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보강: 15일 오전 11시 32분]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측이 지난 14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측과의 단일화 룰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1차 위기에 봉착했다. 협상 시작 하루만이다. 협상 재개 조건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도 만만치 않아 자칫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양측의 갈등은 협상 초기부터 누적돼 왔다. 지난 6일 문 후보와 안 후보가 회동을 통해 7개 합의안을 도출해냈지만, 바로 다음 날부터 양 캠프의 신경전은 시작됐다.

문 후보 측 익명의 취재원이 등장한 언론보도에서 두 후보가 신당을 논의했다는 설, 안 후보가 회동에 빽빽하게 적힌 종이를 들고 왔다는 설 등이 거론되면서 안 후보 측이 발끈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민주당에서 흘러나온다면서 "합의 정신 위반"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문재인 내부 입단속에도... '안철수 양보론'에 안철수 측 폭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측이 후보단일화 협상 잠정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 후보 선거캠프 기자실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중단을 알리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측이 후보단일화 협상 잠정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 후보 선거캠프 기자실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중단을 알리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네거티브 자제령'을 내리면서 내부 단속에 나섰지만 결국 단일화 룰 협상 하루 만에 다시 익명의 핵심 관계자가 언론에 '안철수 양보론'을 흘리면서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달았다. 게다가 안 후보 측 협상팀원인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이 새누리당 출신이라는 점을 비판한 트윗을 친노(친노무현) 핵심인 백원우 전 의원이 "모욕을 느낀다"는 글을 달아 리트윗하면서 양측의 감정싸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 협상팀원인 김기식 미래캠프 지원단장이 이날 아침 MBC라디오에 출연해 "후보 간 복수의 TV토론이 가능하며 단일화 룰을 늦어도 16일까지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공식 발표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 합의 위반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여기에 문 후보 측이 협상 실무 배석자로 문 후보의 윤건영 보좌관을 포함시킨 것도 논란이 됐다. 윤 보좌관은 지난 10월 21일 친노 핵심 참모 9명이 선대위에서 퇴진할 때 일정기획팀장에서 물러나 백의종군을 선언한 상태였다. 논란이 일자 윤 보좌관은 협상팀에서 빠졌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문 후보 측이 유불리를 따져 안 후보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 말고 진정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협상이 계속될 수 있도록 빠른 조치를 요구했음에도 성실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협상 재개를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백원우 사퇴·유감 표명했지만... 안철수 측 "충분치 않아"

문 후보 측은 백원우 전 의원을 문 후보 정무특보에서 물러나게 하고 '안철수 양보론'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하는 등 발 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안 후보 측이 요구한 '가시적인 조치'의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모양새다.

안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양보론을 흘린 핵심 관계자나 김기식 단장 등의 사퇴 여부는) 그쪽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만 우선 당사자들은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며 "후보 간 신뢰를 훼손시켰는데 이를 만회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협상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 후보 측의 문제의식이) 이 수준이라면 협상을 재개해서 후보 단일화를 해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유민영 대변인도 "유감 표명을 가시적인 조치 혹은 충분한 조치라고 볼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문 후보 측은 답답한 눈치다. 일부에서는 '안 후보 측이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안철수 양보론'은 선대위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흘리거나 언론 플레이에 나선 것이 아닌 데다가 언론 보도에 등장하는 '핵심 관계자'를 파악할 수 없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문 후보 측의 항변이다. 현재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백원우 전 의원의 정무특보 사퇴·재발 방지 약속뿐이라는 것이다. 

문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아침 '안철수 양보론' 보도가 나오자 바로 대변인이 유감을 표했고 오전 단일화 협상에서도 안 후보 측에 이태규 실장 관련 트윗·김기식 단장의 방송 출연 등에 대해 해명을 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며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상호 공보단장도 "그동안 안 후보 측이 공격해도 원만한 협상을 위해 일절 반응을 하지 않아 왔다"며 "캠프 차원의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행위가 아닌데 협상 중단까지 선언해 당황스럽다, 항의하는 것은 자유지만 협상까지 중단할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은 재개돼야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뚜렷한 시각차... 후보등록 전 단일화 물 건너 가나

야권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지난 12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남영동 1985' VIP 시사회에 나란히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지난 12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남영동 1985' VIP 시사회에 나란히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협상 재개 조건을 둘러싼 양 후보 측의 시각차가 크고 안 후보 측 이태규 실장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 두 후보 지지자들 간에 온라인 설전이 벌어지는 등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양측이 쉽사리 접점을 찾기 힘든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두 후보가 합의한 후보 단일화 시한까지 1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아 하루 이틀만 협상이 중단돼도 단일화 과정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최악의 경우 후보 등록 전 단일화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단일화 협상 파행의 조기 수습 여부는 현재 양 후보 측이 가합의에 이른 새정치공동선언이 예정된 일정대로 발표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실무진 간 협상이 난항에 빠진 이상 후보들이 만나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당초 새정치공동선언은 15일께 두 후보가 만나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원래 일정대로 된다면 두 후보는 이날 자연스럽게 두 번째 회동을 하게 되고, 이 자리에서 후보 간 직접 담판으로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 중단 여파로 진로가 불투명해졌다.

안 후보 측에서는 '단일화 협상에서 난 파열음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새정치공동선언이 발표되더라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유민영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단일화 과정은 새로운 정치,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새정치공동선언은 내용과 더불어 실천 의지 또한 굉장히 중요한데 어제 일어난 일은 신뢰 형성에 연동돼 있고 이는 다시 실천 의지와 연동된다, 지금 두 후보가 만나서 함께 공동선언 하는 것은 어색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도 이날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 단일화 협상 문제에서 심각한 신뢰 훼손이 있어서 공동선언을 함께 발표하는 것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새정치공동선언 발표에 의지를 보였다. 문 후보는 14일 부산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새정치공동선언이) 협상 중단 때문에 늦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어쨌든 오해를 푸는 건 푸는 일이고 이미 합의된 부분은 빨리 진도를 나가자고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안철수 양보론'에 대해서도 "캠프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문 후보는 15일에도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테니 단일화 협의를 해나가자"며 "물밑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15일 부산과 경남 지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상경할 예정이다. 하지만 문 후보의 요청에 안 후보가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사과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날 안 후보는 선거캠프에서 기자들과 만나 "깊은 실망을 느꼈다"며 "단일화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데 결과에만 연연하고 경쟁으로 생각한다면 그 결과로 이기는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태그:#문재인, #안철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