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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인계동에 사는 윤경자(71) 할머니가 임용채 인계동장의 김치를 전달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21일, 인계동에 사는 윤경자(71) 할머니가 임용채 인계동장의 김치를 전달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 김홍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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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인계동에 사는 윤경자(71) 할머니는 아침부터 문 밖만 쳐다보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눈치다.

"오늘 동사무소에서 김장한다더구먼..."하며 윤 할머니는 김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그러면서 "김치를 직접 받으러 갈까봐"라고 말꼬리를 흐리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이내 김치를 직접 받으러 가야겠다며 동네에서 김장에 참여하는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직접 받으러 가는 것이 더 도리라고 생각을 한 듯하다.

21일 찾아간 윤 할머니의 방안은 허름한 살림살이와 박스 등이 좁다란 공간에 하나 가득 들어차 있고, 가전제품은 꼭 필요한 TV나 작은 냉장고 하나 들어가면 꽉 찰 듯 좁은 공간으로 보였다.

윤 할머니는 이곳에서 홀로 산다. 홀로 살아서 생활에 불편한 모습이나 외로워 보일 거라고 생각한 얼굴은 뜻밖에 매우 밝아 보였다. 그것은 인계동 주민센터와 따뜻한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윤 할머니는 몇 년 전부터 인계동 주민센터에 보호대상으로 올라있다. 그동안 인계동 주민센터는 윤 할머니를 위해 김치, 밑반찬 등을 제공했으며 통장을 비롯하여 봉사자들은 수시로 전화로 불편한 곳이 없는가 안부를 묻기도 했다. 또, 시간이 날 때마다 윤 할머니 집을 방문해 집안 일을 돌보기도 했다.

사회복지사는 거동이 불편한 윤 할머니를 위해 생활에 필요한 것이 없는지 불편한 사항이 없는지 꼼꼼히 체크하는가 하면 또한 동에서는 쌀과 김치, 반찬 등을 할머니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인계동 이웃사랑 나눔 김장담그기는 이틀간 130여명의 봉사자들이 함께 했다.
 인계동 이웃사랑 나눔 김장담그기는 이틀간 130여명의 봉사자들이 함께 했다.
ⓒ 김홍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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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할머니가 방안에서 애태우며 기다리던 그 시각, 인계동 주민센터에서는 임용채 인계동장을 비롯한 주민 130여 명이 나와 윤 할머니처럼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이웃을 위해 김장김치를 담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미 하루 전부터 분주했던 봉사자들의 손놀림은 이틀째 이어졌고 피곤한 기색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김치 속을 버무리고 있는 주민들이 모습이 활기차 보였다. 오늘 준비한 배추는 1000통, 양념만 해도 엄청나다. 이른 아침부터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이웃을 위해 온정을 펼치는 주민들은 힘든 기색이 없이 잔치집에 온 듯한 함박웃음이 가득했고, 사람들의 표정엔 뿌듯해 하는 웃음이 가득했다.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세 부류로 나눠, 한 팀은 배추와 양념을 나르고 한 팀은 배추 사이에 양념을 넣고 마무리하며 나머지 한 팀이 그 배추를 통에 담아 가지런히 쌓아놓았다.

김치를 담은 박스를 함께 나눠주며 기뻐하는 인계동 단체와 주민들
 김치를 담은 박스를 함께 나눠주며 기뻐하는 인계동 단체와 주민들
ⓒ 김홍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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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1시, 많은 사람들의 봉사로 인계동 주민센터 주차장에는 어제부터 김장한 김치통의 김치가 주민센터 앞마당에 쌓였다. 임용채 동장은 제일 먼저 윤 할머니에게 배달할 김치를 들고 인계동 윤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한 시각이라도 빨리 윤 할머니에게 김치 맛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다.

