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선과 뇌의 향연〉
▲ 책겉그림 〈선과 뇌의 향연〉
ⓒ 대숲바람

관련사진보기

수도원 생활을 하는 신부나 목사들은 영이 맑습니다. 그들도 육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정신과 영혼을 더욱더 아름답고 고귀하게 갈고 닦는 까닭이죠. 자연 속에서 숲과 교감하고, 또 온갖 새와 피조물과 하나로 어우러진 까닭에, 더욱더 신의 음성에 민감하게 반응하죠.

불교에서 수행을 하는 스님들은 또 어떨까요? 그들도 채식 위주의 식단에다 끊임없는 도에 정념하죠. 수도생활을 하는 신부나 목사들 못지않게 그들의 영혼도 고귀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평소에 명상과 깨달음을 얻고자 선 수행에 몰입하는 이들은 어떨까요? 뭔가 수행을 하면 할수록 그 길 속에서 도를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그들이 명상을 통해 견성과 무아지경의 단계에 쉽게 빠져드는 것도 모두 그런 이치일 것입니다.

다만 선 수행을 하는 동안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너무나도 궁금한 사항이겠죠. 제임스 H. 오스틴의 <선과 뇌의 향연>은 그런 뜻에서 너무나도 좋은 지침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경과 의사로서 수련을 받은 그가 달라이라마와 일본 선불교의 대가인 코보리 스님을 만난 것도 그런 흐름 속에 있던 일이라 할 수 있죠.

"우리는 '힐데가르트 증후군'을 다음과 같이 정의해두고자 한다. 즉 신비적/영적/종교적 의식 상태가 넓은 의미의 편두통에 해당하는 정신 생리적 현상과 짧은 시간 동안 공존하여 있는 상태로 정의한다. 이런 두 가지 현상의 공존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논쟁은 단순한 생각, 즉 두 가지 서로 다른 상태가 말 그대로 겹쳐져서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으로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의과대학에서 배운 것을 상기해 볼 수 있다. '환자는 홍역을 앓으면서 또한 동시에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다."(528쪽)

그렇죠. 오스틴이 이 책을 통해 정말로 깊이 다루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스스로도 앓고 있고 많은 의사들도 앓고 있다는 '편두통'에 관한 점입니다. 놀라운 것은 그런 편두통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명상이나 깊은 기도의 세계에 들어가면 오히려 깨달음의 깊이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고 하죠.

아울러 그는 인간의 자아를 형성하는 데 깊이 관여하는 뇌 부위도 설명해 줍니다. 이른바 뇌의 내측 후부 두정 피질 후부와 외측 피질 영역들과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 그리고 배내측 전전두엽 피질이 그것이죠. 또한 이 책에는 견성의 순간에 일어나는 뇌 변화의 여러 현상들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른바 자아, 시간, 공포, 행동 욕망이 텅 비워진 그 상태를 일컫는 것이죠. 그런 체험들이 신경과학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헤아려줍니다.

"태어나서 우리의 뇌는 '자아'와 '타인'을 구별할 수 있게 분화되어 간다. 4세 무렵 뇌는 외부 세계에 더욱 정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변화를 시작하여 타인의 태도에 직관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발달되어 간다. 선 수행은 이런 태생적인 발달 성향을 지속시켜 준다. 평안함과 명료함 속에서 성인 수행자의 뇌를 재훈련시킨다. 수행은 마음 챙김이라는 세련된 기법 속에서 이루어진다. 오랜 수행은 자기 훈련과 마음 챙김을 발달시켜 서서히 자아 중심적인 문제들이 드러나게 한다."(641쪽)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정통적인 기독교도가 아니었던 오스틴 박사. 이른바 그리스도의 신성을 거부한 채 하나님의 신성만 인정한 유니테리언파에 속했던 그. 그런 종교적 분위기 아래서 만난 일본의 선불교 체험이 임상신경과 의사로 활동하던 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이 책을 읽는 흥미거리일 것입니다.


선과 뇌의 향연 - 선 수행을 하는 뇌과학자의 시선

제임스 H. 오스틴 지음, 이성동 옮김, 대숲바람(2012)


태그:#선 불교, #제임스 H. 오스틴의 〈선과 뇌의 향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