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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현장을 방문, 마을주민들이 안 후보에게 해군기지 건설을 함께 막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현장을 방문, 마을주민들이 안 후보에게 해군기지 건설을 함께 막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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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일 낮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 섰다.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지킴이들은 '평화의 섬 제주도에 군사기지 웬 말이냐', '지켜내자 강정마을'이라고 쓰인 팻말을 높이 들고 "인권유린이 극에 달했다", "해군기지 건설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 달라"고 외쳤다.

무거운 표정의 안 후보는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안 보는 며칠 전 다리를 다쳐 의자 에 앉은 제주도민 장성심(41)씨도 만났다. 장씨는 안 후보에게 여러 차례 "왜 이제야 왔느냐"면서 목발을 땅바닥에 두드리면서 울부짖었다. 안 후보는 "제주도에 오자마자 달려왔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은 "평화의 대통령이 돼 달라", "평화의 바이러스를 제주섬에 뿌려 달라"고 외쳤다. 안 후보가 돌아간 후, 이종훈 목사는 "대선 후보 중에 유일하게 안 후보가 강정마을을 찾았다"며 "지지 여부를 떠나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앞서 안 후보는 강정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만나 "대통령과 정부는 즉각 사과해야 한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말씀 듣고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는 또한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혔던 것처럼, 제주 해군 기지 필요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예고했다. 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마을주민들 "해군기지 절차적·안보적 정당성을 확보 못해"

2일 오전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을 방문한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해군기지 건설 관련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2일 오전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을 방문한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해군기지 건설 관련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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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는 주민들에게 "말씀을 직접 듣고 판단해보기 위해 들렀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안 후보에게 해군기지 건설의 부당성, 공동체 파괴, 인권유린 상황 등을 전했다. 고권일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 "해군기지 사업은 절차적·안보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고권일 위원장은 "2007년 4월 26일 강정마을 유권자 1050명 중 단 87명이 모여 해군기지 유치신청을 냈다, 국방부는 강정마을을 제주해군기지 예정부지로 확정하면서, 단 한 번의 설명회나 공청회도 없었다"며 "현재 주민의 80%가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안당국은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종북좌파 활동으로 규정짓고 육지 응원경찰을 파견해 탄압하고 있다,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650여 명이 연행돼 22명이 구속됐다, 입건만 480여 명"이라며 "강정마을은 범죄자의 마을이 됐다"고 토로했다.

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문제로 부자·형제·친척이 반목하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김정민 노인회장은 "천륜·인륜이 다 깨지고 오직 권력·당권만 존립하는 마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토지 강제 수용에 대해 "토지는 농촌사람의 생명이자 직장이다, 칠십 평생 다 바쳤다"면서 "하지만 해군에서는 소득이 증대된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대통령 되면, 주민 찾아뵙고 사과하겠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귀포시 강정마을회관을 찾아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마친뒤 차량으로 나서자,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마을주민들이 안 후보에게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달라며 공사현장 방문을 요구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귀포시 강정마을회관을 찾아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마친뒤 차량으로 나서자,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마을주민들이 안 후보에게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달라며 공사현장 방문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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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는 "참 마음이 아프다, 국가가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불행과 고통에 빠지게 한 것 같다"며 "제주에서는 4·3사건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다, 그런 유사한 일이 다시 생기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들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처음 약속과 다르게 진행된 부분도 말씀해주셨다"며 "책임 있는 대통령과 정부가 직접 주민들의 말씀을 듣고 사과해야 한다, 또 제가 대통령이 되면 주민 말씀을 다시 한 번 경청하고 사과드리겠다, 비록 전임 정부의 일이지만 대통령으로서 해야만 되는 일이다"라고 전했다. 

안 후보는 제주해군기지 필요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 여러 정부에서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며 "다른 고급 정보를 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러 정부들의) 이념과 성격이 다르고, 국제 환경도 20년간 바뀌었는데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국가 안보에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꼭 강정마을에 건설해야 했다면, 충분한 동의를 구하고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또 원래 약속했던 부분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엄중하게 살펴야 한다"며 "우선 주민 동의를 충분히 구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친척들간에 서로 반목하고 주민 갈등을 불러일으킨 책임을 지고, 정부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말씀을 듣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제가 현장 방문해서 주민 여러분들의 말씀을 들으면 전국에 방송되고, 다시 한 번 많은 분들의 관심 받을 수 있다, 진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질 수 있는 기회"라며 "또한 국가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면 단순히 책상에 앉아서 보고만 받고 언론을 통해서 접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고통 받고 있는 분들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강동균 마을회장은 "고맙다, 첫 단추가 잘못 끼어지고 인권유린의 상황에서 주민들은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공사가 불법과 탈법으로 이뤄지고 부실공사도 우려된다, 우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시적으로 공사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 추진 과정에서의 여러 문제점들이 다시 한 번 재조명되고 재검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지역주민에게 잘못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국회예산이 삭감되고, 차기 정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이어 안 후보에게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를 비롯해, <구럼비 그 바다에 부치는 글> <강정마을 해군기지의 가짜 안보> 등 강정마을을 다룬 책을 건네며 "시간 내서 읽어 달라"고 전했다.

안철수, 제주4·3평화공원에서 눈물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일 오전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4.3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분향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일 오전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4.3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분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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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일 오전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4.3 사건 행방불명 희생자들의 표석을 살펴보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일 오전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4.3 사건 행방불명 희생자들의 표석을 살펴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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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일 오전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한 취재기자가 안 후보에게 "잠시 눈물을 보여셨는데"라고 질문하자 안 후보가 "아니요"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으며 고개를 돌려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일 오전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한 취재기자가 안 후보에게 "잠시 눈물을 보여셨는데"라고 질문하자 안 후보가 "아니요"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으며 고개를 돌려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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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안철수 후보는 강정마을에 방문하기 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행방불명희생자 위령비를 둘러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4·3사건은 제주도의 아픔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기억해야 하는 역사"라며 "앞으로 우리나라가 파괴와 폭력의 역사를 넘어 평화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동행한 송호창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안 후보는 묘역에서 '000의 자'라고 쓰인 묘비를 보고 눈물을 지었다, 태어나 이름도 짓기 전에 희생된 아이 때문"이라면서 "전쟁이 아닌 상황에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만 명의 국민을 희생시킨 것에 대한 아픔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 봉기 한 이래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의 무력충돌과 무장대 진압과정에서 제주도민 수만 명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31일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태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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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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