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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30대 중반을 넘어선 유미숙(가명)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하다가 빨리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어서 서둘러 결혼을 했습니다. 부푼 꿈도 잠시, 결혼 후 남편이 무정자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충격과 실망이 무척 컸죠.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남편과 서로 위로하며 금슬좋게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남편에게 수상한 낌새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남편의 전화를 봤는데 민지영(가명)이라는 여자와 메신저로 주고 받은 대화 수위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누가 보더라도 애인 사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남편은 "회사 동료일 뿐 그 이상 아무 관계도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더군요. 

믿었습니다. 아니 믿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믿음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남편과 제가 가끔씩 떨어져 지내는데 제가 없을 때 남편은 민지영과 단둘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왔더군요. 어떻게 알았느냐고요? 남편이 전에 알려준 자신의 이메일 계정을 확인하고부터입니다. 메일을 본 순간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거기엔 남편과 그 여자가 나눈 사랑의 밀어,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뿐 아니었습니다. 뒤늦게 카드내역을 보니 그 여자가 사는 동네의 커피숍과 영화관에서 돈을 썼고, 백화점에서 명품 여성의류를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또 강원도나 경기도 모텔이나 펜션에서 결제된 내역도 수두룩했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그동안 당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다 알고 있다"고 추궁했더니 남편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면서 되레 "헤어지자"고 화를 내더군요. 

이번엔 민지영씨를 찾아갔습니다. 처음에 "남편에게 따지지 왜 나를 괴롭히느냐"고 큰소리를 치길래 증거를 들이밀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무 소리 못하고 제가 요구한대로 외도한 사실을 인정하는 각서까지 써주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별거를 요구했습니다. 

제가 별 반응이 없자 남편은 아예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주변에선 이혼을 말리고 있네요. 좀 더 참아보면 나중에 남편이 잘 해줄 거라고요. 하지만 저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데 아이도 못 낳으면서 이런 대접 받으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결심은 못했는데 헤어지더라도 협의이혼으로 좋게 헤어지려고요. 하지만 만일 남편이 역으로 소송을 걸어온다면 그땐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외도는 물론이고, 무정자증으로 불임의 원인을 제공한 잘못까지 이혼사유로 삼아 손해배상을 청구할 겁니다. 

그리고 생각하면 할수록 민지영이란 여자, 정말 괘씸합니다. 유부남인줄 알면서 남편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그 여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으려 합니다. 필요하면 형사고소도 할 거고요. 제가 받은 정신적 피해, 전부 배상 받을 수 있을까요. 

외도는 재판상 이혼사유...불임도 이혼사유?

드라마 <사랑과 전쟁> 한장면.
 드라마 <사랑과 전쟁> 한장면.
ⓒ 드라마 <사랑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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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남(제대로 이혼 도와주는 남자)입니다. 먼저 유미숙씨에게 위로를 드립니다.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남편이 받아주지 못했군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기 위해 결혼까지 서둘렀는데, 아이를 갖기는커녕 남편의 외도까지 지켜봐야 했으니 배신감이 크겠습니다. 

남편의 행동은 누가 보더라도 이혼사유에 해당합니다. 법에 나오는 첫 번째 이혼원인이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즉 외도입니다. 사연만으론 성관계가 있었다고 확신하기 어렵지만, 반드시 성관계를 해야 외도가 되는 건 아닙니다. 외도는 "간통보다 훨씬 넓은 개념으로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포함된다"고 법원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문자와 사진, 카드결제내역, 각서 등 사연에서 나온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이혼사유가 되리라 봅니다. 위자료(정신적 손해에 대한 금전배상) 청구도 가능하겠지요.(부부의 외도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기사 '아내와 각방 쓴 지 오래인데, 형사처벌 받아야 하나요?'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남편이 무정자증이어서 아이를 낳지 못한 것도 이혼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그건 어렵습니다. 신체적 문제가 남편이 의도한 잘못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유사한 사례에서 "남편이 무정자증으로 생식불능이고 성적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사실만으로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적이 있습니다. 불임증은 이혼사유가 되지 않으니 당연히 손해배상이나 위자료를 청구할 사안도 아닙니다.

가정파탄 유책배우자는 이혼청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유미숙씨의 우려대로 남편이 먼저 이혼청구를 할 수도 있을까요. 물론 소송을 거는 것까지는 자유지만, 남편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남편은 혼인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이른바 '유책배우자'이기 때문입니다.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고, 다만 상대방도 그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것이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므844 판결 등)

다시 말해 외도한 남편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만일 유미숙씨가 이혼의사가 명백한데 오기로 거부하는 경우라면 이혼이 되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간통' 고소는 이혼전제...인정되면 배우자와 상간자 모두 처벌

영화 <사랑과 전쟁> 한 장면.
 영화 <사랑과 전쟁> 한 장면.
ⓒ 영화 <사랑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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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민지영씨와의 문제가 남았군요. 형사고소할 의사가 있으시다고 했으니 간통죄가 성립될지 따져봐야겠습니다. 민지영씨가 남편이 유부남인 줄 알았고, 성관계를 했다면 간통이 되겠지요. 그런데 조금 노골적으로 얘기하자면 성기의 결합이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만 합니다.

