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 면세점 자리에 대한 입찰공고가 지난 5일 저녁 발표됐다. 11월 30일 한국관광공사가 공항공사 이채욱 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를 취하한 후 불과 5일만에 전격적으로 입찰이 발표된 셈이다. 입찰에 참여할 자격은 자산 총액의 합계가 5조원 미만인 기업으로 제한한다고 하였고, 계약기간은 2년이다.

한국관광공사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2535㎡ 매장면적의 14개 매장 중 2개매장(361.6㎡/약 110평)을 제외한 2174㎡ 매장면적의 12개 매장을 두 개의 사업권으로 나눴고, 두 개 사업권에 대한 최저 입찰가는 각각 238억원과 283억원이다. 새로운 사업자는 향수, 화장품, 술, 담배 등을 취급할 수 없으며, 매장면적 중 국산품 공간을 50% 이상 설치하여야 한다. 입찰참가신청은 12월 12일까지이며 13일에는 가격입찰을 실시한다.

의혹1. 초고속 입찰 절차

인천공항 명품매장 루이비통
▲ 인천공항 인천공항 명품매장 루이비통
ⓒ 조영미

관련사진보기


2007년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자선정을 위한 입찰 때는 면세점 운영 경험이 5년 이상인 업체를 대상으로 하였지만, 이번 입찰은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어도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입찰에 참가할,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 중소·중견기업들에게 입찰조건과 사업타당성을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단 7일이다. 임대와 관련하여 입찰기한은 인천공항공사가 마음대로 정해도 법적인 하자는 없다. 그러나 이번 입찰은 명목상 대기업들의 참가를 제한하고 중소·중견기업을 상대로 하는 입찰이다. 그런데 중소·중견기업에게 사업타당성 검토를 할 여유를 주지 않고 입찰을 진행시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공기업으로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부족해 보이며, 과거 입찰관행과도 현격히 다른 속전속결 입찰 진행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입점 업체가 미리 내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중견업체였던 AK면세점이 2009년에 2천억원 부채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인천공항에서 사업을 접고 롯데면세점에 지분을 넘긴 사례가 있었다. 만약 이번 입찰에서 중소기업이 사업타당성이 있다고 판단 응찰 후 낙찰되었는데, AK면세점과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 2007년 입찰기간 vs 2012년 입찰기간 비교

- 2007년 입찰 
▶ 입찰공고일 : 2007. 4.18
▶ 입찰마감일 : 2007. 6.13
▶ 입찰준비 기간 : 56일
 * 당시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은 사업타당성 분석 및 내부적으로 이사회의결 등 충분한 검토를 통해 응찰이 가능했음.

 - 2012년 입찰
▶ 입찰공고일 : 2012. 12.05
▶ 입찰마감일 : 2012. 12.12
▶ 입찰준비 기간 : 7일
* 면세점 운영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이 입찰에 응할 경우 사업타당성에 대해 충분히 분석할 시간이 부족

MB정부가 이렇듯 초고속으로 속전속결 방식으로 입찰을 강행하는 이유는 이제 열흘도 채 남지 않은 18대 대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이에 부담을 느껴 상대적으로 사안이 작다고 판단한 면세점 민영화를 대선 실시 전에 서둘러 착수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라는 블랙홀에 모든 이슈들이 빨려 들어가는 틈을 노린, MB의 공기업민영화에 대한 마지막 시도인 셈이다.

의혹2. 사라진 매장 110평

이번 입찰과 관련하여 중소·중견기업들은 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의 영업실적을 분석한 후 입찰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번 입찰대상 매장면적에서 한국관광공사의 메인매장 1개 및 복합매장 1개에 대한 110평(정확히는 109.4평)이 사라진 상태에서 새 사업자 모집이 공고되었다. 공고문 및 입찰유의서를 검토하여도 입찰대상에서 110평이 사라진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사라진 110평을 후일 제3자에게 수의계약으로 주려는 의도인지, 기존 재벌면세점에게 주려는 의도인지, 다시 입찰에 붙일지는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 입찰 대상에서 누락된 매장 2개(약110평)에 대해 만약 향후에라도 양주, 담배를 취급하는 매장으로 특정 업체에게 줄 경우에는 특혜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관광공사 현재 매징과 입찰에서 사라진 매장 비교.
 한국관광공사 현재 매징과 입찰에서 사라진 매장 비교.
ⓒ 한국관광공사노조

