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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리스웨트를 아십니까? 1980년대 후반부터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온 음료입니다. 포카리스웨트가 우리에게 각인된 것은 TV에 방영된 광고 때문입니다. 시대를 대표하는 청순한 여배우 손예진이 출연하여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흰색 주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찍은 광고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기에 하였습니다.

'포카리'와 비슷한 발음을 가진 '포카라(Pokhara)'가 네팔에 있습니다. 설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포카라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서쪽으로 20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포카리스웨트의 광고처럼 설산에서 흘러내린 푸르름이 호수와 마을에서 피어나는 곳입니다.

'호수'라는 뜻의 네팔어 '포카리'에서 유래된 포카라에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휴식과 트레킹을 위해 찾아옵니다. 연중 따스한 기온과 페와호수(Phewa Tal)에서 바라보는 설산의 파노라마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며, 8,000m급 4개를 품에 안고 있는 안나푸르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트레킹 코스입니다.

2011년 1월, 기후 때문에 원래 계획된 쿰부 트레킹을 포기하면서 5일간 시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세 번을 방문하였음에도 저는 다시 포카라를 찾았습니다.

내 마음의 고향, 'Mikes Restaurant'

숙소를 정하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페와 호수에 있는 'Mikes Restaurant'이었습니다. 2001년 처음 인연을 맺은 후 포카라에 체류하는 동안 매일 이곳에서 맥주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2009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만난 'Mikes Restaurant'은 조금 쇠락된 느낌입니다. 많은 관광객들 때문에 포카라 거리가 날로 화려해지고 있는데 비해 이곳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고즈넉한 모습이 더 정겹습니다. 이곳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김용택의 '그 여자네 집'을 읽습니다. 평범한 이야기를 아름답게 풀어가는 언어의 조탁에 부러움 느끼며 그리운 사람들과 어린 시절 추억을 생각합니다.

내가 즐겨 찾는 Mikes Restaurant
▲ Mikes Restaurant 내가 즐겨 찾는 Mikes Restaurant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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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호규와 하늘을 날다

저녁 식사를 위해 간 한국 식당에서 아홉 살 '호규'를 만났습니다. 엄마와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레킹을 끝내고 포카라에 도착하였다고 합니다.  10일간 트레킹을 어젓하게 끝낸 호규 모습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어린나이에 즐겁고 활기찬 모습으로 산을 걷는 호규 모습을 보았던 트레커들이 호규에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축하를 보냅니다. 그는 아홉 살 트레커입니다.

한국 식당 산촌다람쥐에서 책 읽는 모습
▲ 아홈 살 '호규' 모자 한국 식당 산촌다람쥐에서 책 읽는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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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처음 포카라를 접했을 때부터 가장 하고 싶은 일이 패러글라이딩이었습니다. 해발 1400m 사랑곳(Sarangkot)에서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패러글라이딩의 모습은 저를 들뜨게 하였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호규가 "내일 패러글라이딩을 할 것입니다."라는 말에 호규와 함께 패러글라이딩을 하였습니다.

패러글라이딩 준비를 끝내고....
▲ 패러글라이딩 파이로트와 함께 패러글라이딩 준비를 끝내고....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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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안나푸르나 산군들의 아름답고 거대한 설산 모습과 설산을 품고 있는 페와 호수의 모습은 사람을 몽환적으로 만듭니다. 이곳에서 만난 스위스 파이로트(Pilot) Karl은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 위해 세계 각국을 다니다가 3년 전, 이곳에 정착하였다고 합니다. 이곳은 패러글라딩을 하기 적당한 바람과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 잠깐만이라도 새가 되고픈 사람들의 욕망을 실현시켜 줍니다.

