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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앤탐스 커피 전문점의 크리스마스 시즌 컵
 탐앤탐스 커피 전문점의 크리스마스 시즌 컵
ⓒ 김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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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거리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지고 카페의 테이크아웃 커피잔도 크리스마스 시즌 컵으로 바뀌었다. 매년 차가운 바람이 마음까지 파고드는 이맘때가 되면 겨우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목도리를 짜자고 결심했다.

기세 좋게 털실을 몇 뭉치나 사와 몇 줄 서툴게 짜보다가 금세 싫증을 냈다. 그렇게 남은 털실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책장에 쌓이기만 했다. 겨울이 다 지나고 나서야 문득 생각나 찾아보면 어느새 엄마가 가져다 행주나 쿠션 커버를 뜨는 데 써버린 후였다.

올해에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어김없이 목도리를 뜨자고 결심했다. 이번에는 내가 쓸 목도리가 아니라 남자친구를 위한 목도리를 떠서 선물하기로 했다. 또 털실을 한아름 사서 들어오는 내 모습에 엄마는 "그냥 엄마 행주 뜨게 줘"라며 혀를 차셨지만 올해는 각오가 다르다.

그동안 목도리를 뜨다가 귀찮아지면 '그냥 사서 쓰지 뭐……'라고 생각하고 포기해 버렸지만 선물로 주기 위해 뜨는 것이니만큼 올해는 기필코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으로도 얼마든지 뜨개질이며 십자수 등을 쉽게 배울 수 있다. 나는 털실을 옆에 가득 쌓아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목도리 뜨기'라고 검색해보니 작년 초에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여주인공이 두르고 나왔던 목도리가 나왔다. '변형고무뜨기'라는 방법으로 뜨는 목도리였는데, 뜨는 시간도 절약되고 무늬도 예쁘고 다른 방법으로 뜬 목도리보다 훨씬 따뜻하다고 했다.

안뜨기와 겉뜨기를 반복해 뜬 모양과 비슷한 변형고무뜨기
 안뜨기와 겉뜨기를 반복해 뜬 모양과 비슷한 변형고무뜨기
ⓒ 김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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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고무뜨기는 코를 3의 배수로 잡고 첫 코는 그냥 넘기고 두 번째, 세 번째 코를 한꺼번에 겉뜨기하는 뜨개질 방법이다. 두 번의 뜨개질로 세 코를 뜨기 때문에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 완성된 무늬는 안뜨기와 겉뜨기를 번갈아 가며 뜬 무늬와 비슷한데 구멍이 더 촘촘해서 따뜻하고 촉감도 좋다.

코를 차례로 하나하나 떠가는 것이 아니라 한 코를 그냥 넘기고 두 개의 코를 한꺼번에 뜨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엔 코를 빠트리거나 개수를 잘못 세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럴 때마다 몇 번이나 실을 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목도리를 뜨기 시작한 지 일주일 동안 고작 5cm 정도 밖에 뜨지 못했다. 그나마도 구멍이 너무 커서 실이 튀어나오거나 바늘이 안 들어갈 정도로 구멍이 빡빡했다. 일주일 동안 공들인 목도리치고는 무늬도 들쭉날쭉하고 계속 풀었다 다시 짜기를 반복해서 실에 보푸라기도 많았다.

진척이 없는 목도리를 들고 들어간 카페에서 크리스마스 시즌 컵에 음료를 담아주자 경각심이 들었다. 크리스마스까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이런 속도로 목도리를 짜다간 크리스마스 선물은커녕 신년 선물로도 못 줄 것 같았다. 결국 볼품없는 5cm짜리 목도리를 들고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는 내가 일주일 동안 열심히 짠 목도리를 다 풀고, 보푸라기가 일어난 실을 잘라냈다. 그리고 내가 매년 사다 모은 실로 행주를 짰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엄마는 바늘을 잡은 지 십분 만에 5cm를 짰다. 너무 쉽게 목도리를 척척 짜 올리는 엄마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두뼘정도 완성된 목도리
 두뼘정도 완성된 목도리
ⓒ 김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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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움으로 회복된 목도리를 들고 다시 뜨개질에 매진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짜니 금세 두 뼘 정도가 되었다. 순조롭게 떠지는 목도리를 보자 마음먹고 뜨면 장갑도 스웨터도 다 뜰 수 있을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까지 남은 약 한 달 동안 더 열심히 짜서 꼭 목도리를 완성하고 싶다. 목도리를 짜고 있는 것만으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 같아 즐거운 요즘이다.


태그:#뜨개질,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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