임 동장은 "인계동에는 어려우신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인계동은 규모가 크고 중심가를 이루고 있어 소외계층과 홀몸 노인 분들이 없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1번 국도를 경계로 반대쪽은 구 도심지역이여서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고 계시는 윤 할머니처럼 홀몸 노인분들이 많으신데 많은 봉사자들의 노력으로 그 분들에게 김장김치를 전달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며 "주민 분들은 부모님 같기도 하고 또한 형제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 할머니집은 인계동 주민센터와 걸어서 10여분 거리 언덕배기에 있었다. 임 동장은 그 길을 걸으며 무릎도 좋지 않은 윤 할머니가 이 언덕을 올라 다녔을 것을 생각하니 맘이 편치 않았다. 몇 차례 언덕을 돌아보면서 도착한 윤 할머니집, 계단을 올라가 문을 두드리니 한동안 인기척이 없다. 윤 할머니를 두세 번정도 부르니 이윽고 방문이 열렸다. 윤 할머니는 순간 뜻 밖의 김치가 배달되어 기쁜 표정이다.

윤 할머니는 "어떻게 나까지 챙겨주느냐, 너무나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임 동장과 봉사자들을 맞이했다. 임 동장은 방으로 들어오라는 윤 할머니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실내와 살림살이를 살펴봤다. 화장실까지 다 둘러본 임 동장은 그제야 할머니 앞에서 방안의 온기를 살폈다.

윤 할머니는 오랜만에 만난 동장에게 그동안의 일을 낱낱이 일렀다. 따듯한 이웃들이 있어 항상 반찬들을 만들어 보내주신다며 요즘 배추 값이 비싸서 김장은 꿈도 꾸지 못하는데 이렇게 올해도 보내주셨다며 고마워했고, 또 봉사자들이 얼마 전에 반찬이며 음식들을 주고 간 일, LH공사에서 살 곳을 마련해 준 일, 동사무소 직원이 건강검진 받으라며 일일이 챙겨준 일등 많은 분들이 도와준다며 외롭지 않다는 등 윤 할머니의 입은 쉼 틈이 없어 보였다.

임 동장은 고개만 끄덕이며 김 할머니의 손만 꼭 잡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할머니의 고마움이 전해졌을 터, 이내 인사를 하고 못내 아쉬운 듯, 또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한다.

20일 배추와 김치를 다듬고 있는 인계동 지역주민들
 20일 배추와 김치를 다듬고 있는 인계동 지역주민들
ⓒ 김홍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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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과 21일,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인계동 주민센터는 겨울을 앞두고 불우한 이웃 주민들을 위해 김장담그기 행사를 진행했다.

이틀간 총 130여명의 새마을부녀회 단체 회원과 주민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총 1000통의 김치를 담가 홀몸노인, 소년소녀가장, 불우이웃 등 100여 세대에 전달했으며, 그러한 여러 봉사자들의 손길을 거친 온정이 넘치는 따뜻한 김치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도 함께 전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된다.

또한, 인계동에서는 사회복지 수요의 증가로 새로운 봉사 및 나눔 모델의 필요성을 느껴 일상의 삶속에서 나눔을 함께 하는 '사랑 나눔 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사랑나눔가게'는 관내 기업 및 개인(자영업자)으로부터 물품과 서비스 등을 기부 받아 물품과 서비스 제공을 필요로 하는 홀로 사는 어르신, 재가 장애인 등 지역의 저소득층에 물품과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민간 중심의 자발적인 나눔 실천 업소로 올해 안으로 15개 업소를 지정·운영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매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인계동주민센터 트위터를 맡고 있는 이용주 총무
 인계동주민센터 트위터를 맡고 있는 이용주 총무
ⓒ 김홍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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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셜시대에 맞춰 트위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동네의 따뜻한 소식을 전파하고 있는 인계동주민센터 총무를 맡고 있는 이용주(@suwoninkyedong)씨는 많은 정보를 알리는 차원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동네에서 일어나는 훈훈한 정보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더 지역에서 소중함을 느꼈다며, 앞으로 지역의 알찬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계동 주민센터는 앞으로도 김장김치뿐만 아니라, 반찬나누기, 사랑나눔가게 등의 사업을 계속 하면서 윤 할머니와 같은 불우이웃을 위해 온정이 넘치는 따뜻한 나눔을 꾸준히 실천할 계획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어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윤경자(71) 할머니. 올해 겨울은 어느 해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따듯한 온정이 넘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e수원뉴스, 수원시티넷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계동, #수원시, #김장김치 나누기, #인계동 새마을3단체, #인계동 김장담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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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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