해고했다. 한 전 지부장은 "'억울해서 못 나가겠다'며 옥쇄파업 때 함께 싸웠던 19명은 최우선 복직약속을 받았지만, 단 한 명도 공장에 돌아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회사와 쌍용차지부, 기업노조, 정부, 종교계에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5자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아직 종교계말고 직접 연락받은 곳은 없다. 한 전 지부장은 "우리가 내려오면 대화하겠다는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안은 5자회담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대한문이든, 철탑 밑이든 모이면 된다. 모이면 못할 이야기가 없다. 이 사회 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들이 합법적 투쟁을 할 수 없는 구조 등을 바로잡지 않고선 민생도, 통합도 요원하다."

"무급휴직자의 지난 3년은 희망고문... 해고자 등 복직, 함부로 말하면 안 돼"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당선인에게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당선인에게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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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박근혜 당선인에게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면담 요구안을 전달하려하자, 인수위원회 한 관계자가 나와 "전달자 대표 한명 이외에 다른 사람은 인수위원회에 들어갈 수 없다"며 "자신에게 요구안을 전달할지 말지를 결정하라"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박근혜 당선인에게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면담 요구안을 전달하려하자, 인수위원회 한 관계자가 나와 "전달자 대표 한명 이외에 다른 사람은 인수위원회에 들어갈 수 없다"며 "자신에게 요구안을 전달할지 말지를 결정하라"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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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10일) 오후, 고동민씨는 법원에 있었다. 갑작스레 숨진 쌍용차 무급휴직자 임무창 조합원의 49재가 열린 2011년 4월 15일,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불법집회를 열고 사측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같은 혐의로 300만~500만 원씩 벌금폭탄을 맞은 다른 동료 9명도 함께 재판정에 섰다.

"재판 직전에 쌍용차 기업노조와 사측이 무급휴직자 복직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1년 뒤 무급휴직자 복귀' 약속이 지켜졌다면, 임 조합원이 돌아가시지 않았을 수 있고, 그전에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최후 진술 때 모두들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무급휴직자 복직 소식에) 남은 사람들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면 서글프다고."

1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인수위원회 앞에서 "쌍용차 국정조사를 실시하라"며 기자회견을 연 동료들을 지켜보던 고씨는 노사 합의에 대한 아쉬움도 이야기했다. 그도 2009년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한 쌍용차 노동자다.

"기업노조가 '해고자와 희망퇴직자들의 복직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잔인한 얘기다. 발표 내용에는 무급휴직자 복직을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도 없고 '노력하겠다'는 말만 있다. (2009년 노사가 무급휴직자는 1년 뒤 복직시키기로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아) 지난 3년 동안 희망고문당한 무급휴직자들에게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발생했는데, 계획 없이 무작정 말하면 또 다시 죽음으로 내몰린다.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뉴스를 접한 희망퇴직자들이 고씨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고 문의를 하기도 했다. 고씨는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며 "(무급휴직자 전원 복귀가) 희망이라고만 하는 건 뻔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 합의면 같은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사측은 해고자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런 게 엇박자고,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 직후 기자회견을 마친 쌍용차지부와 쌍용차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범대위) 사람들은 인수위와 면담을 요구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한 분만 들어가서 차 한잔 하시죠"라며 김정우 쌍용차지부장과 범대위·금속노조 관계자 등 세 사람이 들어가게 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계속 고개를 젓는 인수위 관계자에게 김 지부장이 소리쳤다.

"철탑에서 뼈가 녹아가는, 죽어가는 사람들 살리러 왔는데 자꾸만 그렇게 할 겁니까? 이렇게 하는 게 무슨 소통이냐. 노동자 다 죽여 놓고 국민통합할 건가?"

김정우 지부장은 인수위 정문 앞에 털썩 앉았다. 고동민씨와 양동규 금속노조 부위원장,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씨도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엉덩이를 붙였다. 사람들은 1시간가량 기다렸지만, 굳게 닫힌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박근혜 당선인에게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면담 요구안 전달이 거부되자, 김 지부장이 요구안을 찢어버리며 울부짖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박근혜 당선인에게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면담 요구안 전달이 거부되자, 김 지부장이 요구안을 찢어버리며 울부짖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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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와 해고노동자 고동민씨, 양동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박근혜 당선인에게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면담 요구안 전달이 거부되자,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와 해고노동자 고동민씨, 양동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박근혜 당선인에게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면담 요구안 전달이 거부되자,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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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쌍용차,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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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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