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북대학병원 칠곡분원에서 상시업무 비정규직 6명을 해고하자 경북대노조와 해고자들이 원직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경북대학병원 칠곡분원에서 상시업무 비정규직 6명을 해고하자 경북대노조와 해고자들이 원직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경북대병원 칠곡분원이 2년이 지난 상시업무 비정규직 6명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비정규직을 채용한 것으로 드러나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경북대병원 칠곡분원은 지난 2010년 3월 개원하면서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술직 등은 정부로부터 정규직 정원을 확보했으나 진료보조를 하는 기능직 업무는 외주용역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경북대병원노조가 외주용역을 반대하자 병원 측은 칠곡분원 진료보조업무를 직접고용 비정규직인 임시직으로 채용하고 점차 정원을 확보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하고 100여 명을 채용했다. 이후 이들의 고용승계를 위해 지난해 8월 무기계약직 형태의 업무지원직을 신설하고 정년을 60세까지 보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병원 측이 2012년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임시직 근무기간 만2년이 도래하는 42명을 대상으로 업무지원직 채용전형을 실시해 전형을 포기한 2명을 제외하고 40명 중 34명은 채용하고 6명을 해고했다. 이어 곧바로 해고된 비정규 노동자들의 자리에 새로운 비정규직을 채용해 근무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채용 당시 근로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했고 6개월 단위로 연장해왔다"며 "그동안 정규직 정원을 일부 확보해 임시직원 중에서 채용해왔고 업무지원직(무기계약직)을 신설해 임시직원도 장기근무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덕동 본원으로부터 전보되어야 할 기능직(정규직) 결원 20명이 있어 결원 수 만큼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할 수 없어 근무실적, 업무능력 등과 근무평점, 서류심사, 면접 등을 통해 부득이하게 6명은 계약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계약 종료이지 해고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경북대병원 본원에서 20명의 정규직 직원이 칠곡분원으로 옮겨 근무해야 하는데 인사가 있기 전까지는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밖에 없고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직원들은 정규직원이 들어오면 계약을 끝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병원 측은 앞으로도 2월과 3월 계약이 끝나는 비정규직에 대해 일부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해고한 뒤 임시직을 다시 채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북대병원 칠곡분원 해고노동자들이 병원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칠곡분원 해고노동자들이 병원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북대병원분회와 해고노동자들은 지난 8일부터 업무지원직으로 전원 고용을 승계하라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을 줄이는데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며 "이는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줄이기로 약속한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라고 비난했다.

칠곡분원 중앙공급실에서 세척과 멸균, 불출 일을 해온 강아무개(52)씨는 17명 중에서 유일하게 해고됐다. 강씨는 "내가 장애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사회봉사도 많이 하고 정규직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왜 해고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면접의 평가기준이 모호하고 형식적이었다"고 말했다.

수술실에 근무했던 배기숙(45)씨는 "6명이 근무했는데 그 중 3명이 2년 된 비정규직이었다"며 "수간호사들로부터 좋은 평점을 받았지만 면접에서 근무실적이 안 좋다고 하는데 자르기 위한 형식적 수단에 불과했다"고 비난했다.

경북대노조 우성환 분회장은 "본원에서 20명이 칠곡분원으로 넘어와야 한다고 하는데 본원에도 인력이 모자라 넘어올 수 없는 형편"이라며 "병원 측이 인원을 핑계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우 분회장은 "박근혜 당선자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했는데 경북대병원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이게 상생을 위한 화합인가" 하고 되물었다.

경북대병원 칠곡분원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 노동자가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북대병원 칠곡분원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 노동자가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우 본회장은 "무기계약직은 정부의 통제대상이 아니므로 현재 근무 중인 임시직 전원을 업무지원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며 "굳이 2년째 되는 임시직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또다시 임시직을 채용하는 것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사업장에서는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북대병원 측은 현재 남아있는 임시직 47명에 대해서도 평가를 거쳐 일부는 업무지원직으로 전환하고 남는 인원에 대해서는 계약을 해지한 뒤 임시직을 다시 채용하겠다고 밝혀 반발이 예상된다.


태그:#경북대병원, #비정규직, #해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