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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
▲ 나는 아웃도어 여행가 2009년에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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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에 진보·보수 따로 없고, 좌파·우파 구별 없다. 부자도 가난뱅이도 아웃도어 앞에 공평하다. 이것이 바로 아웃도어 여행가인 필자의 여행 철학이다. 필자는 단독여행을 선호해서 그런지, 여행 때 '말 섞을'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만약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먼저 입을 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사람들을 산에서 만나든 바다에서 만나든 필자는 가급적 정치적인 언사들을 회피해 왔던 것이다. 굳이 기분 좋게 산에 올라가서 괜히 정치이야기로 서로 얼굴 붉힐 필요가 없지 않겠나.

그럼 필자가 정치에 대해서 문외한이냐, 그건 또 아니다. 나는 지하철을 탈 때 IT기기를 들고 있는 것보다 종이신문을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 중에서 국내정치면과 국제정치면은 꼭 챙겨 읽는다. 특히 국제정치 같은 경우는 국내신문으로는 갈증 해소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가끔 외신을 직접 찾아 읽기도 한다. <인디펜던트><가디언><뉴욕타임스> 같은 신문들이 내 컴퓨터 즐겨찾기에 저장되어 있다. 그렇듯 필자는 국내외 정치에 관심이 많지만 웬만하면 먼저 입 밖으로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놓지 않는다. 왜? 우리나라처럼 '정치과잉'과 '정치무관심'이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에서, 괜히 나까지 거기에 동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과 정치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회피하지만 그동안 난, 투표는 꼭 해왔다. '투표는 신성한 유권자의 권리'다 식의 교과서적인 투표독려 캠페인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공공근로 현장에서 만난 종부세 반대 아저씨

필자는 항상 투표를 할 때마다 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투표를 해왔다. 내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피선거권자를 찾아서 그들에게 한 표를 행사했던 것이다. 필자 스스로가 투표를 통해 궁극적인 이득의 귀속주체가 될 수 있도록, 내 입장을 화끈하게 밀어줄 수 있는 후보에게 기표 행위를 했던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닌가? 내 입장과 가장 합치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은 상식 중에 상식이다. 물론 그런 상식이 엇나가는 것이 우리나라 선거판이지만... 복지정책 확충을 외치는 후보를 나라 망치는 '좌파후보'라고 손가락질 하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게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이 아닌가.

필자는 몇 해 전에 동사무소에서 공공근로를 한 적이 있었다. 돈이 없었기에 공공근로를 했었는데 그 곳에 온 대다수의 사람들도 나랑 처지가 비슷했다. 그 중 나와 계속해서 작업을 같이 했던 분이 계셨다. 한마디로 그 분은 나와 작업 파트너였던 것이다. 그 분은 낮 시간에도 막걸리 냄새를 그윽하게 풍기는, 백발이 성성한 분이었다. 어쩌다 그 분과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분은 종부세에 대해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는 그 분에게 종부세가 정확히 무엇이냐고 설명을 요청했었다.

"젊은 사람이 그것도 몰라. 세금 폭탄이잖아. 세금 폭탄."

솔솔 풍기는 막걸리 냄새와 함께 내 귀에는 '세금 폭탄'이라는 단어가 정확히 꽂혔다. 왜 공공근로를 하는, 왜 면세점 이하에 있는 분이 '세금 폭탄'이라는 말을 쓰면서 종부세에 대해서 반대를 하실까? 당시 나는 더 이상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어차피 서로 더 할 말도 없었을 것이다. 판단해 보건데, 아마도 그 분은 선거에서 자신의 입장과 합치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는 않았을 것같다. 

나는 정말 그 부분이 궁금했다. 소위 잘나가는 부자들이 '종부세 폭탄'이라는 정치적 구호를 외친다면 당연히 이해할 수 있다. 세상에 세금 많이 내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왜 돈이 없어 쩔쩔매는 사람들이, 국세청의 세금 고지서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 '세금 폭탄' 운운하며 부자들을 옹호하는 기표행위를 하는지를...

내 영업장을 넓혀 줄 후보에게 '페이퍼 스톤'을 던질 것이다!

한반도의 전체 면적은 22만㎢으로 24㎢인 영국과 비슷하다. 
사진은 영국의 국회의사당이다. 사진 중간에 걸려 있는 영국 국기(유니온잭)가 인상적이다.
▲ 영국의 국회의사당 한반도의 전체 면적은 22만㎢으로 24㎢인 영국과 비슷하다. 사진은 영국의 국회의사당이다. 사진 중간에 걸려 있는 영국 국기(유니온잭)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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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여행가라서 그런지 나의 '영업장소'는 우리나라 전역이다. 전국이 다 나의 '돈벌이' 수단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면적이 크면 클수록 내가 벌어들일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지는 셈이다.

