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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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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6일 낮 12시 50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없이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했다. 기자회견문을 읽고 나가는 박근혜 후보에게 "김 위원장은 왜 안 왔나"라고 질문이 던져졌다. 박 후보는 한참 답하지 않고 웃다가 "내용은 다 알고 계신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1총선부터 '대표 브랜드'로 밀어온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공약을 총괄 입안했던 김종인 위원장은 이 자리에 배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제안했던 ▲ 대규모기업집단법 제정 ▲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 재벌총수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 지분조정명령제 도입 등 재벌개혁 관련 공약도 배제됐다.

특히 대규모기업집단법은 김 위원장이 제안했던 '재벌개혁 1호 공약'이었다. ▲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 계열사 편입심사제 ▲ 재벌총수 사익편취시 지분조정명령제 등 재벌개혁 방안을 대규모기업집단법 제정으로 하나의 법체계로 묶어 대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일부 언론들은 지난 15일 저녁 "박 후보가 대규모기업집단법은 수용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날 "세계적으로 선례가 거의 없고 현행 법체계와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집단법에 포함될 내용 중 필요한 부분은 개별법에 실효성 있게 반영하고 '대규모기업집단법' 제정 논의는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김종인 위원장과 갈등을 빚은 대표적 사안인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이 외국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수 있고, 지금 어려운 시점에 합법적으로 인정되던 과거의 의결권까지 제한한다면 기업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면서 반대의사를 재차 밝혔다.

박 후보는 "그 혼란은 기업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경영권 방어에 들어갈 막대한 비용을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도록 하는 것이 국민경제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중요 경제범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도입' 방안에 대해서는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 침해 논란 등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경제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경제민주화 공약에서 '재벌개혁' 카드를 포기한 셈이다.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우리 헌법의 규범 내에서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도 국민경제에 불필요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재벌개혁' 빼고 '공정거래' 강조... "대기업집단 장점은 최대한 살려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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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박 후보는 "대기업집단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되 잘못된 점은 반드시 바로 잡겠다,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공정시장질서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솜방망이 처벌'로 논란이 됐던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만 갖고 있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고발권을 중소기업청장·감사원장·조달청장·국가권익위원장 등에게도 부여, 이들이 불공정행위에 대해 고발을 요청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장이 의무적으로 고발토록 하는 방안이다.

또 증권부문에만 허용된 집단소송제를 다른 업종으로 확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앞서 박 후보가 찬성의사를 밝혔던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일부 발표됐다.

박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함께, "사외이사의 경영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소액주주 등 비지배주주들이 독립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토록 하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도 단계적 도입도 약속했다.

금산분리 강화 방안도 밝혔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현재의 9%에서 4%대로 낮추고, 금융·보험계열사가 보유 중인 비금융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김종인 위원장이 당초 금융·보험계열사 보유하는 비금융 계열사 주식 의결권 한도를 기존 15%에서 5%로 낮춘 것에 반해, 박 후보는 기존 15%에서 10%로 낮춘 뒤 이를 5년간 1%p씩 인하하여 최종 5%에 이르는 단계적 시행안으로 수정했다.

금융계열사가 일정 요건 이상일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하는 안도 내놨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이미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며 "자산규모나 시장점유율 등 세부적 가이드라인은 논의하는 가운데 구체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4월 총선 당시 내놨던 경제민주화 안과 이번에 나온 공약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강도가 세고 시너지 효과가 크다, 국민이 알고 있는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획기적 조처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실현성 있게 제대로 작동해 궁극적으로 경제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박 후보는 공약하면 꼭 지킨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서 더 이상 후퇴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벌개혁' 후퇴 논란 경계... "김종인 위원장과 다르면 경제민주화 아니냐"

무엇보다 박 후보 측은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 김종인 위원장의 '재벌개혁' 카드 배제로 사실상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한 것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박 후보는 지난 15일 오후 서울 시내 모처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최종 조율을 하려 했으나 김 위원장의 '불참 통보'로 회동 자체가 불발됐다.

진영 정책위의장은 김 위원장의 불참 이유에 대해 "참석하실 걸로 생각했다, 아침에 전화를 드렸는데 연결이 되지 않았다"면서도 "국민행복추진위원회의 제안 대부분이 수용됐다, 별 의견 차이가 없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기업집단법'이 중장기 검토 과제로 밀린 것에 대해서도 "집단법 제정 여부는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 관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진 의장은 "예를 들어 신규순환출자 금지는 공정거래법에도 담을 수 있고 상법에도 담을 수 있다"며 "그런데 집단법을 만든다고 잘 규제할 수 있을지 확실치가 않고 오히려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요 경제범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도입' 무산에 대해서도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을 위해 만든 제도인데 피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할 경우 헌법상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한 원래 취지와 달라져 도입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재벌 총수를 비롯한 대기업 주요 임원진에 대한 '개별 급여정보 공개' 방안이 빠진 것에 대해서는 "대선 공약이 될 만한 사항이 아니다"고 답했다.

안종범 의원은 재벌총수의 사익편취 때 계열사 지분매각을 명령할 수 있는 '지분조정명령제'가 제외된 것에 대해 "현재 경제여건을 볼 때 굉장히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이번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실현 가능성을 가장 중시했다, 법으로 당장 실현가능한지 집권 후 당장 추진 가능한지가 조건이었다"며 "미리 내놓고 보완하는 과정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강석훈 의원은 논란이 됐던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여부에 대해 "외국기업의 적대적 M&A 등을 맞을 위험도 있지만 의결권 제한을 받은 기업이 다시 돈을 들여 의결권을 회복한다면 당초 이 정책을 도입했던 상황과 이후의 상황이 동일한 결과를 맞게 된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박사가 나왔나 안 나왔나, 김종인 박사와 다르면 경제민주화가 아니고, 같으면 경제민주화처럼 알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김 위원장의 불참 의미를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보면 굉장히 많은, 세세하고 구체적인 조항들이 새누리당의 전신이나 전 정권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았던 그런 부분들"이라며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에 대해) 굉장히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 후보가 '원칙 있는 자본주의'를 강조한 2009년 미 스탠포드대 연설문을 들어보이며 "박 후보는 이미 경제민주화 의지와 입장을 국제사회에서 천명한 사례가 있다, 학설이나 주장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실현 의지"라고 강조했다.


태그:#박근혜, #경제민주화,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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