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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엠이 한국지엠을 슬림화하려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보여, 노동조합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지엠 세르지오 호사 사장은 이달 초 2014년 출신 예정인 차세대 '쉐보레 크루즈(J400. Chevrolet Cruze)'를 군산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지엠은 지난 달 회사 지분의 17.02%를 보유한 산업은행에 지분 매입 의사를 밝혔다.

한국지엠의 세르지오 호샤(Serigo Rocha) 사장은 지난 6월 7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경영목표와 핵심과제’를 공유하는 ‘소통경영’을 펼치고 있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한국지엠의 세르지오 호샤(Serigo Rocha) 사장은 지난 6월 7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경영목표와 핵심과제’를 공유하는 ‘소통경영’을 펼치고 있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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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공장에서 크루즈는 전체 생산 물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크루즈를 군산공장에서 생산하지 않고, 유럽 등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호샤 사장은 "지엠 본사 차원의 전략적 결정이며, 결정은 번복되지 않는다"고 15일 재차 밝혔다.

또한 한국지엠은 돌연 산은이 보유한 지분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지엠이 산은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경우 한국지엠은 명실상부한 지엠의 100%로 자회사가 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지엠은 20일 전격적으로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결정 공지하는 등 슬림화 정책을 본격화하고 나서,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슬림화는 지엠의 단순 하청생산기지 또는 생산물량 이전, 먹튀(=먹고튀어) 등이 용이해 노조 등은 강력히 반대해오고 있다.

평사원 대상 희망퇴직 공고 ... 노조 "희망퇴직 거부"

한국지엠은 지난 5월에도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받았다. 한국지엠은 2009년에 이어 다시 시행되는 희망퇴직에 대해 '조직유연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당시 부장급 이상 희망퇴직을 받는 과정에서 강제적인 종용방식이 동원돼 노조가 반발하기도 했다. 희망퇴직자가 없어 기간도 연장해가면서, 140여명의 부장급 이상 희망퇴직자를 모집했다. 희망퇴직 조건은 최대 2년 치 연봉에 자녀학자금 지원(2년), 자동차 바우처 등이다. 자동차 바우처는 퇴직 후 신차 구입 시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한국지엠의 2차 희망퇴직자 모집 조건은 상반기 희망퇴직 조건과 동일하다.

희망퇴직과 관련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희망퇴직 조치는 노동조합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투쟁을 예고했다.

한국지엠지부는 "희망퇴직 대상자 중 대다수가 조합원인데, 조합원의 희망퇴직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기 전에 노조와 사전에 단 한 마디 상의는 물론이고, 통보조차 없었다"면서, "노사 간의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이고, 노조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때 쟁점이 됐던 사무지회의 조직력을 무너뜨리기 위한 불순한 의도가 명백하다"면서 "상반기 희망퇴직 때도 본부별로 할당을 내리고 반 강제적인 압박을 동원했는데, 만일 이번 희망퇴직 과정에 어떠한 강압과 강요행위라도 발견되면 단호하게 책임자들을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엠지부 산하 사무지회는 21일 부평공장 사장실을 찾아가 항의 방문했다. 사무지회는 "희망퇴직 미명아래 단순히 원가 절감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것은 사무직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며, 한국지엠의 장기적인 발전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서, "한국지엠의 장기발전을 위해 진정한 비용 절감을 원한다면 4년 전 그리말디 사장이 노동조합과 약속한 ISP(=GM파견임원) 50% 축소부터 실시하라"고 요구하며,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반면, 한국지엠 관계자는 "올해 1차 희망퇴직 접수 시 차장급 등에서 희망퇴직을 희망하는 분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알고, 그에 따라 이뤄진 2차 희망퇴직자 접수"라며, "조직슬림화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희망퇴직"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한 희망퇴직자 모집이다. 이를 확대 해석해 구조조정으로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지엠에서 20여년째 근무하는 한 사무직 종사자는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운데, 누가 희망퇴직을 하겠냐"면서, "올해 1차 희망퇴직자 모집 때는 모집인원, 모집 범위가 분명했지만, 지금은 생산직 노동자를 제외한 전 직원이 대상이라 불안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지엠 사무지회 이창훈 지회장도 <부평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희망퇴직은 한국지엠을 차량 개발, 생산 거점으로의 위상을 폐기하고 역할과 규모를 축소해 지엠의 단순한 조립 공장으로 전락시키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면서, "사무지회는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희망퇴직 관련 일체의 압력과 부당행위에 대해 투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크루즈 생산 중단과 산은 지분 인수 등 '슬림화' 정책 시동?