현실적으로 내 영업장은 9만9천㎢ 에 갇혀 있다. 이것은 휴전선 이남에 국한된 영업장을 뜻한다. 하지만 북한 지역까지 영업장 범위를 넓혀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2만㎢이 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면적이 24만3천㎢이니까 남북한 전체면적 22만㎢는 결코 적은 면적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혹시 영국을 작은 나라라고 부르는 사람을 본 적이 있으신가? 최소한 필자는 그런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필자는 항상 투표를 할 때마다 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투표를 해왔다. 그렇다. 이번 대선에도 그렇게 할 것이다. 내 영업장을 22만㎢로 넓혀줄 대선 후보에게 투표를 할 것이다. 함경도 나진에서부터 해남 땅끝마을까지 도보순례, 신의주-평양-서울-대전-대구-부산을 잇는 한반도 국토종단 자전거여행.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현재 국토종단 순례길이 기껏해야 600Km 정도인데 나진-해남 노선이 개통된다면 못해도 1200Km 정도는 가뿐히 넘을 것 같다. 그 뿐인가? 신의주에서는 바로 중국으로 갈 수 있고, 나진에서는 바로 러시아로 갈 수 있다. 비행기 삯이 없어 쩔쩔매는 나같은 가난뱅이 여행가들에게 육로 여행길이 개통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희소식이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영업장이 넓혀진다면 내가 벌어먹을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진다. 그만큼 내 호주머니가 두둑해 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18대 대선에서, 난 내 이익을 대변해 주는 후보에게 '페이퍼 스톤(paper stone: 직역하면 종이짱돌임. 기표를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요구한다는 뜻으로 투표행위를 거리 시위에 빗대서 하는 말)'을 던질 것이다.

세계평화의 종은 강원도 화천 평화의 댐 바로 옆 쪽에 위치해 있다. 강원도 화천군은 분단극복과 세계평화를 향한 염원을 담아 세계평화의 종을 만들었다고 한다.
▲ 세계평화의 종 세계평화의 종은 강원도 화천 평화의 댐 바로 옆 쪽에 위치해 있다. 강원도 화천군은 분단극복과 세계평화를 향한 염원을 담아 세계평화의 종을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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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 가지. 필자는 통일지상주의자가 아니다. 앞뒤 사정 살피지 못하고 무턱대고 통일을 부르짖을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말이다. 필자는 장기적인 분단으로 인해 남북간의 이질화가 계속 가속화 되고 있음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또 막대한 재원이 예상되는 통일비용도 골칫거리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내가 기표한 후보자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한다고 해도 당장 내 영업장을 늘려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투표 '한 방'에 확 바뀌는 것은 별로 없다. 난 그 후보에게 남북간의 신뢰를 위해 디딤돌을 다시 놓아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이명박 정권에 의해 휩쓸려 나간 징검다리들을 다시 원위치 시켜달라는 것이다. 노태우 정권시절의 '북방외교'보다도 더 후퇴한 현 정권 하에서의 대북관계를 복원시켜 달라는 것이다.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될 때, 당시의 총리는 헬무트 콜이었다. 그런데 독일인들은 통일 독일과 관련하여 콜보다는 빌리 브란트 총리를 떠올렸다고 한다. 빌리브란트가 누군가? 서독의 4대 총리로 재임하며, 폴란드 아우슈비츠에 가서 통곡의 눈물을 흘렸던 총리가 아닌가. 그런 빌리 브란트 총리의 진심어린 사죄로 인해 서독은 주변 유럽 각국의 지지와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또한 그의 동방 정책은 통일 독일의 밑거름이 되게 했다. 빌리 브란트 총리의 재위 기간은 1969년부터 1974년까지였는데 독일 통일이 1990년에 있었으니, 그의 동방정책은 20년도 안돼서 꽃을 피운 것이다. 빌리 브란트가 놓은 징검다리가 있었기에 헬무트 콜 시대에 독일 통일이라는 튼튼한 다리가 준공을 하게 된 것이다. 

내 영업장 확장은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조급해한다고 될 일이 아니니까. 내 영업장이 확장된다면 떡을 해서 돌려 먹을 생각이다. 돼지도 한 마리 잡고. 돼지 잡을 때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함께 와서 먹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나 혼자 돼지 한 마리를 다 먹을 수는 없을 테니까. 돼지를 잡을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저 기념품 가게 앞을 지났을 때, 'great britain'이라는 명칭이 내 시선을 끌었었다. 남북한이 통일이 된다면 'great korea'라는 명칭이 쓰일 수 있을까?
▲ 영국의 기념품가게 저 기념품 가게 앞을 지났을 때, 'great britain'이라는 명칭이 내 시선을 끌었었다. 남북한이 통일이 된다면 'great korea'라는 명칭이 쓰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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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제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태그:#대통령선거, #18대대통령선거, #투표, #영업장, #페이퍼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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