또한 간통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배우자가 고소를 해야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이혼이 전제가 되어야 고소를 할 수 있고 죄가 인정되면 두 사람 모두 처벌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남편을 제외하고 민씨만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남편과 원만하게 해결하길 원하신다면 이 점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배우자 있는 사람과 외도를 한 상대방('상간자'라고 부릅니다)은 형사책임 외에 민사책임도 지게 됩니다. 간통은 물론이거니와, 간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부적절한(?) 관계만 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정도 책임을 지게 될까요. 며칠 전(11월 30일) 판결을 소개합니다.

[사례] 네 살난 아들을 둔 유부남 A(24·남)씨. 피자 가게 종업원인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B(18·여)양에게 반했습니다. B양도 싫지 않았던지 두 사람은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4개월 동안 둘이 주고받은 문자와 전화 횟수는 1천 번이 넘을 정도였습니다. 두 사람이 일을 마치고 밤에 따로 만나는 일도 잦아지면서 A씨는 아내 C씨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습니다. A씨는 아예 집을 나와버렸습니다. C씨는 두 사람을 간통죄로 고소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처분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두 사람을 상대로 위자료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사실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간통이 유죄로 인정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A씨와 B양의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는지는 두 사람만이 알겠지요. 어쨌거나 스무살도 안되는 소녀와 눈이 맞아 부부의 의무를 저버린 A씨는 이혼을 당하고 맙니다. 위자료 1500만 원과 아들의 양육비 지급도 A씨가 자초한 일이었습니다.     

배우자 있는 자와 부적절한 행위 "위자료 책임"

B양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배우자 있는 자와 부적절한 행위를 한 상간자는 배우자가 입은 정신상 고통을 위자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법원의 기본 입장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B양은 A씨가 유부남인 걸 알면서도 연인관계에서나 가능한 문자를 주고 받았으며 사적인 연락을 지속하고 사귀어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이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명한 금액은 800만 원. 비록 B양이 나이가 어리고 A씨와의 교제기간도 짧았지만 가정파탄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B양은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인 B양의 부모가 금전배상을 해주어야 합니다.)   

최근 판결들을 보니 부부가 별거 중이었거나 부부관계가 다소 악화된 상태라 하더라도 완전히 파탄에 이르지 않았다면 상간자가 책임을 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또 누가 먼저 유혹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바람난 배우자와 상간자 중에서 누가 더 잘못이 클까요. 아무래도 부부의 의무를 저버린 배우자쪽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자료 금액을 놓고 보자면 법원 판결도 대부분 배우자 쪽에 책임을 더 많이 지웁니다. 이 판결에서 보듯이 배우자 책임을 1로 본다면 상간자 책임은1/2~1/3선에서 결정이 납니다. 그런데 특별한 경우엔 상간자에게 상당한 책임을 묻기도 합니다.

[사례] 전문직으로 수입이 넉넉했던 D(40대·남)씨는 아내 E씨와 자녀가 있었습니다. 그는 룸살롱을 자주 다녔는데 어느날 마담 F씨와 깊은 관계를 맺었습니다. 마음이 맞은 두 사람은 거의 살림을 차리는 수준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새 여자에게 빠진 D씨는 집에 생활비도 주지 않았고, 심지어 F씨는 당당하게 E씨에게 전화로 폭언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5년을 참고 살아온 F씨는 두 사람이 동거중인 아파트를 찾아가 간통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두 사람은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까지 태어났습니다.

법원은 E씨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무려 5천만 원이었습니다. 법원은 ▲D씨와 E씨의 결혼기간이 15년이 넘고 ▲F씨의 부정행위가 혼인 파탄에 결정적 기여를 한 점 ▲현재까지 동거 중이고 자녀까지 출산한 점 ▲아내 E씨가 상당기간 생활비를 지급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바람난 배우자와 상대방 중 누가 더 잘못이 클까

정리하자면 상간자는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다만 형사책임은 간통을 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 하고 이혼을 전제로 하며 배우자도 함께 처벌받게 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민사책임(위자료)은 성관계 사실까지 인정되지 않더라도 녹취록, 문자, 통화내역, 사진 등의 자료로 부적절한 관계였음이 밝혀진다면 어렵지 않으리라 봅니다. 금전적인 이익이 목적이라면 민지영씨를 상대로 소송을 하셔야겠지만, 법정공방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소송을 하기 전에 유미숙씨의 마음을 정리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남편과 다시 합쳐서 잘 살아볼 뜻이 남았는지, 아니면 이혼을 하실 건지 결정을 하셔야겠지요. 이혼을 택하더라도 남편과 원만히 합의하여 서로 갈 길을 가는 것이 더 이상의 정신적 피해를 줄이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혼을 택하더라도 남편과 원만히 합의하여 서로 갈 길을 가는 것이 더 이상의 정신적 피해를 줄이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혼을 택하더라도 남편과 원만히 합의하여 서로 갈 길을 가는 것이 더 이상의 정신적 피해를 줄이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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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예고: 부부 사이 외도를 잡아내는 유력한 증거는 이메일이나 문자, 통화내역 등입니다. 그런데 부부끼리는 전화나 메일을 마음대로 들여다봐도 되는 걸까요. 부부간에도 사생활이나 비밀이 지켜져야 할까요. 다음 연재글을 통해 '법적인'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1.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위한 생활법률 책 <생활법률상식사전>(2010)과 <생활법률해법사전>(2011)을 썼습니다.
2. 기사에서 언급한 상담내용은 개인의 신상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가명을 사용했으며, 실제 사연과 판결 등을 바탕으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태그:#이도남, #이혼,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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