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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대선 3차 TV토론 직후 절대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이 노골적으로 선거개입에 나섰다.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그날 토론회에서 야당후보인 문재인 후보가 여당후보인 박근혜 후보에게 질의한 4대강 관련 질문은 4대강사업이 녹조 등으로 문제가 많으니 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관해 박 후보의 의견을 물었다.

박 후보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래서 문 후보는 낙동강 녹조가 과거에는 하구둑으로 막힌 낙동강 하구 인근에서만 발생했는데 낙동강 전역으로 확대된 것은 4대강사업 때문임을 밝히고, 아주 상식적인 처방으로 자신이 집권하면 우선 수문은 개방해 녹조대란 사태 같은 것은 막겠다고 이야기했다.

녹조현상과 4대강 사업은 무관하다?

낙동강 녹조라떼
 낙동강 녹조라떼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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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방송토론회 직후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심명필 4대강추진본부장은 "지난 여름의 녹조현상은 4대강사업과는 관계 없다"는 발언을 했다.

지난 4년 동안 환경단체 활동가로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4대강공사 현장을 누빈 필자로서는 국토부장관과 4대강 추진본부장의 이런 노골적인 거짓말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토론회에서 보여준 문 후보의 상황 인식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것이었다. 문제가 된 4대강 보의 즉각 철거도 아닌, 많은 학자들과 환경단체에서 그동안 주장하는 바 녹조대란 사태의 근본적이고도 확실한 방비를 위해 우선 수문을 개방해 강물을 흐르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낙동강 녹조대란의 근본원인인 강물의 정체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절대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의 장이 나서서 "문 후보가 팩트와 다르게 의혹을 제기한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정부기관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해도 되는걸까?

4대강사업이 문제가 많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녹조대란뿐인가? 보로 막힌 4대강 본류의 강물이 미쳐 빠지질 않아 발생한 지난 여름 낙동강 지천들에서 대거 발생한 홍수피해는 어떤가? 또 새로 심어둔 조경수가 대부분 고사하고, 이른바 생태공원이 사막공원으로 변해버린 사실은 또 어떤가 말이다.

또한 낙동강과 금강에서 발생한 물고기 수십만 마리가 집단 폐사는 또 어떤가?  아래위로 강물이 줄줄 새고 있고, 보강공사를 위해 이 한겨울에도 강바닥으로 콘크리크 시멘트를 주입하고 있는 4대강 보는 또 어떤가 말이다.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이 진행한 4대강사업으로 수질은 더욱 악화됐고, 그로 인해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고, 홍수피해는 더욱 심해졌다. 그리고 수생태나 강변 생태계는 완전히 교란당했다. 보에서는 여전히 물이 새고 있고, 콘크리트 바닥은 균열돼 붕괴 위험을 맞고 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국토부장관와 4대강 추진본부장은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4대강사업은 한마디로 실패한 사업이다. 국토부와 4대강추진본부는 노골적인 선거개입을 할 것이 아니라 지난 4년 동안 저지른 일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그게 적어도 양심있는 공직자의 자세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가 대구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녹조, #낙동강, #4대강사업, #선거개입,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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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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