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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이혼을 고민하는 이두현(이선균 분)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이혼을 고민하는 이두현(이선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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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이도남씨, 안녕하세요. 모성애(가명, 40)입니다. 결혼생활 5년 만에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결코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닙니다. 평소 조용한 남편은 술만 마시면 딴사람으로 변합니다. 직장생활이 힘들다는 이유로 거의 매일 취해서 퇴근합니다. 남편이 집에서 하는 행동은 욕설과 폭력뿐입니다.

벌써 5년째입니다. 3살 된 딸아이도 아빠만 들어오면 무서워 합니다. 남편이 들어오면 자는 척하면서 잠잠해지길 기다립니다. 허구헌날 폭행을 참으면서 사는 일에 너무 지쳤습니다. 남편을 달래도 보고, 남편에게 대들어보기도 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더군요. 그래서 이혼을 선택했습니다.

자기 술버릇을 잘 아는 남편도 동의해주더군요. 그나마 다행이지요. 협조해줄 테니 저보고 다 알아서 하라네요. 애는 너무 어려서 제가 키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TV 드라마에서 보니 이혼 서류 가져와서 도장 찍고 서류 넘겨주면 끝이던데요. 막상 제가 이혼을 하려니 잘 모르겠네요. 

돈도 걱정입니다. 애를 키워야 하는데 수중에 돈이 없어서 직장 구할 때까지 어찌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많지 않은 재산도 모두 남편 앞으로 되어 있거든요. 일단 이혼하는 게 급선무인데 남편에게 섣불리 돈 얘기 꺼냈다가는 이혼도 안 될 것 같습니다. 누구 말로는 이혼하고 난 뒤에는 상대편에게 재산문제를 거론할 수 없다던데요.  

저는 협의이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협의이혼 절차와 협의이혼에서 유의할 점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협의이혼 한 다음에도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나요?

현행법상 이혼하는 방법은 2가지

이도남('제대로 이혼 도와주는 남자')입니다. 이혼하는 법을 알려드려야 한다니, 그리 유쾌하지는 않네요. 하지만 최선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합니다. 지금 모성애씨의 선택이 바로 차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행히 남편이 이혼에 동의하셨다니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현행법으로 이혼을 하는 방법은 재판상 이혼과 협의이혼뿐입니다. 둘 사이에는 두 가지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혼에 서로 합의했는지, 이혼사유에 제한이 있는지입니다. 협의이혼은 부부 사이에 결혼생활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뜻이 일치하면 가능합니다. 이혼사유도 묻지 않습니다. 한 해 10만 쌍 넘는 이혼 부부의 절대다수가 협의이혼을 하고 있습니다. 2011년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 이혼 11만4707건 중에 협의이혼이 9만1022건이나 되었습니다.

반면 재판상 이혼은 법이 정해놓은 '재판상 이혼원인'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재판을 열어서 누구 잘못이 큰지, 이혼사유가 되는지 안 되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재판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들고 감정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큽니다. 따라서 부부 모두 이혼의사가 확실하다면 비교적 절차가 간단한 협의이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다고 도장만 찍는다고 이혼이 되는 정도는 아닙니다.

최근 5년간 혼인·이혼신고 건수(이혼신고는 협의이혼과 재판이혼을 합한 건수, 통계 : 대법원 2012 사법연감)
 최근 5년간 혼인·이혼신고 건수(이혼신고는 협의이혼과 재판이혼을 합한 건수, 통계 : 대법원 2012 사법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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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이혼, '도장 찍고 서류제출'이 전부 아니다

그러면 협의이혼 절차를 알아보겠습니다. 크게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협의이혼 신청서제출 → ② 협의이혼의사확인기일 지정 → ③ 자녀 양육·친권 협의 → ④ 숙려기간 경과 → ⑤ 협의이혼의사확인기일 출석 → ⑥ 이혼신고.

현재의 협의이혼 절차는 2008년부터 큰 폭으로 바뀐 뒤 계속 보완되고 있습니다. 큰 특징은 이혼숙려기간을 도입한 것과 자녀의 양육·친권 협의를 의무화한 점입니다. 그리고 최소한 2번은 법원에 부부가 함께 출석해야 합니다. 이 정도만 기억하고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협의이혼을 하려면 먼저 주소지(또는 등록기준지) 관할 가정법원에 출석해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반드시 부부 양쪽이 함께 법원에 가야 합니다. 한쪽만 출석하거나 변호사나 대리인이 출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두 사람 모두 진심으로 이혼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다만 부부 한쪽이 수감자나 재외국민인 경우에는 한쪽만 출석할 수 있습니다). 이혼에 합의했더라도 TV에서 보는 것처럼 어느 한쪽이 서류만 낸다고 이혼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신청서가 접수되면 법원은 이혼에 관한 안내를 하고, 협의이혼의사확인기일을 정해줍니다. 확인기일이란 부부에게 이혼의사가 있다는 것을 판사가 확인해주는 날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곧바로 확인기일을 정해서 당일 이혼도 가능했으나 2008년 이후부터는 '이혼숙려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이혼숙려기간이란 부부로서 마지막으로 이혼을 함께 정리할 시간입니다. 갈라서기 전에 이혼에 따르는 자녀양육, 재산문제 등을 협의하도록 주는 시간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는 3개월, 없는 부부는 1개월입니다. 법원은 그 기간이 지난 이후로 확인기일을 지정합니다.

