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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계신 그곳은 남은 것을 들어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그런 따뜻한 세상이길 바라겠습니다."

대통령선거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최강서(35)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빈소를 찾았던 조문객이 남긴 방명록이다.

고 최강서 조직차장은 2012년 12월 21일 "나는 회사를 증오한다, 자본 아니 가진자들의 횡포에 졌다"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내가 못 가진 것이 한이 된다",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이라고 쓴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손해배상청구 158억 철회' 등을 요구하며 2012년 1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빈소가 있는 부산 영도 구민장례식장에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는 속에, 서울지역 대학생들이 빈소 벽면에 편지 형식으로 대자보를 붙여 놓았다.
 '손해배상청구 158억 철회' 등을 요구하며 2012년 1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빈소가 있는 부산 영도 구민장례식장에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는 속에, 서울지역 대학생들이 빈소 벽면에 편지 형식으로 대자보를 붙여 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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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넘기고도, 사망한 지 보름이 지나도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속에, 부산 영도 구민장례예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조문객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노동자부터 대학생, 정치인 거기다가 여당 대표와 야당의 대선후보까지 다녀갔다.

조문객들은 방명록에 애틋한 글을 남기기도 한다. 현재까지 방명록은 3권 정도다. 조문객들은 죽은 사람의 뜻을 받들어 살아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먼저 몇 개 글을 옮겨 보자.

"열사의 한을 풀자. 노동자의 힘을 키우자."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한진자본 박살내자."
"힘든 시기 모진 시간 어깨 걸고 가신 열사의 뜻 반드시 잊지 않고 끝까지 밀어 올리겠습니다."
"단결투쟁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내일을 위해 웃으며 함께 가겠습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 속에 열사는 영원할 것입니다."

조문객들과 지인들 고인 생각하며 메시지 남겨...

'손해배상청구 158억 철회' 등을 요구하며 2012년 1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빈소가 있는 부산 영도 구민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은 한 조문객이 방명록에 남긴 글.
 '손해배상청구 158억 철회' 등을 요구하며 2012년 1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빈소가 있는 부산 영도 구민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은 한 조문객이 방명록에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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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객들도 고 최강서 조직차장의 죽음에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연대'와 '단결'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많이 아프고 힘드시죠. 연대의 손길로 상처를 보듬고, 민중이 승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신년에 최강서 열사 찾아 뵙고 박근혜 정권에서 더욱 결의 높여 투쟁할 것을 결의합니다."
"쌍차에 이어 계속되는 한진 조합원들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 반드시 투쟁으로 끝장내야 합니다."

정치인들도 방명록에 기록을 남겼다.

정봉주 전 의원은 "모두 함께 살아서 이기는 날까지"라고, 문재인 전 대선후보는 "님의 아픔이 우리 모두의 아픔이 됐습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손학규 전 의원은 "노동자가 정당하게 대접받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소서"라고 써놓았다.

인재근 의원은 "삼가 명복을 빕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이인영 의원은 "노동자의 친구, 고 김근태 의장님의 뜻을 이어 노동해방의 그날까지"라고 방명록에 기록해 놓았다.

'손해배상청구 158억 철회' 등을 요구하며 2012년 1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빈소가 있는 부산 영도 구민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의원이 방명록에 남긴 글.
 '손해배상청구 158억 철회' 등을 요구하며 2012년 1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빈소가 있는 부산 영도 구민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의원이 방명록에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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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강서 조직차장과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글도 많았다. 이런 글에는 애틋함이 더 묻어난다.

"오빠야. 웃어줘서 고맙다. 그리고 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싸울게."
"생각이 짧았다. 나는 인정 못한다. 근데 미안네."

'세니'라는 사람은 방명록에 두 개의 긴 글을 남겼다. 그는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던 날 고 최강서 조직차장을 만났던 모양이다. '세니'는 그를 '햄'(형님)이라 불렀다.

