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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호(앞) 씨와 김영철(뒤) 씨는 비닐하우스에 딸기만 재배하고 있다. 안씨와 김씨가 딸기의 작황을 살피고 있다.
 안영호(앞) 씨와 김영철(뒤) 씨는 비닐하우스에 딸기만 재배하고 있다. 안씨와 김씨가 딸기의 작황을 살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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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혹사 안 시켜. 사람도 그러잖여. 기계도 그렇고. 땅도 똑같다고 봐. 그래서 딸기만 하고 수확 끝나믄 땅을 놀려, 그냥. 좀 쉬라고. 그래갖고 다음에 딸기 잘 키우라고. 사람도 휴가 갔다 오믄 일을 더 열심히 허잖어. 그거하고 팽야 같애."

전남 담양군 대전면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철(63)·안영호(68) 씨의 목소리다. 이들은 한 마을에서 딸기를 재배하며 강의작목반으로 엮여 있다. 회원농가는 33명. 재배면적은 모두 6만6100m²에 이른다. 김씨는 반장을 맡고 있다.

실제 이 두 사람은 딸기 수확이 끝나는 5월 하순께부터 딸기묘를 옮겨 심을 때까지 땅을 쉬게 한다. 이른바 땅에 휴가를 주는 셈이다. 다른 농가에서 여름작물을 넣어 이어짓기를 하는 것과 다르다.

이들은 이어짓기를 하는 대신 그 기간 땅을 살리는 일에 집중한다. 땅을 갈아엎고 볏짚도 넣어준다. 땅에 좋은 영양제도 만들어 준다. 토양을 개량하는 것이다. "땅에 도움되겄다 싶으믄 다 한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김영철(앞) 씨와 안영호 씨가 하우스 안에서 딸기의 작황을 둘러보고 있다.
 김영철(앞) 씨와 안영호 씨가 하우스 안에서 딸기의 작황을 둘러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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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호(왼쪽) 씨와 김영철(오른쪽) 씨가 비닐하우스에서 방금 딴 딸기를 들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안영호(왼쪽) 씨와 김영철(오른쪽) 씨가 비닐하우스에서 방금 딴 딸기를 들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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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다 보니 연작에 따른 피해가 없다. 병해충도 거의 없다. 자연스레 친환경 재배가 가능해진다. 이들의 딸기 재배경력은 30년 가까이 된다. 딸기 재배면적은 각각 2300m²에 이른다. 벼농사와 일부 엽채류 재배는 덤이다.

"우리는 욕심 없어. 먼 욕심 있겄어? 나이가 환갑이 넘었는디. 자석들 다 키우고. 농사 부지런히 져서 품질 좋은 딸기를 따기만 하믄 돼. 물론 나이 먹응께 단점도 있제. 새로운 투자를 하기 겁나. 젊은사람덜은 실패해도 금방 일어설 수 있지만서도, 우리는 그렇게 못하거든."

그래서 젊은이들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2중 비닐하우스에다 가장자리 고랑에 작은 비닐을 한 겹 더 씌워주는 것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우리덜 방도 귀퉁이가 춥잖애. 하우스도 똑같애. 그래서 찬바람을 막어줄라고 귀퉁이 고랑에 작은 비닐을 또 씌우제. 비늘을 씌었다 벗겼다 번거롭기는 허제. 허지만 어쩌겄어. 차별받지 않고 커야 품질도 똑같제. 안이고 가상이고 다."

김영철 씨가 2중 비닐하우스 안에서 모서리에 설치해 놓은 또 한 겹의 비닐을 펼쳐보이고 있다.
 김영철 씨가 2중 비닐하우스 안에서 모서리에 설치해 놓은 또 한 겹의 비닐을 펼쳐보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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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호 씨의 딸기재배 시설하우스. 2중 비닐하우스 안 모서리에 또 한 겹의 작은 비닐을 씌운다.
 안영호 씨의 딸기재배 시설하우스. 2중 비닐하우스 안 모서리에 또 한 겹의 작은 비닐을 씌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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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농사경력에서 나온 비법이었다. 땅과 작물에 좋은 일이라면 다 하고 있다는 말의 징표였다. 날씨가 많이 추울 땐 비닐을 씌우고 이산화탄소 발생기를 돌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키운 딸기는 원협 공판장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가격도 잘 받는다. 당도가 높고 색깔도 고르고 좋다고.

"특별한 비결 없어. 땅을 좋게 맨들고, 거기에다 굵은 땀방울을 쏟아붓는 것이제. 선별도 철저히 허고. 대충 선별해서 속일라고 했다가는 나만 망하가니? 우리 마을서 딸기 하는 사람덜 모두 망해. 신용을 잃어불믄 끝이여. 그걸로."

땅심 못지않게 선별이 중요하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택배 등을 통한 직거래는 하지 않는다. 딸기의 특성상 장거리 이동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럴 여력도 없다. 가까운 데 사는 사람들이 직접 와서 보고 가져가는 건 상관하지 않는다.

"땅을 사랑해야제. 그것이 젤 중요한 것 같더만. 그래야 농사도 잘 짓고, 품질도 좋게 맨들 수 있어. 기술은 그 다음 문제고."

특별히 자랑할 만한 비법을 지닌 것도 아닌 김씨와 안씨. 이들 두 사람에게서 우리 농민들의 소박함과 정직함을 엿볼 수 있다.

담양 강의작목반에서 키운 담양딸기. 색깔과 모양이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맛도 좋다.
 담양 강의작목반에서 키운 담양딸기. 색깔과 모양이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맛도 좋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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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에서 방금 딴 담양딸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딸기다.
 비닐하우스에서 방금 딴 담양딸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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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담양딸기, #김영철, #안영호, #강의작목반, #3중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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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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