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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첫 TV토론을 마친뒤 서로 인사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첫 TV토론을 마친뒤 서로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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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독재의 퍼스트레이디가 청와대를 가면 대통령이 아니고 여왕이 된다."
"불통, 오만, 독선의 여왕은 필요 없다."
"새누리당은 없어져야 한다."
"유신정권 당시 장물로 월급 받고 살아온 분."
"유신시대 사고에 머무른 것 같다. 자격이 없다."
"충성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알 거다."
"대대로 애국가 부를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다."

4일 밤 열린 대선후보 TV 토론 1차전의 주인공은 단연 '1% 지지율'의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였다. 이정희 후보는 초반부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불통·독선·오만의 여왕"이라고 거세게 몰아붙이며 토론회를 주도했다. 궁지에 몰린 박 후보가 토론 후반 "계속 (야권)단일화를 주장하며 자꾸 토론회에 나오느냐"고 토론주제에서 벗어난 질문까지 던져봤지만,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꼴이 됐다.

이정희 후보는 "굉장히 궁금하신 것 같은데,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진보정권으로 교체하려는 것이다"라고 잔뜩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토론회가 끝난 뒤 "너무 세게 토론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분이었다"고 답했다.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내용적으로 선전했지만, 박근혜-이정희 두 후보의 날선 공방에 가려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미흡했다는 평가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자신의 정책을 비교적 차분하게 설명했지만, 현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지적하는 데 집중하면서 정작 박 후보와의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TV 토론을 지지율 역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정희 후보가 주도하고 다른 후보들은 뚜렷하게 부각되지 못했기 때문에 지지율에서의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80점, 문재인 60점, 박근혜 40점"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여야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답변 준비를 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여야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답변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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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가 없었으면 재미없는 토론회가 될 뻔했다."

이날 첫 대선후보 공식 TV 토론회를 지켜본 한 네티즌은 "이정희 후보가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토론회 전까지 존재감 자체가 없었던 이 후보가 이날 토론회를 주도하면서 야권 지지층에서 제3후보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반면 이정희 후보가 시종일관 박근혜 후보 공격에만 치중하면서 정작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설명하는 데에는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한 박 후보를 공격하면서 사용한 과도한 표현은 오히려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중도층의 이탈을 유도하는 역풍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방송사에서 TV 토론을 지켜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애가 어른을…"이라며 이 의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실제 이 후보는 TV토론 내내 작정한 듯 박 후보에 대한 공격에 집중했다. 박 후보가 통합진보당의 당명과 당 소속 의원들의 이름을 잘못 말하자, "토론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라"고 면박을 주면서 결국 박 후보로부터 '미안하다'는 사과까지 받아냈다.

