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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S병원의 한 병실. 대통령선거일이 되었지만 환자와 간병인은 투표에 참여할 수 없어 안타까워만 하고 있다.
 대전 S병원의 한 병실. 대통령선거일이 되었지만 환자와 간병인은 투표에 참여할 수 없어 안타까워만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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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대통령선거일이 되었지만, 투표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람이 바로 병실에 있는 환자와 간병인이다.

19일 대전 S병원은 직원들의 투표를 위해 오전에만 진료했다. 환자를 돌봐야하는 간호사들도 교대근무 등을 통해 투표참여를 최대한 보장받았다.

그러나 침상에 누운 환자와 이를 24시간 돌보고 있는 간병인들은 형편이 다르다. 부재자 투표 또는 거소투표(유권자가 일정한 사유로 인해 선거일 당일에 마련된 투표소로 직접 방문할 수 없는 경우 거처하는 곳에서 투표할 수 있는 투표방식)라는 제도가 있지만 갑자기 아파서 병상에 누운 환자나, 언제 일이 생길지도 언제 일이 끝나게 될지도 모르는 간병인들에게는 이 제도마저도 그림의 떡이다.

장기요양환자의 경우에는 거소투표를 신청하면 되지만, 거소투표를 신청하려면 선거인명부 작성기간(올해의 경우, 11월 21일~25일)에 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간을 지나쳐 입원을 하거나, 선거일 이전에 퇴원을 예상한 환자는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

또한 선관위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 자원봉사자 등을 통해 교통편의를 제공해주고 있지만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게는 아무런 지원이 없는 상태다.

이러한 환자의 경우, 자신의 몸 상태가 어려워 투표참여를 스스로 포기한다고 하지만, 간병인들은 또 이와 입장이 다르다.

"24시간 환자 옆에 있어야 하는데.... 투표하기 어렵지"

10년째 간병인으로 일해 왔다는 유아무개(68, 중구 산성동)씨는 "국회의원이나 시장선거도 아니고 대통령선거인데 당연히 투표해야지" 하면서도 "그런데 스물네 시간 계속 여기 붙여있어야 하는데, (투표는) 어림없지"라고 말했다.

가끔 친절한 가족을 만나게 되면 투표를 위해 자신들이 병상을 지키며 외출을 허락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결코 적지 않은 간병비를 부담하고 있는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유씨가 투표를 하려면 병원에서 자신의 집이 있는 투표소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왕복 3시간은 소요된다. 환자가족의 배려가 없다면 투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

"후보자 토론회 하는 거 보니까 간병비를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후보도 있던데, 정작 당사자인 간병인이나 환자들은 투표하기가 어려우니 참…"하면서 혀를 끌끌찼다.

투표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운 것은 환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한 번도 투표를 빼먹은 적인 없다는 척추염 환자 김복남(81, 전북 익산) 할머니는 "투표는 꼭 해야 하는디, 여태까지 누가 이러고 있을 줄 알았남?" 하며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대통령선거일이지만, 병실에 있는 환자와 간병인들에게는 그저 조용한 하루일뿐이다.


태그:#대통령선거, #투표, #환자, #간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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