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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대전의 도심거리.
 7일 대전의 도심거리.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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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는가 싶으면 다시 쏟아지는 눈. 오후 들어 기온도 뚝 떨어졌다. 담아둔 속내를 좀체 열지 않는 대전 시민들의 마음도 덩달아 움츠려들었다.

7일, 대선민심을 묻는 질문에 10명 중 6-7명이 손사래를 쳤다. "관심 없다", "바쁘다"는 이유를 대는 것은 그나마 낫다. 시선을 외면하거나 아무런 대답 없는 '묵묵부답형'이 대부분이다.

서구에 사는 강아무개(65)씨는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지원키로 한 것과 관련 "웃긴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는 그는 "안철수는 입후보하지도 않았다. 후보는 문재인인데 안철수가 후보 행세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인 정아무개(48)씨는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고 나도 박 후보 지지자"라며 "안철수나 문재인이나 다 똑같은 사람들인데 무슨 지원을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박 후보 지지자라고 밝힌 김선동(65)씨는 "야당 후보들은 죄 미래를 말하기보다 과거 박정희 시절을 말하지 않느냐"며 "미래를 말하지 않고 과거를 말하기는 안철수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대전시민들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대전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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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윤섭(30)씨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안 전 예비후보가 문 후보 지원에 나서 주위 친구들도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정권교체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젊은 층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인 최아무개(52)씨는 "문 후보로 마음을 정했다"며 "안철수의 지원이 대전에는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다른 지역에서 야권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늦었다는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늦진 않았다"며 "경험상 이제 선거운동은 시작"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이아무개(43)씨는 "손님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젊은 층과 주부들은 대부분 문재인과 안철수를 지지한다"며 "(안철수의 확실한 지원 선언이) 늦은 감 있지만 괜찮다"고 평했다. 그도 "대전지역보다는 젊은 층의 지지를 얻는데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충청권에서도 이제 대결구도가 제대로 짜여진 셈"이라고 평했다.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새누리당 박 후보의 경우 선진통일당과 합당하면서까지 보수적 지지층을 모조리 끌어 들였다. 박 후보로서는 더 이상 동원할 게 없을 정도다. 반면 문 후보의 경우 안철수의 유세지원에 나서면서 이제야 맞대결 구도가 균형 있게 만들어졌다. 언론을 보면 충청권에서 박 후보가 확연히 우세한 것으로 나오지만 난 신뢰하지 않는다. 출구조사로도 못 맞추는 곳이 충청도 표심 아닌가."

7일 대전 도심
 7일 대전 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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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서 꽃집을 운영한다는 배현미(41)씨는 "안철수의 지지연설을 환영한다"며 "대전의 경우 민주당 후보가 유리하지만 않지만 부동층이 많은 만큼 정권 교체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유세를 지지하면서도 첫 유세지역을 부산으로 잡은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오류동 재래시장에서 만난 안아무개(54)씨는 안철수를 지지했던 문 후보 지지자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충청권이 수십 년 유지해오던 지역정당(선진통일당)이 해체되는 등 지역주의와 결별했다"며 "반면 문 후보와 안철수는 고향 앞으로 맨 처음 달려갔다"고 촌평했다. "대전부터 왔더라면…" 하는 말끝에 충청권 지역주의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있는 듯 했다.

대전 시민들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충청이 이번 대선에서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답변은 제각각이었다. 그만큼 대전지역 대선 체감민심은 팽팽했다. 과연 충청권 유권자들은 이번에도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을 까. 안철수 재등장이 충청권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태그:#안철수, #대선민심, #18대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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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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