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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암에서 만난 돌탑. 숲속 암자만큼이나 앙증맞다.
 사성암에서 만난 돌탑. 숲속 암자만큼이나 앙증맞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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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庵子)로 간다. 큰 절에 딸린 암자는 예부터 수행자들의 은둔처였다. 학자들의 학문 연마의 장이기도 했다. 깊은 산속에 있어 분위기도 고즈넉하다. 소박한 아름다움과 아기자기한 멋도 있다.

찾아가는 길도 매력적이다. 숲속 오솔길이다. 편안하게 걸으며 마음 풀어놓기에 제격이다. 길을 걷다 보면 세속에 찌들었던 몸과 마음도 금세 활력으로 다시 채워진다. 하여, 암자는 때 묻지 않은 여행의 청정지대다.

사성암(四聖庵)이다.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오산(531m) 꼭대기에 있다. 백제 성왕 때 연기조사가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본디 '오산암'이라 했다. 원효대사와 도선국사·진각선사·의상대사 등 4명의 성인이 수도했다고 해서 나중에 이름을 바꿨단다.

가는 길은 녹록지 않지만... 독특한 풍경이 눈앞에

사성암으로 가는 숲길. 그리 험하지 않지만 오르막의 연속이다.
 사성암으로 가는 숲길. 그리 험하지 않지만 오르막의 연속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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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암으로 가는 찻길. 평소 미니버스가 오간다. 겨울엔 버스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성암으로 가는 찻길. 평소 미니버스가 오간다. 겨울엔 버스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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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암으로 가는 길은 그리 녹록지 않다. 산길 2km가량을 걸어야 한다. 그리 험하지는 않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오르막길이다. 사성암 주차장에서 산허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구부러지는 찻길로 가도 된다.

어느 쪽으로 가든지 싸목싸목 걸어 1시간 30분이면 거뜬하다. 눈이 쌓여 있어도 큰 부담이 없다. 산길을 오가는 미니버스를 타도 된다. 버스를 타면 15분이면 닿는다. 개인 승용차는 타고 갈 수 없다.

사성암은 겉모습부터 독특하다. 아찔한 절벽에 자리하고 있다. 건물이 바위 사이에 박혀 있다. 벼랑 끝에 걸려있는 것 같다. 가장 먼저 만나는 건축물이 약사전. 흡사 바위를 뚫고 나온 것 같다.

사성암 약사전. 흡사 절벽에 건물이 붙어있는 것 같다.
 사성암 약사전. 흡사 절벽에 건물이 붙어있는 것 같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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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전으로 오가는 돌계단. 돌담 위에 기왓장이 줄지어 놓여있다.
 약사전으로 오가는 돌계단. 돌담 위에 기왓장이 줄지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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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건물을 크고 작은 기둥으로 받치고 있다. 짙은 밤색의 단청도 산하와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그 옆 바위에 살짝 얹어놓은 듯 단아한 건물은 대웅전이다. 대웅전도 산과 하나인 것처럼 배치돼 있다. 인공의 구조물인데도 애초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다.

약사전으로 올라간다. 돌계단을 따라 돌담에 놓인 기왓장에 눈이 소복이 내려앉아 있다. 그 사이로 중생들의 염원을 담은 글귀가 살며시 얼굴을 내민다. 까만색 기와에 하얀 글씨로 새겨진 소망이 차곡차곡 포개져 있다.

마애여래입상도 자비로운 미소로 맞아준다.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암벽에 새겼다는 불상이다. 살포시 감은 눈과 온화한 표정이 오묘하다. 명상에 잠겨 있는 것 같다. 열반에 든 것 같기도 하다.

간절한 소원 담긴 이곳

지장전으로 가는 길.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지장전과 소원바위가 나온다.
 지장전으로 가는 길.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지장전과 소원바위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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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바위에 내걸린 소원줄. 저마다 소박한 소원이 적혀 있다.
 소원바위에 내걸린 소원줄. 저마다 소박한 소원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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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전에서 내려와 지장전으로 오른다. 돌계단에 하얀 눈이 내려앉아 있다. 여기에도 소원을 품은 기왓장이 줄지어 놓여 있다. 왼편 산자락 끝으로 하얗게 변한 섬진강이 흐르고 있다.

돌계단 끝에 바위 하나가 우뚝 서 있다. 소원바위다. 뗏목을 팔러 간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죽은 아내와 그 설움에 숨을 거둔 남편의 애절한 전설이 깃들어 있다.

이 바위에 수많은 중생들의 소원이 주렁주렁 걸려있다. 가족의 건강을 비는 소박한 염원에서부터 사업의 번창을 바라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대학 합격을 비는 글귀도 보인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저마다 간절함을 간직하고 있다.

한 등산객이 소원바위 앞을 지나고 있다. 왼편으로 구례들녘이 펼쳐지고 섬진강이 유유히 흐른다.
 한 등산객이 소원바위 앞을 지나고 있다. 왼편으로 구례들녘이 펼쳐지고 섬진강이 유유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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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바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 구례 시가지와 섬진강, 지리산이 다 보인다.
 소원바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 구례 시가지와 섬진강, 지리산이 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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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바위 앞으로 내려다보이는 섬진강 물줄기도 애틋하다. 눈이 내려 하얗게 변한 들판을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고 있다. 강변에 자리하고 있는 들녘도 모두 하얀 솜이불을 덮고 있다.

저만치 구례읍을 중심으로 용방면과 산동면이 지리산 아래까지 펼쳐져 있다. 오른편 지리산 자락으로는 광의면과 마산면·문척면·토지면이 들어앉아 있다. 그 풍광도 넉넉하다.

산등성이엔 한 폭의 동양화가 펼쳐져 있다.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지리산 풍광이다. 지초봉과 만복대·성삼재·노고단·반야봉·왕시루봉·천왕봉이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거대한 지리산이 눈 아래로 펼쳐지는 것 같다. 세속의 때도 어느새 저만치 날아가고 없다. 섬진강 너머 서쪽으로 해가 떨어지는 무렵의 풍치도 황홀하다. 붉은 해와 지리산·구례들·섬진강이 함께 연출하는 풍광에 한동안 넋이 나가고 만다.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지리산과 섬진강. 사성암에서 보이는 풍경 가운데 일부다.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지리산과 섬진강. 사성암에서 보이는 풍경 가운데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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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암을 품고 있는 오산의 숲길. 나무데크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사성암을 품고 있는 오산의 숲길. 나무데크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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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사성암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석곡나들목에서 18·17번국도를 번갈아 타고 압록, 구례구역을 거쳐 구례읍까지 가야 한다. 여기서 문척·간전 방면으로 문척교차로를 지나 오른편 동해마을 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려면 ‘전라남도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산7-1번지’를 입력하면 된다.



태그:#사성암, #암자, #오산, #소원바위,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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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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