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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가 5℃ 상승하면 전세계 생태계가 심각하게 전멸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기후가 5℃ 상승하면 전세계 생태계가 심각하게 전멸 될 수 있다고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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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나 연구를 통해 뭔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깨닫게 된 지식을 흔들림 없이 실천해 나가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기에 알거나 깨닫게 된 것을 몸소 실천하며 사는 인생이라면 성직자의 삶과 다름이 없을 겁니다.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저자 공우석, 경희대학교 이과대학 지리학과에 재직 중인 공우석 교수의 인생이야말로 깨닫게 된 것을 몸소 실천하며 사는 성직자와 같은 삶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공부를 통해 알게 되고 깨우친 것을 실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요즘 새삼 느낀다.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 대해 강의한 내용을 스스로 얼마나 지키고 실천하는지 반성하게 된다. 그 뒤 산지의 환경에 부담을 주는 스키, 골프를 배우지 않기로 약속하고,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우리 농촌을 힘겹게 하는 커피 마시는 것을 끊고,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등 몇 가지를 실천하고 있다. 주변에서 이런 나의 행동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233쪽

41가지 키워드를 통해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공우석 지음, 지오북 출판의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중 '마치는 말'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입니다. 대학에서 생물지리학과 환경지리학, 지구촌 환경과 생태문제 등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는 15년 전부터 한 잔의 커피도 마시지 않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언행일치, 환경과 생태계를 연구하면서 깨닫게 된 것을 몸소 실천하는 솔선수범으로 생각됩니다.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표지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표지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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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는 41가지 키워드를 6편(part)으로 대별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part 1. '기후변화 바로알기' 에서는 기후변화, 지구의 자연사, 고기후, 한반도의 고기후, 이상기상, 지구온난화, 지구온난화의 영향 등 7개의 키워드를 통해 기후변화와 생태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본지식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part 2. '기후변화와 식물생태계'에서는 생물의 계절변화, 고산지대, 한라산, 고산식물, 소나무, 구상나무, 대나무숲, 숲, 풍혈, 외래식물 등 10개의 키워드를 통해 기후변화와 생태계를 조명하고 있고, part 3. '기후변화와 농업생태계'에서는 농업, 농작물, 열대작물, 중자저장고 등 4개의 키워드로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part 4. '기후변화와 동물생태계'에서는 곤충, 벌과 나비, 해충, 양서·파충류, 포유류, 조류, 철새, 어류 등 8개 키워드를 통해, part 5. '기후변화와 지역생태계'에서는 이스터섬, 습지, 백두대간, 비무장지대, 북한, 사막화, 다락밭 등 7개 키워드를 통해, part 6. '기후변화와 인간생태계'에서는 가로수, 질병, 황사, 커피, 육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기상'과 '기후'는 전혀 다른 말, 기후 5℃ 상승하면 세계의 생태계 멸종

기상과 기후는 어떻게 다른가? 기후변화는 무엇인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어떤 관계가 있다? 기상(氣象, weather)은 날씨와 같은 의미로 매일 나타나는 기온, 강수, 바람과 같은 대기의 상태를 이른다. 이에 비해 기후(氣候, climate)는 어떤 지역에서 오랜 기간 반복되는 평균적인 기상 현상으로 보통 30년 이상 기상을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얻어진다. 기상이 사람의 그날 '기분'이라면 기후는 오랫동안 만들어진 그 사람의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14쪽

'기상'과 '기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들이지만 우린 '기상'과 '기후'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기후변화와 생태계를 조망하거나 세세히 들여다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의와 관련 지식들을 통계와 연구결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고열이나 저체온으로 사망했다고 하면 언뜻 물이 펄펄 끓는 100℃나 0℃ 이하의 온도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작 몸이 펄펄 끓거나 동사 직전에 놓인 사람의 체온은 건강한 사람보다 4∼5℃ 정도 높거나 낮은 상태입니다. 다시 말해 열병으로 죽고, 저체온으로 죽는다고 해서 펄펄 끓거나 꽁꽁 얼어서 죽는 게 아니라 정상적인 체온보다 4∼5℃ 정도가 높거나 낮아서 생명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생태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이 펄펄 끓을 만큼 불덩어리가 되거나 모든 강물이 꽁꽁 얼 만큼  기온이 낮아져야 생태계가 전멸하는 게 아니라 기후가 5℃만 상승하면 세계의 생태계가 전멸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발품과 땀으로 엮은 기후변화와 생태계 이야기

요즘은 짧은 시간에 그럴듯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세태이지만 자연생태계 연구는 빠르고 쉬운 길이 없다. 긴 시간 외롭고 힘들어도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자료를 꾸준히 수집하고 만들어야만 자연의 섭리를 조금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게 된다. -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55쪽

여름에 기온이 상승하면 고산대의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양보다 호흡을 통해 소비해야 할 에너지의 양이 많아지면서 생리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쇠약해진다. 그 뒤 보다 온난한 기후를 좋아하는 다른 식물들이 침입하면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쇠퇴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명종을 맞게 된다. -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68쪽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는 저자가 방방곡곡을 발로 누비며 직접 관찰하거나 측정한 결과를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있는 내용입니다. 단시간 내 계량적인 성과만이 강조 되거나 평가받는 연구 풍토를 거스르는 탐사의 발길, 현지 조사의 애로가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처럼 느껴집니다.

기후변화가 어떻게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기후가 변하면 생태계가 왜 변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쉽고도 분명합니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던 한라봉을 고흥과 거제도에서 볼 수 있고, 보성에서 재배 되던 녹차가 휴전선에서 가까운 강원도 고성 땅으로 북상하고 있는 작물의 생산지 이동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를 보다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지리산 1500 고지에서 만난 구상나무도 생태계가 변함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지리산 1500 고지에서 만난 구상나무도 생태계가 변함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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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추측이나 무리한 예측이 아니라 학계에 보고 된 누적 통계, 저자와 연구진들이 두 발로 탐사한 결과를 글과 사진, 통계와 그림으로 오물조물 버무린 이야기이기에 지구의 온난화에 따른 생태계 파괴를 현장에서 보고 있는 듯이 실감납니다. 보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고, 듣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기만 했던 생태계에 눈이 트이고, 해야 할 역할과 삼가야 할 행동이나 습관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할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입는 피해를 먼저 생각하는 관심 호소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다. (중략) 셋째,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이 일상이나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불편이나 피해를 주는지에 집중되어 있지 생태계의 피해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4쪽

저자인 공우석 교수가 41가지의 키워드로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를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바로 이것,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입는 피해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기후가 변함에 따라 인간들이 감내하거나 극복해야 할 불편이나 피해에 집중되는 연구나 대책에 앞서 생태계가 입을 피해를 먼저 생각하는 지혜, 생태계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대안이나 지식을 삶의 과정에서 실천하는 지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지은이 공우석┃펴낸곳 지오북┃2012.10.30┃값19,000원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공우석 지음, 지오북(2012)


태그:#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공우석, #지오북, #싱태계,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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