"강서 햄. 햄을 아직 보낼 마음이, 준비가 안됐네. 추억이 한 사발이다 진짜. 확마 그기 뭐시라꼬 하도만 이래 가나? 진짜 못됐다 어째 햄이 열사가 됐노? 우리 그렇게 불타오르던 그런 거 아니다 아이가? 남은 사람 어째 살라꼬 이래 갔노. 근데 미안하다. 19일에도 우리 봤는데 맞제. 그 때 손잡아 줄걸. 그때 빠이팅 해줄 걸. 햄이 가도, 시간은 잘 간다. 벌써 2013년이란다. 햄은 나이 안 무서 좋나? ㅋㅋ. 난 안 좋다. 근데, 이제 햄 생각보다 남은 사람들 생각함서 그래 갈란다. 나는 햄 생각 평생 하면서, 햄이 남긴 사람들 챙기면서 갈란다. 그게 내가 할 일인갑다. 남중에, 보자. 만나면 졸라 팰낀데. 각오하고 있으라 ㅋㅋ. 술 한 잔 먹자. 햄이 내한테 지운 짐. 그 빚 다 갚아래이. 사랑한다. 미안해, 사랑해, 동지, 오빠, 행님. 좋은 데 가 있어라. 알제? 보고 싶다 아주 많이."

"최강서 햄아. 햄. 아직 추운데서 누워 있으니 내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가족들 맘은 오죽 하시겠노? 조금만 참지 그랬노 조금만. 이제 이런 말 소용 없겠제. 하루에도 생각이 열두 번도 더 바뀐다. 미워죽겠다가 미안하다가 보고 싶다가 또 힘을 냈다가 무너졌다가 그런다. 그래도 햄은 편하제? 꼭 편해야 된다. 마음도 몸도. 알았제. 꼭! 꼭! 진짜. 지금 이 상황이 안 믿긴다. 꿈 같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우짜노. 너무 한 거 아이가? 일요일에 보기로 했잖아 우리? 그 일요일이 벌써 두 번이나 지났다. 보고 있나. 듣고 있나. 최강서!! 사랑한다 아주 아주 많이. 부디 언니들 걱정, 아기들 걱정 말고 가라. 아니 걱정 많이 해라. 그래야 내가 앞으로 더 잘하지. 아직 햄이 열사란 건 못 믿겠다. 인정 못한다."

대학생들도 다녀갔다. 서울지역 대학생들은 부산에 와서 선전활동 등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들은 빈소 벽면에 "승리, 우리 모두가 희망입니다"는 구호와 함께 편지를 써놓았다.

인수위-한진중 본사-조남호 회장 집 '1인 시위' 시작

'손해배상청구 158억 철회' 등을 요구하며 2012년 1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빈소가 있는 부산 영도 구민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은 '세니'라는 사람이 방명록에 남긴 글.
 '손해배상청구 158억 철회' 등을 요구하며 2012년 1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빈소가 있는 부산 영도 구민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은 '세니'라는 사람이 방명록에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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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일하는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다른 학생은 "삶과 죽음의 무게라는 것이 여전히 가슴에 아프게 닿지는 않지만, 우리가 꿈꾸고 만들고 싶은 세상은 지금 함께 하는 소중한 이들이 곁에서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는 강한 믿음을 얻어 갑니다"라고 해놓았다.

또 다른 학생은 "처음 부산에 내려올 때 먹먹하고 누군가의 죽음이 있어야만 여러 힘이 모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짧은 기간 이곳에서 실제 한진중공업 민주노조를 지키고 계신 동지분들을 만나고 부산시민들에게 한진중공업의 문제를 알리면서 최강서 열사님의 죽음은 단순히 누군가의 죽음이 아님을 마음 깊이 느끼고 갑니다"라고 했다.

한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7일 오전 서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 서울 갈월동 한진중공업 본사 앞, 한남동 조남호 회장 집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조 지회는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1인시위를 계속하기로 했다.

'손해배상청구 158억 철회' 등을 요구하며 2012년 1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빈소가 있는 부산 영도 구민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손해배상청구 158억 철회' 등을 요구하며 2012년 1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빈소가 있는 부산 영도 구민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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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최강서, #한진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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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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