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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을 위한 작은 공연장인 ‘미미끄’ 카페를 8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현호 선교사
 청각장애인을 위한 작은 공연장인 ‘미미끄’ 카페를 8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현호 선교사
ⓒ 박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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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서울극장에서 청계3가 쪽으로 300m를 걷다 보면 허름한 건물 3층에 '미미끄'라는 아담한 카페가 눈에 띈다. 비록 빈자리 많은 카페이지만, 온기는 바깥의 겨울 추위를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마음의 난로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여느 카페와 다름없어 보이는 이 카페에는 유난히 손동작을 자주 하는 손님들을 볼 수 있다. 바로 수화언어를 하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이다. 다재다능한 끼 넘치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언제든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김현호 선교사. 이곳에서 8년째 따뜻한 난로를 지피고 있다.

청각장애인들만의 공간을 넘어 일반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김 선교사의 소박한 꿈이다.

가끔 농인 시인, 농인 마술사, 농인 댄서, 농인 예술단의 멋진 특별공연이 올려지기도 한다. 마음으로 듣고 치는 피아노 소리, 바닥의 진동으로 리듬을 타며 추는 현란한 춤. 이곳을 처음 들른 손님들은 특별 연예인 공연이라도 본 듯 착각하고 열띤 박수를 치곤 한다. 잠시 후, 듣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연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면 더욱 뜨거운 격려와 함께 눈가에 이슬이 맺히곤 한다.

때만 되면 작은 나눔행사 하나에 온갖 미사구로 떠들어 대는 홍보용 행사들이 난무하고 있는 이때, 김 선교사의 헌신적인 봉사가 더욱 빛이 난다. 그런데 최근 김 선교사는 수심이 깊어가고 있다. 미미끄 카페 곳간이 비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겨우 문은 열고 있지만, 띄엄띄엄 오는 손님으로는 카페 운영이 힘든 상황이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봉사로 살아온 김 선교사. 모든 것을 바쳐 지켜온 카페이기에 그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미미끄 카페에는 따뜻한 음료와 간단한 식사가 늘 준비돼 있다. 각종 모임이나 세미나실도 이용할 수 있다.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면 미미끄 카페를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종로에서 볼일이 있다면 잠깐 들러 따뜻한 음료로 몸을 녹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청각장애인들의 유일한 공연장 미미끄 카페. 사람들의 발길로 이곳의 따뜻한 마음의 난로가 꺼지질 않길 소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인권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미미끄, #미미끄카페, #청각장애인, #김선호, #김선호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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