관련사진보기


의혹3. 자산규모 5조원 미만이 중소기업?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자산이 5천억원 미만이어야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자산 5조 미만, 5천억 이상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알기 어려운 법률용어보다는 통념상 '자산 5조원 이상은 재벌, 5조원 미만은 대기업, 5천억원 미만은 중소기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입찰 참가자격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자산 합계가 5조원 미만인 기업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지난 10월 8일 기재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이 밝힌 중소·중견기업에만 입찰참가 자격을 주겠다는 방침과 어긋난다.

당시 박재완 장관은 "면세점이 대기업에 편중돼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제어를 해야겠다고 해서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며 "시내 12개 면세점과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나머지 면세점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게만 입찰 자격을 주려고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금번 입찰 참가자 자격이 2011년 기준으로 자산 합계가 5조원 미만인 기업이라고 명기됨에 따라 금번 입찰에서도 '자산규모 5천억원 이상인 대기업'에 낙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결국 중소기업이 아닌, '자신을 중견기업이라고 주장하는 대기업'에 면세점이 넘어가 '중소기업 우대는 말뿐이었다'는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의혹4. 중소기업 진입 어렵게 하는 임대료 정책

이번 입찰에서 두 개 사업권중 하나인 DF6 매장면적 1022㎡에 대한 최소보장액은 238억원이고, 또 다른 하나인 DF7 매장면적 1151㎡에 대한 최소보장액은 283억원이다. 따라서 두 개의 사업권 공간을 합칠 경우 총 매장면적은 2174㎡(약 658평)이며 최소보장액 합산액은 521억원이 된다. 말 그대로 최소보장액이므로 최소보장액 이상을 써낸 업체들 중에서 최고가액을 써낸, 적격한 자격을 갖춘 업체가 낙찰자가 된다. 입찰에서 경쟁이 심할 경우에는 두 개 사업권 낙찰 합산금액이 최고 600억원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새 사업자는 외산수입품에 비해 수익률이 낮은 국산품을 매장내에 50% 이상 배치해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된다. 또한 계약기간이 2년으로 시설투자비 약 70억원(추정치), 전산개발비, 비품 등에 대하여 감가상각만료 이전에 폐기와 원상복구 비용까지 떠안게 된다. 물론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와 신라 등 두 개의 재벌면세점들에게는 국산품 50% 배치 의무조항도 없다. 새 사업자로서는 매우 힘겨운 경쟁을 해야할 상황이다.

임대사업자 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최대한의 임대료를 징수하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공공기관으로서 취할 태도는 아니다'라는 비난을 살 가능성이 높다. 국가에서 세금을 걷어도 이익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만 징수한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최소보장액이라는 명목으로 년간 약 6천억원의 임대료를 챙기고 있고, 매출이 더 발생하면 최소보장액에서 추가로 임대료를 더 징수한다. 이것이 최소보장액 제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인 '임대료 횡포'다. 이 최소보장액제도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미경의원(민주통합당)에 의해 비판받은 바 있지만, 인천공항공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의혹 5. 취급품목제한으로 여전히 재벌면세점들 이익보호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토해양위 이윤석 의원(민주통합당)이 인천공항면세점에서 취급품목 제한조치로 인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지적한 바 있다. 금년 상반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인천공항면세점 내 롯데면세점이 주류와 담배에 대한 독점판매권을 부여 받음으로 인해 인기 주류(술) 30여 개의 가격이 평균 9.8%나 인상되고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등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입찰대상 공간인 2174㎡ 안에서는 면세점 매출 상위 4개 품목인 향수, 화장품, 주류, 담배 판매가 금지된다.

