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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부모회 회원들이 공주시내에서 서명을 받고 있다.
 장애인부모회 회원들이 공주시내에서 서명을 받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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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의회 이창선(새누리당) 부의장이 공주시 장애인부모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 11월 27일 이창선 부의장이 장애인부모회와 예산 관련해 언쟁을 하며 "우리 형도 병신"이라며 장애인을 '병신'으로 비하한 발언과 이창선 부의장이 공주시 태권도협의회 회장시절 보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공주시 학부모회는 11일 산성시장에서 이창선 부의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보조금 유용 의혹 해결을 위한 국민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이 단체는 공주시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1월 27일로 올라간다. 이날 공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석상에서 이창선 부의장은 공주시 장애인부모회의 보조금 지급건에 관련해 "반죽동 사무실을 2009년 2월 4년 동안 임대 계약했고, 현재 운영이 되지 않는 만큼 환수 조치를 하는 게 타당하다"며 "또한 (공주시의회가) 공주시 장애인부모회 여름캠프에 570만 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장애아동들은 가지 않고 부모들만 여행을 가고 있다, 강사료 15만 원도 자기네들끼리만 나눠먹기식으로 쓰는 등 허위성이 보이므로 장애인부모회에 단 10원의 예산도 지원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자 지난 11월 29일 이창선 부의장은 '한은주입니다. 행정 사무감사에서 우리 부모회에 대하여 하신 말씀에 관하여 책임질 수 있는지, 우리 단체행동도 불사합니다. 꼭 기억하세요'라고 적혀 있는 문자(한은주 회장 발신)를 공개하면서 "공갈과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창선 부의장과 공주시 장애인학부모회의 갈등은 일파만파 커졌다.

그러자 장애인부모회는 12월 3일 공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마음에 상처와 모욕을 줬다"며 이창선 부의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장애를 가지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장애인 부모를 짓밟고 냉대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1년에 950만 원 보조금 받았던 내역을 철저히 공개하고 검찰에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당시 이창선 부의장이 나와 발언을 하다가 장애인을 두고 '병신'이라고 지칭했다고 읽혀지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

"'병신' 발언, 가슴에 못 박았다"

장애인부모회 한은주 회장
 장애인부모회 한은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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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운동 현장에서 만난 공주시 장애인부모회 김보경 총무는 "장애인을 둔 부모들은 울분을 참을 수가 없다"며 "가슴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시퍼렇게 멍든 가슴으로 오로지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한 시의원의 말에 가슴이 찢어졌다"고 울음을 토했다.

이어 한은주 장애인부모회 회장은 "이창선 부의장이 태권도협의회 재직 시 보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국민 감사를 청구하기 위해 이 추위 속에도 산성시장에 나왔다"고 서명운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한 회장은 "이창선 부의장의 '병신' 발언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제소했는데, (인권위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힘들게 살아가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창선 부의장이) 가슴을 후벼파는 발언을 했다, 이번 기회에 시민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병신' 발언한 적 없어... 보조금 유용 의혹, 근거 없다"

이창선 부의장은 "나는 장애인을 병신이라고 한 적도 없다"며 "내 바로 위에 형이 장애인이라 '우리 형도 병신이다'라고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창선 부의장이 태권도협회장을 역임했던 당시 보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검찰과 경찰이 모두 조사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지금도 (일부 시민단체가) 민원을 넣어 재조사를 하고 있는데 만약 혐의가 없다고 나오면 상대는 무고죄로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태권도협회장 역임 당시 공주 대회는 우리가 유치했지만, 보조금은 다 연맹으로 들어갔다"며 "우리는 필요한 부분에 대해 요청하면 연맹에서 법인 통장으로 송금해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의원은 보조금을 받는 업체에 대해 감사를 할 수 있으며 감사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드러났다"며 "내용을 살펴보면 보조금으로 사무국장 급여를 줬다가 200여만 원 정도를 반환청구를 통해 토해냈다"고 반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주시 장애인학부모회에 대해 "(장애인학부모회가) 예산이 삭감될까봐 그러는 것 같다"며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거리는데 나도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약자에 혐오감을 주는 발언으로 즉각 사과하라"

장애인부모회가 서명을 받으면서 세워둔 패널
 장애인부모회가 서명을 받으면서 세워둔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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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병신'이라는 단어는 장애인들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며 "사회에 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시의원의 형이 그렇다고 해서 일반화시킬 수 없는 문제"라고 평했다. 이어 "즉각적인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장희 드림장애인인권센터 대외협력국장은 "옛날에는 장애인을 무시하는 발언에 그냥 참고 살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생기고 산업현장·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중도장애인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전체 인구 중 10%가 장애인인 나라에서 생기고 있는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사회의 눈도 바꿔야 하는데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이 본인이 아니라고 해서 저질 발언으로 가슴을 아프게 만들어 버렸다"며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그런 의원은 당장 사과와 함께 사퇴를 해야 한다. 이번 발언에 대해 얼렁뚱땅 넘기려고 한다면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공주시 장애인부모회는 허위 사실을 전파한 세 곳의 언론사에 대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재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창선 부의장도 앞으로 기자회견 등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태그:#장애인 폄하 발언, #장애인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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