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북 경산의 청소노동자인 고 김상목씨가 9일 오전 교통사고로 숨지자 민주노총 환경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경산시청 정문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분향을 하고 있다.
 경북 경산의 청소노동자인 고 김상목씨가 9일 오전 교통사고로 숨지자 민주노총 환경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경산시청 정문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분향을 하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경북 경산시의 청소노동자들이 직접고용과 적정인원 충원, 노후차량 교체 등을 요구하며 68일째 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청소차량을 운전하던 노동자가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9일 오전 8시 30분쯤 경산시 남산면 남곡리 생활폐기물위생매립장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매립장에 반입한 뒤 돌아나오던 5톤 트럭이 경사로의 커브길에서 좌측 옹벽을 들이받고 우측 가드레일에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주)경산환경에 근무하는 운전자 김상목(47)씨가 차량 운전석 밖으로 튕겨져나오면서 뒷바퀴에 깔려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운전부주의나 차량결함 등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다.

농성을 벌이는 청소노동자들은 경산시의 과도한 요구와 쓰레기매립장의 고장난 세륜기, 노후된 차량이 사고원인이라며 경산시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이들은 경산시청 정문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김상목을 살려내라"며 울부짖었다. 이 과정에서 시청 직원들과 잠시 실랑이가 일기도 했다.

경산시 생활폐기물 주민지원협의체는 지난달 29일부터 매립장에 들어오는 쓰레기를 검사해 음식물 쓰레기와 분리되지 않은 폐기물의 반입을 막았다. 이때문에 하루 60톤의 생활쓰레기들이 8일동안 시내 곳곳에 방치됐다가 지난 5일 경산시와 타협이 이루어져 6일부터 반입을 허용했다.

경산시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체 5개사에 시내 곳곳에 적체되어 있는 쓰레기를 10일까지 수거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체들은 예비차량과 재활용차량까지 동원하는 등 무리한 작업을 해왔다.

경북 경산의 쓰레기매립장 세륜기. 공공운수 경산환경지회 노동자들은 세륜기가 고장나 차량의 바퀴가 빠지는 일이 잦았다고 증언했다.
 경북 경산의 쓰레기매립장 세륜기. 공공운수 경산환경지회 노동자들은 세륜기가 고장나 차량의 바퀴가 빠지는 일이 잦았다고 증언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숨진 김씨가 운전한 차량은 1999년식으로 13년이 된 노후차량으로 19만8000km를 운행했다. 김씨의 동료들은 평소에 운행을 하지 않다가 이번에 투입했다며 노후화가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씨가 근무했던 회사의 관리이사가 8일 예비차량을 투입할 것을 지시해 사고차량을 별다른 점검도 하지 않고 작업에 바로 투입했다는 것이다. 이 차량은 2007년도에도 인사사고가 났으며 평소에 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동료들은 또 매립장 세륜기의 고장을 사고의 이유로 들었다. 김씨가 매립장에 쓰레기를 반입하고 세륜기를 통과하던 중 매립장에 있던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바퀴가 빠졌다"며 와이어 줄을 가져다줄 것을 요구했다가 곧이어 정상적으로 운행한다고 알려왔다는 것이다.

동료들은 세륜기가 고장이 나 물이 뿜어져나오면서 브레이크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세륜기가 고장이 난 지 오래 되었지만 수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산시환경사업소는 지난 9월 17일 세륜기의 체인이 고장나 수리한 이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북 경산의 청소노동자인 김상목씨가 9일 오전 쓰레기매립장에서 나오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고현장. 가드레일이 찌그러져 있다.
 경북 경산의 청소노동자인 김상목씨가 9일 오전 쓰레기매립장에서 나오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고현장. 가드레일이 찌그러져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한편 경산시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체의 차량에 대해 전혀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차의 경우 내구연한이 평균 6년이지만 사고차량은 7년이나 더 지났다. 경산시 관계자는 "노후된 차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며 "업체와 실적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계약을 했기 때문에 차량의 교체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업주가 양심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경산지부와 공공운수노조 경산환경지회 등은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않은 경산시청과 이윤만 챙기고 노후차량을 교체하지 않고 차량정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민간위탁 업체가 이번 사고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현태용 경산환경지회 지회장은 "노후차량 교체와 적정인원 충원을 요구하고 매립장 세륜기 문제, 매립장 진입로의 급경사와 급커브에 대한 사고위험 가능성을 경고해 왔지만 경산시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경산시청 앞에 분향소를 차려놓고 농성을 이어가면서 경산시와 위탁업체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태그:#청소노동자, #생활쓰레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