새사업자와 기존 롯데·신라 면세점 비교
 새사업자와 기존 롯데·신라 면세점 비교
ⓒ 한국관광공사노조

관련사진보기


반면 인천공항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주류, 담배, 향수, 화장품 등 4개 인기품목을 계속 취급할 수 있다. 새 사업자의 경우 상위 인기 4개 품목을 제외한 기타 품목만을 취급하게끔 되어 매출액에 있어 상당한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새 사업자에 대한 취급품목 제한조치는 결국 인천공항에서 영업을 하는 기존의 재벌면세점들인 신라와 롯데의 이익을 보호해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취급제한 조치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는 국정감사에서 이윤석 의원이 신랄하게 지적한 바 있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이 또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의혹 6. 면세시장 80% 장악한 롯데·신라 기득권에 대해서는 침묵

정부는 인천공항내 한국관광공사 면세점 자리에 대한 입찰에 있어서 재벌들의 참가를 제한하는 모양새를 갖추어 명분 싸움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면세시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재벌 면세점들의 독과점 현상뿐만이 아니라 특혜사업인 면세사업에서의 공공성 확보 여부다. 현재 면세시장은 롯데와 신라 두 재벌면세점들이 양분하고 있는 독과점 시장으로 이들 재벌면세점들이 대한민국 전체 면세시장의 80%를, 대한민국 전체 공항면세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막강한 독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면세사업 수익을 단 한푼도 공익을 위해 쓰지 않고 있다. 

공항면세점 독과점 현황
 공항면세점 독과점 현황
ⓒ 한국관광공사노조

관련사진보기


국가가 세금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운영되는 특혜성 사업이기에 그 수익중 일부는 당연히 공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면세사업 수익금 전액을 공익사업인 관광진흥활동에 재투자하는 한국관광공사의 면세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에 중소·중견기업에게 문호를 개방한다는 면세시장은 대한민국 전체 면세시장에서 3%, 인천공항면세점에서 약 10%만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천공항공사의 입찰은 대한민국 전체 면세시장의 80%, 대한민국 전체 공항면세시장의 90%를 재벌면세점들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애써 가리려는 의도에 불과하다.

의혹7. 청렴계약조건에 어울리지 않는공동마케팅비

이번 입찰참가자 모집 공고문을 살펴보면 청렴계약조건으로 '입찰 및 계약체결과정에서 부조리 방지를 위하여 청렴계약조건을 운용'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청렴계약조건과는 달리 새 사업자는 최소보장액의 1% 미만으로 인천공항공사에 공동마케팅비(광고비 성격)를 내게 되어 있다. 현행 최소보장액으로 계산할 경우 DF6의 경우 약 2.4억원, DF7의 경우 약 2.8억원 미만에 대해 인천공항공사에 공동마케팅비 명목으로 매년 납부해야 한다. 물론 흑자 적자에 관계없이 납부하는 조건이다. 이는 관광공사 뿐만 아니라 롯데, 신라면세점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신규로 낙찰되어 새 사업자로 선정되는 중소·중견기업도 이와 같은 공동마케팅비를 계속 지급하도록 입찰공고문에 명시되어 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계속해서 공동마케팅비를 내게 하는 것은 상생의 정신에 위배되는 일이다. 공동마케팅비 명목으로 징수한 기금으로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공사를 홍보하기 위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에어스타 애비뉴(AIRSTAR Avenus)를 운영한다. 이렇게 걷어들인 광고비가 년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에어스타 애비뉴 운영비는 매년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인천공항공사가 부담하는 것이 청렴한 계약의 기본이 될 것이다.

대선 앞둔 MB정부의 선택, 끝이 아니다

민영화를 서두르는 MB정부와는 달리 정작 국회에서는 지난 10월 24일 문방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이 관광공사면세점 지속 운영 촉구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으며, 이 촉구결의안은 12월 하순 국회 본회의에도 상정될 예정이다. 또한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이 대표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이 연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 관세법 개정안은 면세시장에서 중소·중견기업에 50%, 한국관광공사에 20%를 의무할당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관광공사면세점 퇴출을 반대하는 국회의 압박에 쫓겨서 MB 정부는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서둘러 인천공항면세점 민영화를 위한 입찰을 발표했다. 대선 전에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MB정부의 이번 결정은 끝이 아니라 논란의 시작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오현재 기자는 한국관광공사노조 위원장입니다.



태그:#민영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