이 후보는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식 이름인 '다카키 마사오'를 직접 언급하며 박 후보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정희'와 '다카키 마사오'는 토론회가 끝난 뒤에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이 후보의 무차별 공세에 당황한 박 후보는 "나를 (대선 후보에서) 내려앉히려고 작정한 것 같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대선에) 나왔다"는 이 후보의 공개 선언은 박 후보에 대한 공세의 정점을 찍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트위터(@unheim)에서 TV토론에 대한 소감으로 "이정희 80점, 문재인 60점, 박근혜 40점"이라고 평가했다. 진 교수는 이정희 후보에 대해 "토론의 규칙을 아주 잘 활용했다"며 "게임 룰 자체가 불리하게 짜인 상황에서 거의 게릴라전 수준으로 효과적으로 게임의 규칙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선 "차분하고 침착한 자세를 보여주었지만, 야권 주자라면 다소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 역할을 이정희 후보가 맡아버리는 바람에 한편으론 토론을 쉽게 풀어간 반면, 다른 한편 존재감이 가려진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와 문 후보 간 양자 대결이 아니라 박 후보와 이 후보 간 양자대결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문 후보가 해야 할 얘기를 이 후보가 다 해버린 셈이 됐다. 안철수 전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TV 토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진 교수는 또 "이번 토론은 왜 박근혜 후보가 그동안 TV 토론을 기피해 왔는지 라이브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박 후보에 대해서는 낮은 점수를 줬다. 그는 "'준비된 후보'라는 박근혜 캠프의 구호가 무색해지는 토론이었다"며 "나름대로 많이 준비한 게 눈에 보였지만 이정희 후보의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정희의 표독 발언, 어눌한 박근혜가 이득"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여야 대선후보 첫 TV토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여야 대선후보 첫 TV토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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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도 자신의 트위터(@chogabje1)를 통해 "이정희씨는 문재인과 북한 대변인 역할을 동시에 했다"면서 "문제는 이정희가 기분이 좋아지면 국민은 기분이 나빠진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대표는 "오늘 대선 후보 3者(자) 토론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표독한 발언으로 다소 어눌한 박근혜 후보가 가장 큰 得(득)을 볼 것 같다"면서 "가장 큰 피해자는 아마도 문재인 후보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준석(@junseokandylee)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역시 "이정희 후보는 오늘 두 가지 효과를 냈다"며 "진영 내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가려움을 긁어주면서 문재인 후보의 파이를 뺐어 왔으며, 시민 전체를 두고 보면 '남쪽정부',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는 것이 목적'이라는 발언으로 '진보진영'의 파이 자체를 줄였다"고 평가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TV토론은 복싱 경기가 아니고 장기자랑"이라며 "그런 면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자신의 것을 가장 잘 보여준 문재인 후보가 가장 잘 했다"고 분석했다.

이철희 소장은 "문 후보는 참여정부의 과오에 대해 진솔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노무현 프레임'을 잘 털어냈다"며 "그러나 박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나 자신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얘기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의 토론 자세에 대해서도 "문 후보는 밝은 표정은 아니었지만 진지한 자세였던 반면 박 후보는 발음도 틀리고, 표정도 어둡고, 가끔 말까지 더듬어서 썩 잘했다고 평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정희 후보에 대해서는 "너무 날을 세워서 오히려 박 후보를 도와줬다"며 "문 후보의 존재감은 묻히고, 슬픔에 빠진 박 후보를 몰아붙이는 형국이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6억 사회환원' 발언 등, 나름의 성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여야 대선후보 첫 TV토론 시작에 앞서 마이크를 장착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여야 대선후보 첫 TV토론 시작에 앞서 마이크를 장착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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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장은 이번 토론회가 후보 간 변별력을 부각시키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박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이나, 대북관계에 있어서 남북한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등의 전향적인 입장을 이끌어낸 것을 예로 들었다. 이 소장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문 후보의 지지율이 반짝 상승은 없겠지만, 밑바닥에서부터 보이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 진행 방식이 후보 간 상호토론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고, 세 후보가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기 보다는 자기 말만 하는 식이어서 토론회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날 토론회가 후보들의 지지율 변화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첫 TV토론을 마친뒤 인사하며 돌아가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첫 TV토론을 마친뒤 인사하며 돌아가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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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토론회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할 문재인 후보가 좀 더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야권 성향의 지지층에게는 아쉬움이 남게 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는 이정희 후보와 함께 묶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과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토론회에 임한 것 같다"며 "결국 전략이 실패한 것이고, 문 후보로서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10일) 2차 토론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정밀한 평가와 분석을 통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박 후보와 이 후보 사이에서 문 후보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02년 대선 TV토론 당시에도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날선 대립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존재감이 흐려졌다. 2012년 첫 대선 TV토론에서 10년 전과 비슷한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2002년 당시에는 '토론의 달인' 노무현 후보가 시간이 갈수록 특유의 감성 화법과 승부사 기질을 끌어내 다시 토론을 주도했다. 과연 노무현 전 대통령과 30년 친구였던 문 후보에게도 노무현식 승부사 기질이 내재되어 있을지 주목된다.


태그:#대선후보 TV 토론회, #박근혜, #문재인, #이정희, #2012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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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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