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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김해 어느 도자기체험장에서 직접 구운 '인생'이라는 작품. 왼쪽은 새 생명의 탄생을, 오른쪽은 죽음으로 '인생사공수래공수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인생 2006년 6월 김해 어느 도자기체험장에서 직접 구운 '인생'이라는 작품. 왼쪽은 새 생명의 탄생을, 오른쪽은 죽음으로 '인생사공수래공수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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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이다. 다른 표현으로,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네 삶에 있어 '인생사공수래공수거(人生事空手來空手去)'라는 말이 있다.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

새해 벽두, 갑자기 왜 이런 화두가 나의 머리와 정신을 지배하는 걸까?

며칠 전, 지인의 친척 한 분이 죽음을 맞이했다. 72세로 건강하다고 믿었던 분이었는데,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고, 이틀 만에 폐렴으로 운명하셨단다.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고대도시 폼페이에서 발굴된 모자이크 그림인 '메멘토 모리'. 이 그림은 삼각대 모양을 한 측량대 추는 해골이며, 그 아래로는 나비와 바퀴가 차례로 있다. 해골이 의미하는 것은 '죽음'이고, 나비는 '영혼' 그 아래에 있는 바퀴는 '운명'을 의미한다. 측량 자 왼쪽으로는 황제가 입는 보라색 옷과 왕관이 있으며, 이는 '부와 권력'을 상징한다. 오른쪽으로는 거지의 지팡이와 가방 그리고 누더기들로 이는 '가난'을 상징하고 있다. 측량대 양쪽으로 '부와 권력'과 '가난'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평평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죽음은 그 누구 앞에서도 평등하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인간은 '죽음'앞에 평등하다는 의미일 게다. 살아오면서 누렸던 부와 지위와 권력도, 죽음 앞에서는 그것을 누리지 못한 사람과 똑같이 평등하다는 것.

인간은 태어날 때, 양 손은 주먹을 쥔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주먹에는 이 세상 '부와 권력' 등 모든 것을 잡고, 그 아무것도 놓치지 않으려 하는 처절한 인간의 모습이 엿보인다. 사람이 죽으면 태어날 때와 반대로 양 손은 편안한 모습으로 쭉 펴져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하는 아니, 포기하지 않을 수 없는 체념이 짙게 배어있는 모습이다. 인생사 공수래공수거가 아닐 수 없다.

로마시대 전승을 자축하는 기념행사 때, 뒤에서 노예로 하여금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고 한다. 이는 승리감에 도취한 장군들에게 "들뜨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였다고 한다. 우리도 언젠가는 무참하게 희생당한 적군의 처지가 될지도 모르고, 전공으로 반란을 꾀하다 사형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경계의 뜻이었다고 한다.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든 '죽음'을 맞이하며, 모두는 '죽음' 앞에 평등하다.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갈 뿐이다.

새해 벽두, 한 생명의 죽음으로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희망'을 가져본다.

도자기를 굽기 전 찰흙을 빚은 모습이다.
▲ 인생 도자기를 굽기 전 찰흙을 빚은 모습이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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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 거제지역 신문인 <거제타임즈>와 제 블로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에도 싣습니다.



태그:#인생, #공수래공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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