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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오전에 찾아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물푸레나무. 천연기념물 제470호이다
▲ 물푸레나무 11월 22일 오전에 찾아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물푸레나무. 천연기념물 제470호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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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149-1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470호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는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웅지마을 뒷산 밑에 있는 수령 350여 년(추정)의 노거수다. 나무의 수고는 약 20m, 가슴높이 줄기의 둘레는 4.68m로 물푸레나무로서는 보기 드물게 규모가 매우 크며 수형이 아름답다.

물푸레나무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자라는 키 큰 나무로, 목재의 재질이 단단해 괭이자루 등 각종 농기구와 생활용품 등의 용도로 널리 사용됐다. 뿐만 아니라 나무껍질은 건위제나 소염제 등의 한방 재료로 사용된다. 큰 키로 자라는 나무임에도 우리 주변에서는 대부분 작은 나무만 볼 수 있다.

마을에서 신목으로 섬기던 나무

잎이 무성한 물푸레나무의 모습(자료사진)
▲ 잎이 무성한 물푸레나무 잎이 무성한 물푸레나무의 모습(자료사진)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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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전, 모처럼 답사를 떠났다. 그동안 수원시 팔달구 지동 마을지를 쓰느라, 거의 한 달 동안 답사다운 답사를 하지 못했는데, 모처럼 길을 나섰다. 화성으로 들어서서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이 바로 물푸레나무다. 마을 어귀에 있는 작은 저수지를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산 중턱에 잎을 다 떨군 물푸레나무가 보인다.

한국전쟁 이전까지도 화성 전곡리 주민들은 물푸레나무 아래에 제물을 차려놓고 동제와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이 나무를 신성시하고 있으며, 이 나무를 해하면 마을에 불상사가 일어난다고 믿고 있었단다. 오랜 기간 동안 마을 주민들의 신앙적 대상이 된 이 나무는 문화적 가치가 크다.

나무의 밑동엔 큰 구멍이 뚫려있고, 속이 절반은 비어있다
▲ 밑동 나무의 밑동엔 큰 구멍이 뚫려있고, 속이 절반은 비어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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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마을 주민들이 눈여겨본다. 나무를 어찌할까 봐 걱정이 되는 모양. 사진을 찍는 모습을 한참 동안 살펴보더니 사진만 찍고 있다는 걸 알고 안심했나 보다. 대개 마을에서 신목으로 삼아 섬기는 나무를 조사할 때, 유난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주민들의 눈총 때문이다.

속 빈 줄기 안에 또 작은 가지가 있어

수령이 350년이 넘었기 때문일까. 나무는 여기저기 외과 수술을 한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아래 밑동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다. 거의 밑동의 반 이상이나 속이 비어있다. 이런 걸 보면 상당히 마음이 아프다. 나무도 수명이 있으니 언젠가는 수령을 다 채워 쓰러지겠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는 이런 아픈 상처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무 주변에는 굵은 동아줄을 쳐놨다. 안으로 들어가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 싶었던 차에 줄이 늘어진 게 보인 것. 잠시 안에 들어가 나무의 형태를 살펴본다. 350년 세월을 그 자리에 서서 마을 주민들의 서원(誓願)을 들어줬을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 새삼 그 위용에 압도된다.

수령 350년이 지난 이 나무는 외과수술을 많이 했다
▲ 표피 수령 350년이 지난 이 나무는 외과수술을 많이 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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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껍질에서 수령이 꽤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 연륜 나무의 껍질에서 수령이 꽤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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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들을 일부러 가을이 지난 뒤 찾아보기도 한다. 여름에는 잎이 무성해 그 줄기나 속을 일일이 살펴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무의 한편에 이상한 게 있다. 텅 빈 안으로 속이 들여다보이는데, 그 안에 무슨 뿌리 같은 게 보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가까이 가 들여다보니 세상에 이럴 수가. 그 안에 줄기인 듯도 하고 뿌리 같기도 한 게 자라고 있었다.

나무의 원줄기 안에 또 다른 줄기가 자라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 수많은 노거수들을 봐왔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아마도 이 물푸레나무가 그 원 줄기 속에 또 다른 나무 하나를 키우고 있는 모양이다. 나무가 자식을 그 줄기 안에서 키우고 있는 것일까. 마치 새끼를 밴 듯한 놀라운 모습이다.

원 줄기의 빈 속에 또 다른 나무가 자라고 잇는 듯(붉은 원안)
▲ 빈 속 원 줄기의 빈 속에 또 다른 나무가 자라고 잇는 듯(붉은 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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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그 속을 바라보면서 걸음을 떼지 못했다. 이런 기이한 경우가 또 있을까. 내년 여름에 이 나무의 잎이 무성할 때, 다시 한 번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때는 뱃속에 든 것이 줄기인지 뿌리인지 확실하게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다. 마을 분들도 만나 뵙고 나무에 얽힌 사연도 알아보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물푸레나무, #천연기념물, #신목, #화성 전곡리, #수령 3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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