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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가시지 않은 지난 22일 아침, 경수산업도로 ‘한일타운’ 버스 정류장에서 서울로 출근해야 하는 시민들이 나와 서성거리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택시를 이용해 서울로 향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지난 22일 아침, 경수산업도로 ‘한일타운’ 버스 정류장에서 서울로 출근해야 하는 시민들이 나와 서성거리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택시를 이용해 서울로 향했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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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버스업계가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키는 국회의 법 개정에 반발해 버스운행을 중단한 22일 아침, 서울로 출근하는 일부 수원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에게 눈총을 맞은 건 수원시와 경기도였다.

시민들은 수원시의 대체 교통수단 늑장 운행으로 추위 속에 떨어야 했고, 경기도의 '택시 무료 운행' 발표를 믿고 택시를 이용하려다 면박을 당하는 황당한 일까지 겪어야 했다. 자치단체가 오히려 시민들의 불편과 혼란을 가중시킨 셈이다.

이날 오전 6시 수원 조원동 장안구청 앞. 이곳은 수원시가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대체 교통수단을 운행하는 9개 노선 가운데 2노선(수원역, 성균관대역)의 출발지다. 임시 정류장에는 수원시 관용버스 1대와 전세버스 1대가 서 있었다.

그러나 당초 6시에 출발해야 할 버스의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버스를 타기 위해 나온 5~6명의 시민들이 어둠 속에서 영하의 추위 속에 떨고 있었다. 원인을 알아본 결과 수원시가 노선 배정을 해주지 않고 늑장을 부린 탓이었다.

관용차 운전기사는 "공무원들이 노선을 배정해 줘야 하는데, 아직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0여 분이 지나서야 수원시 공무원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대봉투에 붙인 노선도를 버스 앞 유리창에 고정한 뒤 출발을 지시했다.

여기에다 홍보 부족으로 시민들이 대체 교통수단 운행 사실조차 몰라 이를 이용한 시민은 극소수에 그쳤다. 수원시는 전날, 9개 노선의 대체 교통수단 운행 계획을 자체 홈페이지에만 올리고 지역 행정조직을 통한 홍보는 전혀 하지 않았다.

서울 상암동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김동훈(조원동)씨는 "수원시 홈페이지에서 오전 6시부터 출발한다는 내용을 보고 미리 나와 기다렸는데, 꼭 공무원이 와야만 출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버스가 파업할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수원시의 대책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경기도의 잘못된 정보에 골탕을 먹은 시민들도 있었다. 30대 회사원 유기영(조원동)씨는 "오늘부터 경기도내 모든 택시가 무료 운행된다는 경기도의 발표만 믿고 집에서 택시를 타고 오려다 기사에게 면박만 당했다"고 황당해 했다.

유씨는 이어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국회의 법 개정과 관련해 "택시가 무슨 대중교통 수단이냐"면서 "국회의 법 개정에 동의할 수 없다, 택시업계가 어렵다면 별도의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씨뿐만 아니라 장안구청 앞에서 택시를 세운 20대의 청년도 택시 무료 이용을 놓고 기사와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발길을 돌렸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지난 22일 아침, 수원 장안구청 앞에서 수원시의 대체 교동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나온 일부 시민들이 버스 늑장 운행으로 30여 분을 추위에 떨어야 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지난 22일 아침, 수원 장안구청 앞에서 수원시의 대체 교동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나온 일부 시민들이 버스 늑장 운행으로 30여 분을 추위에 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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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기도는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내 "버스 운행 중단에 따른 수송대책으로 전국에서 처음 택시를 무료 운행한다"면서 "운행 차량은 경기도 전체 개인 및 법인 택시 3만6114대에 해당하며, 운행중단 해제 때까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경기도내 모든 사업구역에서 이용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경기도의 발표와 달리, 이날 택시의 무료 운행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운수 택시 기사는 "택시 무료 운행은 강제 사항이 아니다"면서 "수입 문제가 걸려 있는데, 기사들이 공짜운행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경기도는 택시업계 현실을 외면한 헛대책을 발표해 시민들의 혼란만 부추긴 꼴이 됐다.

이에 대해 경기도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통화에서 "법인택시와 개인택시 양쪽 조합과 협의를 거쳐 택시 무료 운행 대책을 발표한 것"이라며 "그러나 기사들의 반발하면서 일부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등 문제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날 수원 1번국도인 경수산업도로 '한일타운' 버스 정류장에도 서울로 출근해야 하는 4~5명의 시민들이 서성거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스정류장에 나온 이들은 전광판에 뜬 버스운행 중단 안내문을 보고 난감해 하는 모습들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사당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하겠다"며 택시를 잡아타고 서울로 향했지만, 그렇지 못한 시민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택시요금도 부르는 게 값이었다. 미터기 시외 할증으로 2만원 안팎의 요금이 나오는 서울 사당역까지 4명 합승으로 1인당 1만5000원을 받았다. 양재역까지는 4만원. 모두 불법 바가지 요금이다.   

서울 강남역 부근으로 출근한다는 40대의 한 아주머니는 "양재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택시를 잡았는데, 4만 원을 달라고 해서 그만뒀다"면서 "갑자기 버스 운행을 중단하면 우리 같은 서민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한편 전국 버스업계는 여야가 지난 21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택시의 대중교통 포함 내용을 담은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유보키로 방침을 정하자 이날 오전 7시쯤 버스운행 중단을 풀었다.


태그:#버스 운행 중단 , #수원시 , #경기도, #대체 교통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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