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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3기)가 27일 '판사회의'의 태생 배경과 역사적 의의를 각인시키며, 판사회의를 모방한 다른 조직의 유사한 모임은 특별히 기대할 게 없는 '모사품'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이 부장판사가 특정 조직의 모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판사회의'를 언급한 것으로 볼 때 추측하건데 '이웃집' 검찰의 '평검사 회의'를 겨냥해 '품격'이 다르다는 경계심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검찰은 최근 김광준 서울고검 부장검사가 9억원대 비리로 구속되고, 서울동부지검 전아무개 검사가 피의자 여성과의 성관계 파문으로 체포되고, 게다가 수사팀의 반발에도 한상대 검찰총장의 최태원 SK 회장 봐주기 구형 논란 등이 잇따라 터지며 최악의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때문에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등 검찰 외부에선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하다. 또한 검찰개혁을 위한 첫 단계로 한상대 검찰총장과 권재진 법무부장관에 대한 동반 퇴진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검찰로선 더 이상 검찰개혁을 피할 수 없는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검찰 내부에서도 개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 와중에 서울남부지검 윤대해 검사(사법연수원 29기)가 실명으로 검찰 내부게시판(이프로스)에 검찰개혁을 촉구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윤 검사가 동료 검사인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에게 보내려던 자신의 진위가 담긴 소위 '검찰 구하기'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실수로 기자에게 보내진 것이 공개돼, 국민을 우롱한 '자작극 쇼 언론플레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며 검찰을 더욱 곤경에 빠뜨렸다. 

그런데 여기서 윤 검사는 위기에 봉착한 검찰을 구하는 돌파구로 '평검사 회의'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정렬 부장판사가 '판사회의'를 언급하며 다른 조직의 유사한 모임을 '모사품'이라고 규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품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대해 검사가 지난 26일 동료 검사에게 보내려했던 문자메시지 내용의 일부는 이렇다.

"우선 어떤 방안이든 검찰이 조용히 있다가 (검찰)총장님이 발표하는 방식은 그 진정성이 의심받는다. 내가 올린 개혁방안도 사실 별거 아니고 우리 검찰에 불리할 것도 별로 없다. 그래도 언론에서는 (내가 올린) 그런 방안이 상당히 개혁적인 방안인 것처럼 보도하고,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렇게 일선 검사들이 주장하면 무언가 진정한 개혁안인 것처럼 비춰지고, 나중에 그런 것들을 참작해서 총장님이 정말 큰 결단해서 그런 개혁안을 수용하는 모양새가 제일 효과적일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일선 검사들이 좀 더 실명으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개혁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이프로스에 올라오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윤 검사는 그러면서 "그런 와중에 평검사회의를 개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언론에서 그런 평검사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고, 이후 일선 청에서 평검사회의를 개최하고, 서울중앙(지검)은 극적인 방식으로 평검사회의를 개최하고, 이런 분위기 속에 총장님이 큰 결단을 하는 모양으로 가야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는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지난 26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대구지검이 평검사 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수석검사 20여 명은 27일 점심 때 모여 수뇌부 퇴진 요구와 검찰의 자체 개혁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평검사 회의는 일단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했다. 여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판사들의 집단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든 모임이 '판사회의'"

'평검사 회의'의 본래 취지는 별론으로 하고, 윤 검사의 제안대로라면 이처럼 검찰조직을 보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려는 언론보도를 접해서인지 이정렬 부장판사는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판사회의'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정렬 부장판사는 먼저 "제가 몸담고 있는 법원에는 '판사회의'라는 비상설조직체가 있습니다, 판사회의는 '회의'라는 명칭을 가지고는 있지만, 사전적인 의미의 '회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판사회의가 만들어지게 된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판사들은 법률상 노동조합을 만들 수도 없고, 직장협의회에도 가입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집단행동을 하게 되면 국가공무원법에 위반됩니다, 그래서 옛 선배판사들은 권력의 부당한 개입이 있으면 사표제출로 저항해 왔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27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27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 신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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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장판사는 "하지만, 사표제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에 판사들의 집단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든 모임이 '판사회의'이고, 이것은 2003년 대법관임명 파동 때 구성되었습니다, 단순히 '회의'를 위해 만들어진 모임은 아닌 것이지요"라고 연원을 설명했다.

