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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산신당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금줄을 처 두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산신당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금줄을 처 두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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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히가시오우미시 가미하다 마을 산신제를 보고 왔습니다. 가미하다마을에서는 해마다 정월 3일 밤늦게 산신제를 지냅니다. 밤 10시부터 생대나무 통에 물로 불린 쌀을 넣고 장작불로 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시가현 산신제를 조사하다보면 마을마다 개성이 있습니다. 모두 옛 모습을 지켜서 정성껏 지내려는 마음은 다 같습니다. 특히 이곳 가미하다 마을에서는 옛 우리나라 조상 제사 지내는 것처럼 밤늦은 시간 새벽닭이 울기 전 이른 시간에 지냅니다. 3일 밤늦은 시간 즉 4일이 시작되는 처음 시간에 산신제를 지냅니다. 이것은 아마도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기 전 깨끗한 시간이라는 뜻도 있는듯합니다.

해마다 정월 1일부터 정해진 산신제 제관 여섯 명이 으뜸 제관 집에 모여서 산신제 준비와 진행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합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둔 볏짚으로 금줄을 꼬고, 잘라다놓은 대나무로 받침대를 만듭니다.

3일 오후 당산제 제관 여섯 명은 모두 당산제를 지내는 산신당에 갑니다. 그리고 산신당 주변과 수목 주변을 말끔히 청소합니다. 그리고 차로 실어온 장작으로 불을 피웁니다. 그리고 백지를 꽂아서 금줄을 치고 장작불을 피워 밥을 지을 곳에도 금줄을 칩니다.

이 마을 산신당은 원래 마을 한 가운데 숲 속에 있었으나 1950년대 마을 규모가 넓어지면서 원래 산신당 자리는 집이 들어서고, 산신당을 마을 남쪽 현재 자리로 옮겨오게 되었습니다. 산신당은 마을 남쪽, 북향으로 향한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밤 8시 반 산신제 제관은 으뜸 제관 집에 모여서 다시 한 번 각각의 역할 분담과 준비물을 확인하고 산신당으로 향했습니다. 마을에서 산신당까지는 비교적 먼 거리는 아니지만 준비물들이 있기 때문에 작은 트럭을 이용하였습니다.

가미하다 마을은 현재 40 세대가 살고 있는데 산신제 제관은 여섯 명을 뽑아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세 명은 연장자이고 나머지 세 명은 비교적 젊은 세대입니다. 두 세대를 나누어서 젊은 세대가 산신제 진행과 준비물 등을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대나무 통에 불린 쌀을 넣고 장작불로 밥을 짓는 것은 시가현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이곳만의 특징입니다. 대신 이곳에서는 찹쌀떡 모치를 제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나무 통에 불린 쌀을 넣고 장작불로 밥을 짓는 것은 시가현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이곳만의 특징입니다. 대신 이곳에서는 찹쌀떡 모치를 제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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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쯤 준비해온 대나무 통에 물에 불린 쌀을 넣고 장작불에 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장작불로 인해서 쌀을 넣은 대나무 통에 불이 붙을 수 있니 작은 비를 만들어서 쌀이 들어있는 대나무 통을 물로 계속 적셔 주었습니다. 거의 한 시간이 지나서 대나무 밥이 다 지어졌습니다.

쌀로 밥을 짓고 있는 동안 산신당인 수목 앞에 제물을 진설했습니다. 제물은 알파벳 Y 자 모양의 나무 가지로 만든 남녀 모습 신상, 무, 정어리, 해초인 모자반, 단무 등입니다. 이 마을에서는 찹쌀로 만든 모치가 없는 것이 특이합니다.

  제관이 수목 앞에서 제물을 차려놓고 산신제를 미치고 기원을 하고 있습니다.
 제관이 수목 앞에서 제물을 차려놓고 산신제를 미치고 기원을 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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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밤 12시 으뜸 제관이 주관하는 산신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차려놓은 산신당 수목 앞 제물 앞에 앉아서 절을 하고, 산신제 축문을 읽었습니다. 마을의 평안과 세대 가족의 건강, 오곡백과의 풍년과 마을 가축들의 무사를 빌었습니다.

산신제가 끝나고 잠시 장작불가에 쉬면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마을 사람들의 참가를 기다렸습니다. 해마다 몇몇 마을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참가하는 경우가 있어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올해 마을 개인 참가자는 없었습니다.

  제관들이 금줄을 새끼로 걸어서 흔들면서 민요를 따라서 하고 있습니다. 오른 쪽에 서 있는 분이 선소리꾼으로 민요를 먼저 부릅니다.
 제관들이 금줄을 새끼로 걸어서 흔들면서 민요를 따라서 하고 있습니다. 오른 쪽에 서 있는 분이 선소리꾼으로 민요를 먼저 부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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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를 마치기 전 산신당 앞에 길게 걸어놓은 금줄 앞으로 제관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금줄에 다른 새끼줄을 감아서 이것을 잡아당기면서 민요를 불렀습니다. 이 민요는 제관 가운데 나이가 드신 제관이 선창을 하면 이 구령에 맞추어 새끼줄을 잡아당겼다가 놓았다를 반복했습니다.

노래 내용은 이제 산신제를 지내니 이곳에 참가한 제관 하나하나에 건강이 임하고 집안에 무사태평을 빌고, 마을의 무사 태평과 오곡백과의 풍년을 기원하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금줄을 잡고 복과 안녕을 기원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시가현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줄을 잡아당기면서 민요를 부르는 것으로 가미하다마을의 산신제는 모두 막을 내렸습니다. 사람들이 장작불을 정리하고, 집으로 갈 준비를 했습니다. 이때 조금 전까지 별이 보이던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산신제 제물입니다. 앞에는 대나무 통에 넣어서 지은 밥을 반으로 갈라서 올려놓고 정어리, 단무, 모자반, 삶은 콩 술 등이 있습니다.
 산신제 제물입니다. 앞에는 대나무 통에 넣어서 지은 밥을 반으로 갈라서 올려놓고 정어리, 단무, 모자반, 삶은 콩 술 등이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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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산신제, #가미하다 마을, #시가현 히가시오우미시, #대나무 통 밥, #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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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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