"조용히 바람을 기다리다 때가 되었을 때 바람에 몸을 맡깁니다.
그 순간 나는 이방인이 아닌 자연과 하나가 됩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만난 사랑곳과 안나푸르나
▲ 하늘에서 본 안나푸르나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만난 사랑곳과 안나푸르나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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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의 심장 '페와 호수'

포카라의 일상은 단조롭습니다. 계획된 그 무엇도 없기에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할까"가 일상의 고민입니다. 매일 아침, 페와(Phewa) 호수를 산책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호수 옆 Mikes Restaurant에서 일몰을 보며 하루를 끝냅니다.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진 페와 호수는 넉넉한 모습으로 여행자들을 품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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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와호수 ..........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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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룻배를 타고 페와 호수를 유영합니다.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 히말라야 영봉들이 잔잔한 호수에 투영되어 있습니다. 이제 호수와 설산이 하나입니다. 저는 나룻배를 타고 설산을 오릅니다.

페와 호수에는 여행자 뿐만 아니라 네팔리들도 부지런히 배에 오릅니다. 결혼 사원으로 유명한 바라히 사원이 호수 가운데 자리잡고 있습니다. '시바신'을 모신 힌두교 사원에는 참배객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사원을 참배하기 위해서는 신발을 벗고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섬에 오릅니다. 향을 피우고 염원을 한 후 섬 난간에 앉아 하염없이 안나푸르나를 바라봅니다.

페와호수 안에 있는 힌두교 사원
▲ 바라히 사원 페와호수 안에 있는 힌두교 사원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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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의 대미 사랑곳(Sarangkot)

포카라에서 여행자들이 여행을 마무리 하기 전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사랑곳(Sarangkot)을 오르는 것입니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이른 시간 산을 올라야 합니다. 이미 트레킹을 끝난 후이기에 택시를 이용해 오릅니다. 페와 호수에서 차로 30분 이동 후 20분 쯤 걸으면 해발 1,950m 사랑곳에 도착합니다.

사랑곳 정상에는 많은 여행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모두 일출을 기다리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점차 여명이 트자 해발 800m 평지에서 8,000m급 고봉까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 빛은 순식간에 설산을 타고 내려옵니다. 눈앞에 펼쳐진 8,000m 고봉들이 장관을 이루며 한눈에 잡힙니다.

모두들 탄성과 함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 셔트를 눌러됩니다. 다울라기리부터 시작하여 마차푸차레까지 수많은 설산들의 파노라마는 이곳에 온 많은 사람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줍니다.

사랑곳에서 본 마차푸차레 모습
▲ 마차푸차레 사랑곳에서 본 마차푸차레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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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는 자유

트레킹을 끝내고 도착한 포카라는 모든 것이 자유입니다. 이제 눈을 뜨면 걸어야할 트레일(Trail)도 없으며 고소에 대한 부담도 없습니다.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그 모든 것이 자유입니다. 여유로운 시간이 사람을 편안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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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와호수에서의 망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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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기에 남을 의식하거나 시간에 얷매일 필요가 없기에 마음 가는데로 발길을 옮겨 봅니다. 양지바른 좌판에 앉아 "찌아"를 마시고, 자전거를 빌려 산악박물관을 가고, 한국 식당인 '산촌다람쥐'의 볕 좋은 자리에 앉아 책을 읽습니다. 나룻배를 타고 호수 가운데로 나가 누워 하늘을 바라봅니다. 누군가 곁에 있지 않아도 외롭거나 힘들지 않는 것이 여행에 점점 중독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포카라 근교에 있는 산악박물관
▲ 산악박물관 포카라 근교에 있는 산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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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에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어젯밤 만난 젊은이는 한 달 째 이곳에 체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트레킹을 하지 않았고 할 계획도 없다고 합니다. 페와 호수를 산책하고, 맛집을 찾고 사람들과 노닥거리는 것이 일과라고 합니다. 언제 이곳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하구요. 이 젊은이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와 있는 것일까요?


태그:#포카라, #페와호수, #사랑곳, #패러글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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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자발적 백수가 됨. 남은 인생은 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실행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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