서울지역 협의이혼 관할 법원(부부 양쪽 또는 한쪽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 기준)
 서울지역 협의이혼 관할 법원(부부 양쪽 또는 한쪽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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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숙려기간 동안 자녀양육·재산문제 합의해야

가장 중요한 건 이혼 후 자녀 문제입니다. 자녀가 있는 부부는 확인기일 한 달 전까지 자녀의 양육과 친권자결정에 관한 협의를 마쳐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친권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친권자결정), 누가 자녀를 누가 키울 것인지(양육자 결정), 양육비는 누가 얼마나 낼 것인지(양육비 부담),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부모와 아이는 언제 어떻게 만날 것인지(면접교섭권 행사) 등을 결정해야 합니다.

친권자에게는 자녀의 재산관리권, 법률행위대리권이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를 동시에 친권자로 결정하는 게 가장 무난합니다. 자녀양육이 부모의 의무이듯이, 양육비는 친권자나 양육자가 아니라도 부모라면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법적인 의무입니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쪽도 자녀의 나이, 재산상황 등을 고려해서 양육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매달 일정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가장 많이 쓰입니다.

또한 이혼을 하더라도 자녀와 부모는 서로 만날 권리가 있습니다. 부부는 아이를 키우지 않는 쪽과 아이가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방법과 장소 등을 협의해야 합니다. 보통 월 몇 회, 무슨 요일에 어디서 만날 것인지 정하게 됩니다.      

이런 사항들이 합의가 되면 '자의 양육과 친권자결정에 관한 협의서'(법원 창구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양식을 구할 수 있습니다)를 법원에 제출하면 됩니다. 모성애씨의 사연을 토대로 자녀문제를 정한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아이를 키우는 모성애씨가 친권자와 양육자를 겸하고, 남편이 매달 일정한 금액을 양육비로 송금해주고, 남편과 아이는 매달 한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만나는 게 어떨지 조심스레 제안해봅니다.

이런 협의가 되지 않으면 이혼이 되지 않습니다. 자녀문제 합의는 협의이혼의 전제사항이자 의무사항이기 때문입니다. 합의가 안 되면 법원에 정해달라고 청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만, 자녀 문제를 법원에 맡기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원만한 합의가 우선입니다. 

협의이혼을 하려면 2번은 부부가 함께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첫 번째는 신청서를 접수할 때였고, 두 번째는 바로 협의이혼확인을 받을 때입니다. 신청할 때와 협의이혼확인을 받을 때 모두 이혼의사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확인기일에서 부부가 판사 앞에서 이혼의사가 있다는 뜻을 밝히면 법원은 확인서를 1통씩 교부합니다. 양육비에 관한 합의가 되면 '양육비 부담조서'라는 서류도 받게 됩니다. 이 조서는 법원 판결과 똑같은 효력이 있으니 성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확인서를 받은 뒤 3개월 내에 주소지 관할 시·구청, 읍·면사무소에 이혼신고를 하면 됩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협의서를 첨부하여 친권자지정 신고도 함께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비로소 남남이 됩니다.

유의할 점은 법원에서 확인서를 받았더라도 3개월 내 신고를 하지 않으면 이혼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협의이혼 후에 마음이 바뀌어 이혼할 뜻이 없어졌다면 부부 한 쪽이 이혼신고를 하기 전에 철회서를 제출하면 이혼 철회가 가능합니다. 이 점이 이혼판결이 확정된 후에는 이혼을 무를 수가 없는 재판상 이혼과 다른 점입니다.

복잡하다고요? 대법원이나 가정법원 홈페이지에 각종 양식과 자료를 비롯하여 협의이혼 절차와 설명이 잘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하는 날과 협의이혼 확인을 받는 날에는 부부 양쪽이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점, 자녀 양육문제는 미리 합의를 마쳐야 한다는 점은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협의이혼 후 재산분할·위자료 청구 가능할까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청사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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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협의이혼 이후에도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도 질문하셨는데요. 먼저 재산분할입니다. 또한 협의이혼을 조건으로 부부가 재산에 관한 합의를 하였다면, 그 합의대로 서로 이행하면 될 겁니다. 만일 재산분할을 하지 않기로 서면으로 합의를 했다면 다시 청구하기란 쉽지 않겠지요. 

모성애씨처럼 아무런 약속이 없이 이혼했다면 청구를 할 수 없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때도 재산분할을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839조의2는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협의가 되지 않을 때는 이혼한 날을 기준으로 2년 내에 법원에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낼 수도 있습니다.

위자료는 어떨까요.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말합니다. 이혼만을 놓고 보자면, 결혼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상대편이 정신적 손해를 금전으로 배상하는 것을 뜻하겠지요.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입니다. 협의이혼 후에도 위자료 청구가 가능합니다. 다만 상대에게 결혼 파탄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입증해야 하니 위자료 청구가 재산분할청구보다는 어렵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이혼하는 과정에서 재산문제까지 깔끔하게 합의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요. 하지만 합의가 안되었더라도 나중에라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혼하면서 '훗날'을 도모한다면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게 관건입니다. 모성애씨, 도움이 되셨는지요. 따님과 행복하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끝으로 이혼을 심각하게 떠올리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립니다. 이혼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불가피하게 이혼을 해야 한다면 되도록 상처를 적게 남겨야 합니다. 그런데 이혼 뒤에까지 상처를 입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 돈 때문입니다. 이혼 뒤에 또다른 분쟁을 겪지 않으려면 문서로 약속을 남겨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덧붙이는 글 |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위한 생활법률 책 <생활법률상식사전>(2010)과 <생활법률해법사전>(2011)을 썼습니다.



태그:#이도남, #이혼, #협의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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