그는 "비록 부끄럽게도 판사들이 차츰 관료화되고 순치되어 가면서 2008년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 사태나, 2012년 서기호 판사에 대한 보복성 재임용 탈락사태 때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지만, 아직까지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모임입니다"라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판사회의'가 이런 역사를 가진 이상, 이것을 모방한 다른 조직에서의 유사한 모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판사회의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지 못하였다면 특별한 기대를 할 수 없는 모사품에 불과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27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27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 신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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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법관 '촛불재판' 개입 파동, 서기호 재임용 탈락 때 열려

이 부장판사가 언급한 '2008년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 사태'는 당시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단독판사들이 맡은 이른바 '촛불재판'에 개입한 것이 2009년 5월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었고, 이로 인해 서울중앙지법 등 각급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렸다. 판사회의에서는 "신영철 대법관이 대법관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며 사실상 사퇴 촉구를 결의한 것을 말한다.

또한 '2012년 서기호 판사에 대한 보복성 재임용 탈락사태'는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가 지난 2월 대법원 연임(재임용) 심사에서 '근무평정(성적) 불량'을 이유로 재임용을 거부당해 법복을 벗은 것을 말한다.

하지만 서기호 판사는 물론 법원 내외부의 시각은 달랐다. 서 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할 당시 '촛불재판' 파동 때 '판사회의'와 전국법관워크숍을 주도하며 신영철 대법관의 징계를 촉구했다. 또한 2011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 빅엿'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이를 문제 삼은 보수언론 때문에 현직판사의 표현의 자유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런 이유 등으로 재임용 탈락이 법원의 보복성 징계가 아니냐는 시각도 많았다. 서기호 판사도 "윗분들에게 찍혔기 때문"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실제로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옛 법원공무원노조)는 지난 2월14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서기호 판사에 대한 연임 배제로 사법불신 자초한 양승태 대법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연 뒤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항의서를 담은 공개서한을 전달하려 했다. 그런데 대법원이 가로 막아 충돌이 빚어졌고, 이에 법원공무원들은 "사법부 독립 침해하는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퇴하라"를 외쳤고, 이들의 목소리는 대법원 청사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옛 법원공무원노조) 중심으로 대법원장 규탄 기자회견 가진 모습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옛 법원공무원노조) 중심으로 대법원장 규탄 기자회견 가진 모습
ⓒ 신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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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공개되지 않는 '근무평정'을 근거로 또한 연임심사에서 탈락해도 불복절차도 없어 대법원이 재임용을 거부하면 법복을 벗어야 하는 위기감이 판사들 사이에 퍼졌고 그러면서 '판사는 10년 비정규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전국 각급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리며 법관 근무평정방식 및 연임심사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개선책을 대법원에 요구했고, 대법원은 지난 7월 판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연임(재임용)심사 과정에서 탈락 가능성이 많은 판사에 대해서는 근무평정결과를 공개하고, 불복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평정제도 방안을 내놓았다.

한편, 재임용(연임) 심사에 탈락할 당시 '사법부의 양심'으로 떠오르며 사법부 법복을 벗고 지난 2월17일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이 서울북부지법 정문 앞에서 마련해 준 퇴임식에서 시민들이 제작해 준 '국민판사' 법복으로 갈아입어 화제가 됐던 서기호(42) 전 서울북부지법 판사는 현재 진보정의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사법부를 꼬집으며 쓴소리를 냈다.

지난 2월17일 서울북부지법 정문 앞에서 법원공무원들과 시민들이 마련해 준 서기호 판사 퇴임식 모습
 지난 2월17일 서울북부지법 정문 앞에서 법원공무원들과 시민들이 마련해 준 서기호 판사 퇴임식 모습
ⓒ 신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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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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