한국지엠의 효자 차종 쉐보레 크루즈. 지엠은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인 차세대 크루즈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이달초 노동조합에 통보했다.
 한국지엠의 효자 차종 쉐보레 크루즈. 지엠은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인 차세대 크루즈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이달초 노동조합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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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공장 생산 물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크루즈의 생산 중단 소식에 군산공장은 고용 불안이 야기되고 있다. 더욱이 희망퇴직 모집이 20일 공고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지엠 노조가 1만5천 조합원의 고용 문제로 인식하고, 총력 대응을 준비 중이다. 특히 노조는 향후 한국지엠에서 생산될 차종에 대해서도 생산 중단 결정이 내려질 수 있고, 지엠 내에서 한국지엠의 중소형 차량 생산의 중심 기지로의 비중이 축소, 재조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지엠지부는 26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군산공장 크루즈 생산 중단 등에 대해 대응 방향을 도출할 예정이다. 또한 인천시와 대통령 후보 캠프의 대응을 이끌어 내는 등의 대응도 준비 중이다.

지엠이 크루즈 생산 준단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현재까지 두 가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1사1노조 원칙에 따라 사무지회를 통합해 어느 때보다도 교섭 영향력이 커진 한국지엠 노조를 생산 물량 이전 등을 통해 약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시행되는 주간 연속2교대와 사무직 임금체계 개선 협상에서 사측이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엠은 대륙별 생산 체계를 구축해 각 나라 공장간 경쟁을 붙이는 노무관리를 해왔다. 실제 지엠은 차세대 크루즈를 미국, 유럽, 중국, 콜롬비아, 아르헨티나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또한 지엠은 2010년 벨기에 앤트워프 공장을 폐쇄하면서 소형SUV 모델을 한국지엠으로 옮겼다. 옮겨 온 차종은 부평공장에서 생산될 '트랙스'다.

지엠은 2010년 벨기에 앤트워프 공장을 폐쇄하면서 소형SUV 모델을 한국지엠으로 옮겼다. 옮긴 차종은 부평공장에서 생산될 ‘트랙스’다.
 지엠은 2010년 벨기에 앤트워프 공장을 폐쇄하면서 소형SUV 모델을 한국지엠으로 옮겼다. 옮긴 차종은 부평공장에서 생산될 ‘트랙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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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가능성은 지엠이 언제든지 한국에서 떠날 수 있도록 한국지엠을 슬림화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최근 크루즈 생산 중단과 산은 지분 인수, 희망퇴직 등의 조치가 연이어 나왔기 때문이다.

대형 SUV 차량 생산에 집중한 지엠은 옛 '대우차'를 인수해 중·소형차 생산 노하우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라세티'와 '라세티프리미어'에 기반해 탄생한 크루즈와 '마티즈'에 기반해 탄생 '스파크'는 이미 전 세계 공장에서 생산체제가 갖춰졌다. 스파크는 인도, 중국 등에서 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옛 'GM대우' 시절 생산된 '라세티'와 '라세티프리미어'에 기반 한 크루즈는 한국 기술력 의해 탄생된 차량임에도 불구, 생산물량을 외국에 빼앗기게 됐다. 크루즈 전신인 '라세트'는 지엠이 '대우차'를 인수하고 사명을 바꾼 후 내 놓은 첫 번째 자동차이며, '누비라'의 후속 차종으로 출시됐다.

생산물량의 8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반조립제품(CKD)'의 수출도 년 간 100만대가 넘는 한국지엠에 대규모 생산물량보다는 최소한의 생산물량만을 남겨 놓아도 지엠의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지엠, #크루즈, #먹튀, #지엠,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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